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우리가 싼 똥은 어디로 갈까요?

김훤주 2009. 6. 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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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산에는 공인된 똥바다가 있다

마산시 덕동에 가면 마산시 환경시설사업소가 있답니다. 이른바 환경기초시설인데, 덕동만 갯벌 일부를 크게 매립한 위에 지은 것입지요.
 

여기서는 쓰레기(폐기물)와 하수(下水)와 똥오줌(분뇨)을 모두 처리합니다. 마산에서 사람들이 먹고 쓴 다음 버리거나 내지르는 것들은 대체로 여기를 거쳐간다고 보면 됩니다.

집안에서 나온 것들은 그렇다 치고, 길가에 흘리거나 아니면 빗물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것도 죄다 빗물관 등을 통해 여기 환경시설사업소로 들어옵니다.

고정된 형체가 있는 쓰레기들은 여기에 매립이 됩니다. 하수에 들어 있는 찌꺼기들도 걸러져서 따로 처리가 됩니다. 똥이나 오줌 또한, 압축하는 등으로 물기를 빼내고 남은 물질은 슬러지로 처리가 된답니다.

왼쪽에 환경시설사업소가 보입니다. 오른쪽 남은 갯벌이 꽤 넓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당연히 물이 남겠지요. 쓰레기에서는 이른바 침출수가 남고 하수는 그 자체가 물입니다. 똥오줌 범벅도 90% 이상이 물입니다. 마산 환경시설사업소의 경우 하루 처리되는 똥오줌이 240t 안팎이라 하는데 이 가운데 슬러지로 처리되는 분량은 18t이고 나머지는 모두 물이랍니다.

2. 마산 옥계에 있는 '공인' 똥바다

이런 물들은 모두 하수 처리 과정으로 편입됩니다. 합류가 돼서는 같은 정화 과정을 거쳐 바다로 '최종 방류'가 된답니다. 고정된 형체가 있는 것들은 바다로 내보낼 수 없지만 여기 이 방류수가 아주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2008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방류수 수질 기준은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10,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40, SS(부유물질량) 10, T-N(총질소) 20, T-P(총인) 2, 대장균 군수 3000 이하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철은, 총질소는 60, 총인은 8로 기준이 부드러워진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먹거나 쓰고 나서 버리거나 배설한 것들이 환경기초시설로 간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최종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요. 몰라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노란 부표 세 개가 떠 있습니다. 그 아래 어딘가에서 방류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마산의 경우 이런 물들의 '최종 방류 지점'은 옥계 앞바다입니다. 합법으로 그리 하도록 돼 있으니 '공인' 똥바다라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STX가 기어코 진입을 하겠노라 해서 말썽을 빚고 있는 구산면 수정마을에서, 바다를 따라 안녕마을을 지난 다음 경남대학교 옥계수련원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넘어가기 직전 왼쪽 앞바다가 바로 그 지점이랍니다.

3. 엄청난 비용 먹는 마지막 처리 장소

옥계폐기물처리장 전경.


옥계폐기물처리장이 있는 곳인데, 여기서는 고기잡이를 하는 데 쓰였던 물건들을 처리한답니다. 여기 바다에는 노란 부표가 세 개 떠 있습니다. 이 세 부표를 이으면 삼각형이 됩니다. 그 삼각형 안 바다 아래 어디쯤에서는 지금 이 순간도 '최종 방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방류수에는, 아무리 정화 과정을 거쳤다 해도 유기물질이 들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총인이나 총질소 같은 수치로 나타나겠지요. 그래서 이 유기물을 먹이 삼는 플랑크톤이 일대에 모여들고, 이런 플랑크톤을 먹으려고 물고기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이런 물고기들을 먹으려고 갈매기 같은 새들이 날아들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2일 찾았을 때는 웬 일인지 새들이 없었습니다만, 어쨌든 사람들 쓰고 버린 유기물이 새로운 생태 순환고리가 만들어지게 한 셈입니다. 

이 즈음에서 100년도 안 된 옛날 농경시대를 생각해 봅니다. 아시는대로, 당시는 버리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지간한 물건은 되살려 쓰고, 사람이나 짐승의 똥오줌은 거름이나 땔감으로 썼습니다. 그러니까,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따로 비용이 들어갈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갯벌 매립하는 데도 돈이 들었고, 엄청나게 큰 시설을 짓는 데도 많이 돈이 들었습니다. 날마다 그런 시설을 가동하는 데도 돈이 들고 방류수를 이렇게 바다 밑으로 파이프를 묻어 빼내는 데도 돈이 듭니다.

물론, 옛날과 견줘서 지금이 더 나쁘다고 말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 때와 지금은, 말 그대로 세상이 다르고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책 없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소모적인 이런 데에는 조금이라도 더 돈을 적게 들이는 쪽으로 생각과 행동과 말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어제 오전 내내 이 '공인' 똥바다를 바라보다가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좀 불편해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뭐 이런 생각도 조금 했습니다. 이런 돌아봄이 반드시 '공인' 똥바다까지 와서 봐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하지만, 자기 사는 습관이 어떤지, 사회 전체 소모 비용을 줄이려면 개인으로서 조직으로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한 번씩 돌아보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어쩌다 걸음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러는 중에도, 길가 기린초는 꽃을 활짝 피웠고, 싸릿대에서도 꽃은 피고 지고 했습니다. 칡은 전봇대를 타고 올랐고, 평일인데도 낚시꾼 몇몇은 아침부터 갯가를 찾아 자리를 펼쳤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냥 날마다 마주치는 일상이었습니다.

김훤주
녹색평론(5.6월 제106호)
카테고리 잡지
지은이 편집부 (녹색평론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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