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노 대통령 서거와 YS 부친상의 차이

기록하는 사람 2009. 5.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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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김해 봉하마을에 전 국민의 시선이 쏠렸으나, 경남 마산시도 권양숙 여사의 고향(진전면 오서리)이라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과 무관치 않은 곳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장인의 성묘를 위해 마산을 찾기도 했고, 2003년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도 직접 마산을 방문, 피해상황을 챙기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 마산에는 마산시장이 없다. 황철곤 시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알려진 23일 오전 '해외시장 개척단'의 일원으로 아시아와 대양주로 해외출장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무려 9박 11일 일정이란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도 출국해버린 황철곤 마산시장의 처사에 대해서는 경남도민일보 김정훈 기자가 '취재노트'를 통해 이미 비판한 바 있다.

기자회견 중인 황철곤 마산시장. /경남도민일보


김정훈 기자는 황 시장이 비행기에 오르기 전인 오전 10시 30분쯤 마산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야기를 하면서 "시장이 예정대로 출국하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그대로 나가고 말았다고 한다.

김 기자는 지난해 9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 옹이 타계했을 때 황 시장이 어땠는지와 비교하며 그의 이번 출국을 비판했다. 그 때 황 시장은 첫날 조문을 한 데 이어 둘째날에도 계속 빈소를 찾는 등 애도와 장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나도 오늘 한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마산시장 뿐 아니라, 마산시의원들도 영결식을 앞두고 무더기로 제주도에 갔다는 것이다. 노판식 의장을 비롯한 의원 22명 중 19명이 27일부터 29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의원연찬회를 한다며 떠났다고 한다.

결국 마산시에는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에 시장도 없고, 시의회 의장도 없는 셈이다.

마산시가 뒤늦게 설치한 분향소. 사진 : 임종만의 참세상 http://blog.daum.net/gabinne/12376267

마산시가 뒤늦게 설치한 분양소는 '지하'에 있다. 사진 : 임종만의 참세상 http://blog.daum.net/gabinne/12376267

마산시는 분향소 설치도 늦어 26일에야 분향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설치된 장소 또한 하필 지하에 있는 회의실이었다. 이에 대해 공무원 임종만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지방관공서 분향소 설치가 늦은 이유'라는 글에서 "그나마 7일장이어서 망정이지 일반적으로 3일장이었다면 장례식 끝나고 조문을 알리는 격일 뻔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일찍부터 예정된 일정이었다면, 취소하기도 난감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김정훈 기자의 지적처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상 때와는 너무 달랐다는 점에서 시민의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 마산시장과 의회 의장, 그리고 대부분의 시의원들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내친 김에 한 마디 더 하자면, 도대체 그놈의 '해외시장 개척단' 명목의 해외출장은 왜 그렇게도 잦은지, 그리고 의원연찬회를 하려면 마산에서 해도 될텐데, 왜 꼭 제주도에 가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낸 세금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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