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언론, 블로그 강의

지역자연환경과 지역언론의 역할

김훤주 2015. 10. 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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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인가에, 대구 북구에 있는 지역 주간 신문 <강북신문> 구성원들한테 강의할 때 썼던 교안입니다. 제가 30년도 넘게 전이기는 하지만 대구에 조금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강북'은 제가 처음 마주하는 낱말이었습니다. 강북이라 하면 서울에 있는 지역 개념으로만 여겼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금호강 북쪽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옛적 칠곡군이었던 지역이 강북이라 일컬어지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옆길로 좀 새고 말았는데요, 강의에서 할 말을 모두 옮겨적자니 너무 길 것 같아 요점을 정리하는 식으로 교안을 짰더랬습니다. 기자와 대표는 물론 영업직 사원 그리고 이사까지 모두 강의를 들으셨는데요, 죄다 진지해서 제가 좀 놀랐습니다. 경험이나 지식은 많지 않지만 패기와 열정은 무척 대단한 신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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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와 생태에 대한 기본 이해 


1. 습지가 기본이다. 


생명이 움트는 최소 조건이 바로 물과 흙. 물과 흙이 버무려져 있는 데가 습지. 

생물다양성=여러 가지 생물이 살고 있다는 뜻. 


기본 순환 구조는 습지(물+흙)→식물→미생물→풀·나무→물 속 벌레·유충→물고기·조개 따위→들짐승. 그리고 그것이 다시 썩어 물이랑 흙과 버무려짐.

삶↔죽음의 순환 구조 : 삶이 없으면 죽음이 없듯이 죽음이 없으면 삶 또한 없다.(죽음을 바탕으로 해서 삶이 생긴다. 자기가 먹는 음식을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2. 강·도랑·개울·하천을 따라 흐르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유기물·무기물도 따라 흐른다. 유기물은 썩는 것, 무기물은 썩지 않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됨. 썩는 것은 한 때 생명체의 일부였던 것들이고 무기물은 그렇지 않은 것들임. 


흐름이 약해지면 유기물과 무기물은 쌓임. 

첫째 물줄기가 좁았다가 갑자기 넓어지는 데. 보통 선상지(扇狀地)라 함. 

둘째 물줄기 둘 이상이 만나는 지점. 팔거천·신천·동화천 따위가 금호강과 만나는 지점이 됨. 

습지는 대체로 이런 데에 형성이 됨. 


지형과 습지 이해의 첫 걸음→“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한다.” 


3. 낙동강은 저 혼자 낙동강이 된 것이 아니다. 


금호강 또한 저 혼자 스스로 금호강이 된 것이 아니다. 낙동강으로 또는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그보다 작은 숱한 물줄기가 없었다면 낙동강이나 금호강이 지금처럼 커다란 물줄기가 되지는 못했음. 


이런 인식은 실천적으로 아주 중요함. 보통 사람들은 ‘낙동강’이라 하면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해 부산 하단 하구에서 끝나는 단선으로 여김. 이렇게 되면 낙동강에 물을 대는 숱한 지천·지류들이 머리에서 지워짐. 곧바로 보호 대상 또는 관심 영역의 단순화로 이어짐. 


‘낙동강을 살리자’ 또는 ‘금호강을 살리자’고 했을 때 그 지천·지류까지 함께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함. 큰 물줄기만 깨끗하면 되고 큰 습지만 보전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어지기 십상임.  



4. 습지와 사람의 관계. 


사람이 가장 먼저 살기 시작한 데는 언덕배기(구릉丘陵)가 아님. 바로 습지임. 거기에 먹을 것이 가장 많았기 때문. 


물론 낙동강 본류처럼 강물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센 데는 살지 않았음. 위험하기 때문임.(지금처럼 본류 끼고 살게 된지는 오래지 않음. 제방을 높게 쌓을 수 있게 된 일제강점기 1920년대부터임.) 


지금도 사람 삶터 기본이 습지이고 물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음. 따라서 지나치게 당연한 말이지만, 습지·물을 살리려면 습지·물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행동을 먼저 관리해야 함. 


