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라.”
“우등생은 아첨꾼이 되기 쉽다.”
“서울대가 97%의 아첨꾼을 키운다.”
“시시하게 살아라.”
“돈 권력 명예를 멀리하라.”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기 자식이 성공하고 출세하길 바라는 부모들은 싫어할지 모르겠다.
장의사적 직업으로 살고 싶은가?
채현국 어른은 우리 사회의 직업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눈다. ‘산파적인 직업’과 ‘장의사적인 직업’이 그것이다.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채현국 어른 세대간 대화. @김주완
“남의 갈등, 남의 불행, 남의 불안을 이용해서 자기가 서는 인간들은 장의사적인 직업, 남과 함께 하면 산파적 직업입니다.
목사, 스님, 신부, 학교 선생이라 할지라도 자기 재미 보려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용해먹으려고 하는 순간 장의사적 직업이 되는 거죠. 대통령 해먹고 총리 해먹고, 장·차관하는 놈 중에 장의사 아닌 놈 몇 놈이나 있을까요?
대학총장, 대학교수, 중·고등학교에서 날리는 선생 중 몇 명이나 장의사가 아닐까요? 의사 중에서는 또 몇 사람이나 장의사 아닐까요?”
이에 누군가 물었다. “우리사회에서 인기 있는 직업들이 선생님한테는 대체로 장의사로군요.”
그러자 채현국 어른이 말했다.
“자식이 그런 직업 되기만 바라고 있는 게 오늘날 우리네 어머니들이야. 엄마는 안 그런데 학부모 엄마만 되면 그래. 꼭 그런 장의사 직업이 되기만 바라면서….”
그렇다. 자기 자식이 비록 ‘장의사적 직업인’이 될지라도 돈·권력·명예를 지닌 사람이 되길 원하는 분이라면 이 글을, 이 영상을 보지 말기 바란다.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채현국 어른 세대간 대화. @김주완
“확실한 건 없다.
모든 것을 다각도로 의심하라.”
지난 2월 26일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 ‘세대간 대화’ 자리였다.
먼저 고3 여학생이 물었다. “(채현국 어른은) 인문학 열풍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데요. 그러면 저희 같은 젊은 세대가 학문을 할 때 과연 어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요?”
이 질문을 받은 채현국 어른은 “자, 이게 고등학생의 질문입니다. 뽑아오기를 우등생을 뽑아왔거든요. 우등생이 뭡니까? 고정관념과 기존 교육, 기성 지식과 정보에 밝은 아이 아닙니까?”라고 말해 이 여학생을 당황하게 했다.
그러면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남이 좋다는 책은 의심부터 하지 않으면 인문학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것은 남의 지식에 달린 게 아니라 나의 태도에 달렸습니다.”
채현국 어른의 자세한 말은 영상으로 확인하기 바란다.
다행히도 이 여학생은 채현국 어른의 말씀을 잘 받아들였다. 대화를 마친 후 여학생이 밝힌 소감이다.
“사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고 말씀하시고 '우등생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또 저도 약간의 우등생 계열에 속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말씀 듣다 보니까 과연 우등생이란 게 뭔지, 정말 전형적인 교육에 길들여진 게 우등생 아닌지, 제 주변에도 그런 우등생이 많은데요. 그런 우등생들이 채현국 이사장님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면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채현국 어른은 젊은이들에게 기성교육의 포로가 되지 말고 끊임없이 의심하라고 말했다. @김주완
“아는 것과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깨달아야 아는 것이 된다.”
다음엔 대학생이 ‘배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채현국 어른은 “배운다는 것은 뭔가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모든 배움은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심입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 얼마나 다각도로 의심할 수 있느냐. 의심할 수 없으면 영혼의 자유는커녕 지식의 자유도 없습니다. 의심만이 배움의 자유, 지식의 자유를 가능케 합니다.
그러나 학교는 질서만 가르치지, 방황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의심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저는 과학도 믿으면 미신이라고 합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등생은 아첨꾼이 되기 쉽다.”
서울대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대학은 97%의 아첨꾼을 키워냅니다. 왜냐면 ‘우수하다’ ‘똑똑하다’는 것은 먼저 있는 것을 잘 배운 것이니, 잘 배웠으니 아첨 잘할 수밖에요.
그래도 그 중에 몇몇은 호루라기 부는 놈이 가끔 나와요. 그건 참 신통해. 제일 아첨꾼 많은 서울대학에서 호루라기 부는 놈도 또 나와요.”
마지막으로 한 젊은이가 물었다. “어떻게 그리 자유분방하게 생각하고 살 수 있느냐. 용기를 가진 지적호기심에 대해 듣고 싶다.”
채현국 어른은 “시시한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똑똑한 체 안 하고 잘난 체 안 하고 늘 순박할 수 있어야 호기심이 제대로 살아남습니다. (내가 서울대 철학과를 다녔는데) 교수가 철학도 외워서 가르치는 걸 보고 실망했습니다.
아는 것과 기억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는 것이 되려면 자신이 깨달아야 합니다. 깨닫지 못하면 아는 것이 아닙니다. 모른다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도 구별해야 합니다.”
그렇다. 나의 지식은 과연 깨달아서 아는 걸까, 아니면 외워서 기억만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순간 나 또한 기성 지식의 포로가 되어 체제 순응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권력에 아첨하는 우등생이 되어 내 영달만 추구하는 장의사적 직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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