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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20

그야말로 옛날식 도리깨의 기억

1. 오랜만에 본 옛날 그 도리깨 며칠 전 나는 고성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아침에 선선할 때 나섰지만 날씨는 금세 더워졌다. 바람은 시원했으나 햇볕이 뜨거웠다. 모터배 아닌 노배라도 나타날까 싶어 바다에 눈길을 주고 걷는데 어디선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탁 탁.” “퍽 퍽.”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도리깨로 보리 타작을 하는구나.’ 고개를 돌려 언덕 위를 올려보았다. 할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다듬고 있고 할아버지 한 분이 서서 도리깨를 돌리고 있었다. 쇠나 플라스틱으로 조립한 요즘식 도리깨가 아니고 대나무로 얽은 옛날식 도리깨였다. ‘그렇지, 요즘 도리깨로는 저런 소리가 안 나지.’ 2. 도리깨로 콩타작을 하면 나는 저 도리깨를 기억하고 있다. 옛날 시골 ..

정세권 선생이 북촌 한옥마을을 지은 뜻은

서울 남촌 일본인 거주지의 확장 그 북진 막으려 한 정세권 선생 독립운동에 몸소 나서고 고향 고성 소학교 건립도 서울에 가면 북촌 한옥마을이 있다. 하나같이 가운데에 마당을 두고 사방을 건물로 두른 ㅁ자 모양이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어서 고관대작들의 저택이 많았는데 지금 한옥은 1920~30년대에 대단지로 지어졌다. 북촌 맞은편 남촌은 일본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1920년대에 서울 인구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인들이 많아지자 북촌 고관대작들의 소유지에 눈독을 들였다. 북촌 한옥마을은 일본인들의 이런 북진을 막으려고 지은 것이다. 조선이 망하면서 궁색해진 고관대작들이 저택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는 족족 정세권이라는 인물이 사들였다. 광대한 집터를 잘게 쪼갠 다음 10~20채씩 한..

9. 검포갯벌, 오랜 세월 쌓인 삶의 흔적

작은 가야? 센 가야! 고성군은 땅 모양이 반도(半島)처럼 생겼다. 북서쪽으로 육지와 이어져 있고 나머지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고성반도는 알파벳 ‘T’자를 대충 오른쪽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뉘어 놓은 ‘T’자의 북동쪽 끝이 동해면 외산리와 내산리이고 옆으로 뻗는 줄기를 이루는 가운데가 고성읍이며 남쪽으로는 통영시로 이어진다. 고성읍은 고성군의 중심이다. 읍내에는 송학동 고분군이 있다. 어지간한 동네 야산 정도로 커다랗다(실제 무기산舞妓山이라 했던 적도 있다). 2000~1500년 전 고성 일대를 쥐락펴락했던 지배집단의 무덤이다. 고려시대 스님 일연은 에서 고성에 있었던 가야를 일러 ‘소가야(小伽倻)’라 했다. 때문에 사람들이 고성을 두고 ‘작은’ 가야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지..

가본 곳 2020.04.18

사람들 복작대는 경남 고성읍내 철뚝갯벌

경남 고성읍내에서 삼산면으로 빠져나가는 어귀에 조그만 갯벌이 있다. 주위에 갈대 억새가 우거져 있고 한가운데로 가면서 물이 고여 있어서 얼핏 보면 무슨 연못 같다. 철뚝갯벌이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앞에 붙어 있는 정식 이름은 수남유수지다. 수남은 여기 동네 이름이고 유수지(遊水池)는 물이 많아졌을 때 다른 데로 넘치지 말고 잠시 머무를 수 있도록 비워놓는 땅을 이른다. 원래는 바다와 바로 이어지는 물줄기 끝자락이었다. 지금은 차단되어서 무슨 펌프장을 통하도록만 연결되어 있다. 여기가 메워진 것은 역사가 오랜 모양이다. 철뚝갯벌이라는 이름에 그런 역사가 들어 있다. 고성 철성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 가르치시다 몇 해 전 정년퇴직을 하신 김덕성 선생님은 1904년 그러니까 일제 강점 이전에 갯벌 둘레가 ..