동화천에 대해 


1. 강북인터넷뉴스에서 동화천으로 검색해 봤더니 10개 정도 기사가 떴음. 동화천의 실상 실태를 다룬 기사는 없음. 금호강·팔거천 또한 마찬가지였음. 그러므로 동화천이든 뭐든 백지상태로 보임. 



2. 동화천은 동화천 혼자서 존재하지 않음. 동화천 또한 다른 개울이나 하천과 마찬가지로 사람 삶터였으며 그래서 그 둘레에는 이런저런 문화의 축적이 있을 것임. 

이를 두고 5월 20일 주민토론회에서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동화천 일대는 소중한 생태자원임은 물론이고 문화·역사자원도 즐비한 대구를 대표하는 생태공간”이라고 했을 것임. 안타깝게도 그 즐비한 역사·문화자원을 소개하는 기사가 강북인터넷뉴스에는 없었음. 전영권 교수는 “동화천에 보기 드문 왕버드나무 군락지가 있다”고도 했는데 이에 대한 기사도 없었음. 


3. 김부섭 대구시 녹색환경국장이 같은 토론회에서 “금호강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전반적인 계획”을 언급했으나 그 내용을 알리는 기사는 보이지 않음.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국 대부분은 생태적인 ‘토목’공사임. 


대구서도 2013년 마무리된 ‘수성못 생태복원사업’(범어천 포함)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 ‘동화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 계획도 입수 검토할 필요 있음. 


강북인터넷뉴스의 지역에 대한 이해·애정 


1. 지역 역사·문화·생태·인물을 다루는 기사가 보이지 않음. 지역밀착형 기사, 지역밀착형 글쓰기는 따로 있지 않음. 지역의 역사 지역의 문화 지역의 생태 지역의 인물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바로 지역밀착임. (물론 지역의 현실도) 


2. 하중도 관련 기사는 한 차례 있음. 금호강이 북구 권역에서 지류·지천과 만나 만드는 습지 관련 기사, 동화천·팔거천이 지류·지천과 만나 만드는 습지들 관련 기사도 보이지 않음. 


3. 지역에 어떤 문화재가 얼마나 있는지 신문사 차원에서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함. 지역 명물로 무엇을 꼽고 있는지 지역 주민과 지면을 통해 얼마나 공유했는지도 궁금함. 


그동안 팔거산성이나 구암동 고분군 관련 기사가 충분하다고 보시는지? 그밖에 다른 문화재 관련 기사도 확인해 보셨는지? 와룡산 상리봉? 지역 명물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해보셨는지? 지역 명물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셨는지?(어떤 블로거는 팔달교 다릿발이 아름답다고 했음.) 



4. 현장을 찾아가 보고 쓴 기사가 썩 드묾. 


결론삼아 말씀드리자면 앞에 말씀드린 인간 역사·문화와 습지의 관계에 대한 기본 인식을 전제로 삼아 말씀드리자면(동화천과 그 둘레 일대로 좁혀서) 


1. 동화천과 그 둘레 일대에 대한 광범한 문헌조사 

2. 동화천과 그 둘레 일대에 대한 독자적인 답사 

3. 동화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 계획 내용 확인·검토 

4. 전문가 동반 동화천과 그 둘레 일대 답사 

5. 동화천과 그 둘레 일대 습지 생태 종합 

6. 동화천과 그 둘레 일대 문화재 현황 종합 

7. 동화천과 그 둘레 일대 습지 생태와 문화재 재구성, 등이 필요할 것 같음. 


- 이렇게 기초를 구축한 다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보도를 할 필요가 있고 

- 그 뒤로는 순차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기를 바람. 

- 지역사회에서 이를 지원하는 후원자(기관·단체 포함)를 발굴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함. 

- 지역주민과 생활 속에서 함께할 때 습지생태와 문화재를 아끼고 지키는 일에 큰 힘이 생김.  

- 스토리텔링까지 가능하면 금상첨화임. 


※ 잘해 보려고 막 너무 애쓰지는 마세요. 오래 못 감. 설렁설렁 대충대충, 할 수 있는 만큼, 욕심 없이 하면 됨.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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