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이명박 '장로'에게 권하고 싶은 책

김훤주 2009. 6. 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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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만약 이 책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 나왔으면 굳이 이렇게 소개를 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장삿속으로 서거를 겨냥한 '기획'출판일 개연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진정성이 떨어지겠지요.

아울러, 마찬가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이런 덜 아름다운 책을 소개하고자 마음을 먹는 일도 덩달아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는 무지할 정도로 순진하고 단순했다. 장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국 사회가 갑자기 복음화되고 하루아침에 기독교 국가가 될 것이라는 철없는 환상을 가진 듯했다." 여기 나오는 낱말 '교회'를 '유권자'로 바꾸면 아마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유권자'는 무지할 정도로 순진하고 단순했다. '대기업 CEO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국 사회가 갑자기 '선진화'되고 하루아침에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환상을 가진 듯했다!!"

청와대 제공 사진. 이명박 장로가 돋보입니까?


이렇게 지르기에 앞서서, 기독교 신학생인 지은이 김선주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이명박 대통령)는 자신의 능력을 가시적 경제 지표를 통해 선전하고 싶은 조급증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로 인해 누가 고통 받고 죽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여기 이 대목, '죽어갈 것인지'를 눈길이 훑는 순간, 가슴이 서늘해져 왔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 서거' 때문만은 아닙니다. 건당 30원 수당 인상(겨우!) 요구가 가로막힌, 운수노조 화물연대 지회장의 '음독 자살', 그리고 용산 집 지키던 현장에서 스러져간 철거민들의 '침탈 피살' 등등이 죄다 한꺼번에 겹쳐졌기 때문이겠습니다.

개신교 장로 이명박은 왜 이렇게 막 갈까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물론, 지은이는 이렇게 말합니다만.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이다. 약육강식과 무한경쟁을 이념으로 하는 다윈과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한국 교회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장로라 이름 하는 맘몬(Mammon : 고대의 재물신財物神. 하느님과 대적하는 우상)을 부활시킨 것이다."

그러고는 덧붙였습니다. "이명박을 클릭하면 한국 교회의 은폐된 내부가 보인다." 맞는 말이겠지만, <한국 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은 이명박을 주된 클릭 대상으로 삼지는 않은 듯하답니다. 그냥, 한국 교회를 제대로 클릭하고, 그럼으로써 이명박이 얼마나 한국 교회를 닮아 있는지를 힘주어 말할 뿐이지요.

보기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적(賊)그리스도는 '붉은 빛 짐승을 타고' 교회 밖에서 교회 안으로 진격해 오는 '일곱 머리와 열 뿔'을 가진 거대한 괴물이 아니다.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한 금잔'을 가진 교회 내 물신주의자(경제 제일주의자)들이다. 크리스천의 유니폼을 입고 돈(맘몬)을 숭배하는 것이 '음행의 더러운 것'이다. 경제(돈)를 제일 가치로 삼는 시장주의자 이명박 장로와 그를 지지하는 목사들이 바로 교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그리스도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명박 장로의 신앙 대상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것입니다. 그이의 신앙 대상은 물신(物神)입니다. 물신은, 신(神)의 외화(外化, 쉽게 말하자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되겠지요.)로서 갖은 물질이 됩니다. 그리고 그 물신이 있는 데가 어디냐 하면, 자기가 살아 남아 군림하는, 시장(市場)입니다.

그이의 믿음, '하느님의 선택 받은 이로서 하느님이 현실에서 권세와 영광을 보장했기 때문'이라는 오만은 누구도 고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시장·물신과 예수 그리스도는 절대 공존이 안 된다는 사실 또한 '누구도 고치지 못합니다'.

지은이는 이렇게도 썼습니다. "교회나 목회자를 비판하는 것을 죄악시하거나 '안티 기독교' 또는 '사탄의 전략'쯤으로 치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분노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리고 양심과 지성에 따라 올바른 복음의 정신을 갈만하는 사람들도 분노할 것이다. 후자의 분노가 많아진다면 아직도 한국 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제가 이 책을 소개하는 심정도 이와 똑 같습니다.

그러나 책 또는 지은이를 두고 한 가지 탐탁잖은 점이 있다면, 기독교를 개신교와 같은 뜻으로 쓴다는 사실입니다. 알려진대로, 기독교는 그리스도를 섬기는 종교 전체를 이르는 말이지요. 기독교는 개신교(프로테스탄트)뿐만 아니라 천주교(가톨릭), 성공회, 그리스 정교(동방교회) 등까지 포괄합니다.

시류(時流)를 따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잘못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해 버리면 개신교가 기독교 전체를 대표한다는 '용어 선점 효과'가 나겠지요. 그러니까, 반대편에서 보자면 그 효과는 '악'효과 또는 '역'효과가 될 것입니다.

어떤 이는 제목에 대해서도 입질을 했습니다. "(개신교의) 죄악이 어떻게 일곱 가지뿐이야?" 책은 '목사' '교회' '설교' '복음' '전도' '영성' '헌금' 일곱 갈래로 나눠 개신교를 논죄합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하자면, 잘못은 일곱 '가지'를 훨씬 넘고요, 걸쳐 있는 '분야'가 일곱일 따름입니다. 

김훤주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김선주 (삼인,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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