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공장이 없어서 인구가 줄어든다고?

김훤주 2009. 6. 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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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월 중순, 알고 지내는 한 분에게서, 마산에 살던 사람이 창원으로 이사를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젊은 주부였는데, 친구랑 창원 장미공원에서 약속을 해서 만난 뒤 곧바로 창원으로 집을 옮겼답니다.

아이랑 함께 갔는데, 상대 친구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서 한참 동안 꽃 구경도 하고 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얘기도 나우고 아이들 재롱도 보고 하다가 짜장면을 손전화로 주문해 먹고 왔답니다.

마산에는 아이들 데리고 나갈 데가 없답니다. 문만 나서면 바로 콧구멍에 매연 집어넣어야 하고 공원도 제대로 없고 보도도 좁고 울퉁불퉁해 유모차 끌기는커녕 걷기도 어렵다, 아이 위해서라도 집을 옮겨야겠다, 결심하고 단행했습니다.

2.
이를 입증하는 행사가 마산과 창원에서 나란히 있었습니다. 마산은 시화(市花)가 장미입니다. 5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제1회 시화(市花) 장미 전시회가 마산시청 광장과 2층 현관에서 열렸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왔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장소부터가 궁상맞았기 때문입니다.

5월 21일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선배가 찍은 마산시청 앞 장미 사진.


장미 1000그루 남짓, 꽃꽂이 작품 50개, 장미 시화 20개가 나왔고, 또 장미 관련 생활용품과 장미·국화 따위 팔기 행사도 진행됐답니다. 옆에 있었을 농산물 전시판매장에서는 파프리카·새송이 버섯 등 수출 농산물 10가지를 팔았답니다.

그런데, 앞에 말씀드린 대로 장미공원이 있는 창원에서는 8월까지 '장미공원 사진 콘테스트'를 열고 있습니다. 시화가 장미인 마산에서 궁상맞게 찌그러져 버린 장미가 창원에서는 그 반대로 활짝 피어났습니다.

창원 사람들은 분수가 물을 뿜고 음악이 흐르는 장미공원을 들러 놀고 쉬고 웃고 얘기하고 하다가 아이들 앞세우고 사진을 찍거나 하겠지요. 그러고는 그렇게 찍은 사진 가운데 혼자 보기 아까운 것이 있으면 콘테스트에 출품할 수도 있겠습니다.

6월 5일 제가 찍었습니다요.



3.
마산시의 굴욕입니다. 이런 굴욕은 마산에 제대로 된 공원이 아주 모자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치단체장의 마음가짐이 더 관건이고 문제일 것입니다. 그리 해보겠다는 생각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보기는 이웃 도시 진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진해시는 관-민 협치 기구인 녹색진해 21 추진협의회와 발맞춰 진해 에너지 과학공원 둘레에다 장미동산을 꾸몄고 이것이 올해 제 모습을 활짝 피워냈습니다.

진해 장미동산. 경남도민일보 사진.

장미 공원을 만들만한 공원이나 빈터가 없다 해도 이처럼 꽃을 활짝 피우도록 할 공간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공간을 찾겠다는 뜻이 없을 뿐입니다. 마산 삼각지 공원에 꾸밀 수도 있고 산호공원에도 작으나마 자리를 잡아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마산 한국방송대 건물 옆 공원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마산시의 굴욕이라기보다는, 마산시장(황철곤)의 굴욕이라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그이 머리는 STX의 조선기자재 공장의 수정만 매립지 진입 같은 '개발'밖에 생각하지 못합니다. 마산 인구가 왜 줄어드는지 근본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머리입니다. 

그이는 여태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마산시장 선거에 세 번 당선됐습니다. 불행입니다. 그런데 내년 시장 선거에는 그이가 3선 제한 규정에 걸려 출마하지 못한답니다.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불행 중 다행'입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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