마오쩌둥은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지요. 이제 이런 말은 고쳐져야 할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마오가 그런 말을 했을 당시에조차 권력은 총구가 아닌 다른 데서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인맥>을 읽으면 드는 생각입니다.
   
1. 기준은 부(富)와 네트워크력

사람이 세계를 움직인다고 하면 대부분은 '과장' 아니면 '거짓'이라 여기기 십상입니다. 세계는 '근대국민국가들'로 짜여 있고 그런 국가들의 관계 속에서 세계가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개인은 그 개인이 들어 있는 집단 또는 계급을 대표할 따름이다, 따라서 집단 또는 계급의 이해가 무엇인지만 잘 알면 되지 개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세계를 움직이는 인맥>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과 관계망을 보여줍니다. 그 힘으로 제시되는 기준은 부(富)와 네트워크력=인맥력(人脈力)입니다. 이를테면 미국 잡지 <포브스>가 해마다 봄에 내놓는 '세계의 억만장자World Billionaires' 명단에 들고, 세계의 키퍼슨(keyperson)과 풍부한 인맥을 확보하고 전화 한 통화만으로도 다른 키퍼슨과 연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트워킹 도구 가운데 하나가 '클럽'이다. 초대형 부자, 유력 정치가, 재계인, 문화인들이 정책이나 비즈니스를 화제로 하여 의견을 교환하는 밀실 회원제로 운영된다." 규모와 수준은 다르지만 경남뿐 아니라 세상 곳곳에 있는 라이온스클럽이나 로터리클럽도 비슷한 구실을 하겠지요. "각각의 레벨에서 네트워킹(인맥 만들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동창회'도 여전히 유력하다."-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심하지 싶습니만만. "'스컬 앤드 본즈Skull and Bones'라는 (미국) 예일대학 학생 클럽"이 있고 이 "본즈는 매년 15명밖에 신규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특수한 클럽"이랍니다. 또 "대학 간에 형성된 우수 학생들 조직인 '파이 베타 카파 소사이어티The Phi Beta Kappa Society'의 존재를 들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2. 세계를 움직이는 네트워크들

세계 차원의 네트워킹 조직으로는 빌더버그회의, 세계경제포럼(다보스회의), 3자위원회, 외교문제평의회, 유럽산업 라운드테이블, 바젤클럽(국제결제은행), 보헤미안클럽, 국제 필그림협회, 르 서클 따위가 있는 모양입니다. 뭐 저로서는 많이 낯선 이름들이네요. 제 관심의 범위가 '지구적'이지 못하다는 증거가 되겠습니다.

지은이는, 하버드대학 학자 던컨 워츠Duncan Watts가 내세운 '스몰 월드small world' 개념으로 이들을 들여다봅니다. "세상 어떤 사람도 여섯 명만 거치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인맥이라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개념이랍니다.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허브hub'가 되는 인물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만들어내는, 키맨(keyman)이다. 키맨은 뛰어난 인재들을 불러 모음으로써 엘리트층 계급의 폭을 나날이 넓혀가고 있다. 허브가 되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자산 규모이고, 또 한 가지는 중요 클럽이나 동창회에 소속되는 스테이터스status(지위)를 갖는 것이다."

지은이 나카타 야스히코는 1~8장 '유럽 중심부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캐나다의 거대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파워 브로커' '유럽 에너지공동체와 빌더버그회의' '신 러시아 왕조의 수립과 그 공신이 된 정상배들' '진화를 계속하는 21세기의 로스차일드 가문'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려 한 록펠러 가문' '월스트리트 지배자들의 흥망' '글로벌리제이션에 참여하는 아시아·중동 자본가들과 구미자본'을 통해 서양을 중심으로 금융·에너지업계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지은이의 소개는 음모 차원을 벗어나 있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실 단편 몇 개를 늘어놓고 그런 단편들을 짐작으로 이어가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갖가지 보도 내용과 지은이가 몸소 찾아낸 자료와 정보를 소재 삼아 쌓아올린 실체들입니다. 그만큼 구체성이 돋보이고 또 믿음직스럽다는 얘기입니다.

