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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봉하마을은 김해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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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왔습니다. 참여연대 사무실이 있는 통은동에서 정동 경향신문사 앞을 거쳐 덕수궁 돌담길을 통해 대한문 앞 분향소와 서울광장 일대, 태평로 한국언론재단 앞까지 둘러봤습니다. 몇 킬로미터를 걸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으로는 대략 두 시간을 걸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가 사는 경남 김해에 있는 봉하마을 상황만 보고 있었습니다. 서울은 어떤지 보고 싶었습니다. 여기 와서 보니 봉하마을은 경남 김해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서울에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만났던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국장에 따르면 오늘 저녁 대전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작년 촛불집회가 줄곳 열렸던 경남 창원시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 시민들이 설치한 분향소에도 연일 추모인파가 몰리고 있습니다. 부경아고라 회원인 쩌엉메이님에 의하면 부산에서도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조문과 추모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동 경향신문 앞.

정동 경향신문 앞 인도.


이미 전국이 모두 봉하마을입니다. 특히 서울 덕수궁 대한문과 태평로, 그리고 정동 일대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추모인파로 넘실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김해 봉하마을에서 본 인파보다 훨씬 많습니다. 모두들 추모리본을 달고 몇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분향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동 추모제 시작 직전.


이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담벽에 붙어 있는 추모글들을 일일이 읽어보며, 볼펜으로 자신의 심정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노란리본에 추모글을 새겨넣기도 합니다.

현재 조문을 기다리는 대열은 두 군데로 이어져 있습니다. 한 줄은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에서 지하도를 거쳐 건너편 대한문까지 늘어서 있고, 또 다른 한 줄은 정동 경향신문사 앞에서부터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대한문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 길은 추모인파로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 여성이 봉하마을로 보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글을 적고 있습니다.

봉하마을에 보낼 종이학을 접고 있습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영결식 날 노란 넥타이를 매겠다"는 글도 붙어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은 온통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과 리본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정동극장 앞에서는 추모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당초 추모제는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불허하는 바람에 정동극장 앞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곳은 너무 좁아서 제대로 된 추모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버스 정류소에 앉아 있는 한 여성도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그 앞에 전경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경향신문 앞에도 배치되어 있고, 대한문 앞 차도에도 배치되어 있습니다. 서울광장은 여전히 경찰차로 차벽을 쳐두고 있습니다. 지하도에서도 서울광장으로 올라가는 출구계단 역시 경찰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이명박 대통령을 욕하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한마디씩 합니다.

한국언론재단에서 서울광장으로 통하는 인도 역시 경찰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정말 이게 뭐하는 시추에이션인지 모르겠습니다.

길게 늘어선 추모대열 중간중간에는 자발적으로 생수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목마르신 분 물 드시고 가세요"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진알시(진실을 알리는 시민들) 회원들은 지금 막 찍혀 나온 내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21 특보(호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한 할머니가 연신 "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 착해"라고 중얼거립니다. 정말 한국사람들은 착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 가슴 속에 알지못할 울분이 느껴집니다. 뭔가 폭발 직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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