고성 고자국 숨결 따라 호기심 넘치는 웃음

[우리고장역사문화탐방] (4) 고성 가락국 후예 김해 영운고 학생 가야 세력 옛 땅 상족암 찾아최영덕 고가 독특한 우물 구경, 송학동고분군 지나 박물관으로호국사찰 옥천사서 미션수행도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하고 경남도교육청이 지원하는 2017 청소년 우리 고장 역사문화탐방 고성 나들이, 이번에는 김해 영운고 편이다. 가야라 하면 전기 맹주였던 김해 가락국을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아울러 고성은 전·후기 모두 세력이 상당했던 가야 세력 고자국(에서는 소가야)의 옛 땅이다. 가락국의 후예 김해 영운고 학생이 같은 가야 세력이었던 고자국의 옛 땅을 찾은 것이다. 가락국은 쇠의 생산과 수출을 바탕으로 삼았고 고자국은 고성반도의 독특한 지형을 활용한 중계무역으로 힘을 일구었다. 난바다는 바람과 파도가 거세어 다니기 ..

경남의 숨은 매력 : 보도자료+사진들

이 나왔습니다. 제가 펴낸 네 번째 책입니다. 책을 알리기 위하여 출판사에서 작성한 '보도자료'를 받아서, 거기에다 사진을 몇 장 곁들여봤습니다. 책을 쓰기 위해 경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찍은 것들이랍니다. 저는 이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많이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는 아이들이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기 어렵습니다. 세계적인 것이나 전국적인 것을 중심으로 가르칠 뿐만 아니라 대도시 수도권 중심으로 가치관을 형성해 주고 있기도 합니다. 세계 여러 선진국들이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역사 교육을 시작해 점점 외연을 넓혀나가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이 자기가 나고 자란 자기 고장이 어떤 사연을 품고 있고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

나라사랑 청소년 역사문화탐방 ③

2014년 나라사랑 청소년 역사문화탐방은 11월 24일~12월 18일 열일곱 차례 진행됐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이 지원한 이번 탐방은 자기 고장 둘러보기와 이웃 고장 둘러보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라 사랑은 아무래도 추상적이지요. 그런 나라에 구체성을 심어주는 단위가 고장입니다. 자기가 나고 자란 고장의 자연·역사·문화·인물을 알고 느끼는 가운데 일어나는 감흥이 나라 사랑 첫걸음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행정구역으로 나눌 필요는 없겠습니다. 경남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공통된 삶의 기반이 있고 또 거기서 동질감도 생기는 것이니까요. 이런 차이는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고장은 상대적으로 익숙합니다. 이웃 고장은 아무래도 조금 낯이 섭니다. 그래서 자기 고장 탐방에서는 충분히 가치롭고 아름다우면서도 덜 알려진 데..

독수리는 정말 고기가 썩어야 먹을까?

2월 23일 경남 맹금류네트워크 워크숍에 갔다가 알게 된 것들입니다. 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 김영준 박사 발표였습니다. 주제는 ‘독수리 구조 실태와 보호 방안’이었는데 독수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좌장을 맡았던 국립습지센터 박진영 센터장과 ‘경남 독수리 활동 현황과 주요 특징’을 발표한 오광석 봉곡초교 선생님한테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냥 되는대로 한 번 정리해 봅니다. 1. 한 살짜리 독수리 생존율은 17% 독수리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43-1호(문화재청)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환경부)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NT(위기근접 Near Threatened)종으로 분류해 놓았다고 합니다. 독수리는 여러 차례 여러 개 알을 낳지 않습니다. 한 해에 한 번밖에 낳지 않는데,..

2014년 나라사랑 청소년 역사문화탐방 ①

경남도민일보는 2013년에 이어 2014년에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경남 지역의 역사·문화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모두 열일곱 차례 펼쳤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 입학을 중심으로 삼아 짜여 있습니다. 그리고 수능 시험은 지역적 것은 전혀 다루지 않고 전국적인 것이나 세계적인만 다룬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도 학원도 다들 지역적인 것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자기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지요. 게다가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부분 아이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또는 취업을 위해 자기가 나고 자란 고장을 떠나 살기 일쑤..

상족암 못지 않은 임포~송천 바닷가

8월 29일 창원교통방송에 나간 원고입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은 고성 바닷가로 나가 볼까 합니다. 고성 바닷가는 무엇보다 상족암이 가장 이름나 있지만, 상족암 아니라도 한 나절 즐길 만한 바다는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임포마을에서 송천마을까지 이르는 일대 바닷가입니다. 임포마을은 돌담장과 옛집으로 이름난 학동마을이랑 아주 가까운데요, 만약 자동차를 타고 갔다면 여기에다 세워두고 송천마을까지 걸어 갑니다. 그렇게 해야지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고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갯벌과 갯잔디와 함초, 굴양식장과 일하는 사람 모습 등을 생생하게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한 나절 나들이에 굳이 물때를 맞추지 않아도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맞춰 ..

가본 곳 201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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