3. 세계를 움직이는 목적은

지은이는 말합니다. "근대국민국가는 앞으로도 중요한 행위자로 존재하겠지만 그 위를 뒤덮은 비국가적 주체인 유엔,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스몰월드, NGD가 그물망처럼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좀 섬뜩하기도 합니다. "미국이 오일쇼크를 떠들면서 온난화 대책이란 명목 아래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은, 주요 산유국인 중동 제국이 정치적 불안정 요인을 안고 있어 결국 석유를 자기들 손에 넣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시뮬레이트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책·출판 선임기자인 옮긴이 한승동은 1973년 석유위기를 보기로 듭니다. "우리는 위기, 참화로만 기억하지만 엄청 재미를 본 쪽도 있었다. 산유국만이 아니었다. 산유국은 결코 최종 수혜자가 아니었다. 가장 큰 호황을 누린 쪽은 미국·영국 중심의 서방 7대 석유기업들(세븐 시스터즈)이었고, 뉴욕 월스트리트와 런던 시티의 석유·금융 카르텔이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말입니다. "개발비가 높아 수지가 맞지 않았던 영국 북해유전은 고유가 덕에 살아났고, 앵글로색슨 금융자본은 쏟아져 들어온 달러로 대부사업을 벌이면서 막대한 돈을 벌었다. 무너져가던 달러와 미국경제는 일단 한숨을 돌렸으며, 잘나가던 독일과 일본경제가 흔들리고 개도국 경제는 박살났다."

그런데 이것들은 석유 지정학에 밝은 미국 저널리스트 "윌리엄 엥달에 따르면, 이는 키신저로 대표되는 세력이 사전 기획한 작품이다. 그들이 오일머니를 작전에 끌어들이기 위해 산유국을 불러들여 모의한 정례 비밀 모임이 빌더버그회의다." 이들 인맥이 세계를 움직이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서 드러납니다.

"1973년 5월 스웨덴 재벌 발렌베리 가문의 휴양섬 살트셰바덴에서 세계 금융계와 정계를 주무르는 유력자 84명이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거기서 산유대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넘쳐나는 오일머니를 뉴욕과 런던 시티의 앵글로색슨계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비밀협정이 맺어졌다." 지극히 사적인 이윤 추구가 되겠습니다.

4. 가난한 우리가 너무 모르는 세계

옮긴이의 말입니다.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지만 중요한 세상일의 밑그림을 그리는 신자유주의적 비밀모임들이 빌더버그 말고도 여럿 있다는 사실을 꼼꼼한 취재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은이의 말입니다. "우리는 이 '세계의 지배자'들의 실상을 너무 모른다. 그들이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 그들끼리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모른다."

가난하고 힘없는 우리로서는, 아무리 전화를 해봐야 받는 상대방도 마찬가지 가난하고 힘없는 인간들뿐인 우리로서는, 당할 때 당하더라도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읽으면서 무력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는 한편으로, 우리나라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는 이런 인맥 만들기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지도 궁금해지도록 만든답니다.

김훤주

세계를 움직이는 인맥 - 10점
나카타 야스히코 지음, 한승동 옮김/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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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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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ovetree0602.tistory.com 초록누리 2009.08.29 1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 읽고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좀 무섭기도 했구요. 부와 권력을 차지한, 그것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부와 권력의 정점에 선 사람들의 인맥에 의해 세계경제의 흐름이나 여러 상황들이 바뀔 수 있다...그리고 그것이 권럭이다. 이런 식으로 이해했는데 맞나요?

  2. Favicon of http://myahiko.tistory.com/ 무량수 2009.08.30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음모론 정도로 치부해버렸던 상황을 설명해 놓은 것이군요. 이 책은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참고 하고 갑니다.^^

  3. Favicon of http://www.theparks.allblogthai.com 단군 2009.08.31 0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한국의 재벌들과 언론이 딱 붙어서 있듯이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도 매일반 앞과 뒤가 붙어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 이지요...그런데 이런건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고 그 내면을 보아도 그게 실제 그런건지 보고 들으면서도 전혀 이해가 않될겁니다, 그 정도로 무지 하다는 의미 이지요...살아왔고 살아갈 세상이 전혀 다른 세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