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인류 역사에서 가장 야만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일본군 성노예(sex slaves, 이른바 '위안부')와 민간인 집단학살(genocide)을 든다. 불행히도 두 사건은 모두 우리나라가 최대 피해국이다. 국가권력이 가장 힘없는 국민을 희생자로 삼았던 범죄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두 사건의 다른 점도 있다. 성노예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백성에 대한 범죄라면, 민간인학살은 대한민국 국군과 경찰이 자국민을 죽인 것이다. 독일의 홀로코스트도 집단학살이라는 점에선 같지만, 나치가 유대인을 죽였다느 점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우와 다르다. 범죄의 가해 주체가 달랐던 만큼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청산 과정도 확연히 다르다. 독일의 경우 1945년 패전 후 전범재판에서 주모자급 12명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