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마산문인협회(회장 강호인)와 경남시조시인협회(회장 서일옥)는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바꾸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결정했습니다. 알려진대로, '노산(鷺山)'은 이은상(1903~1982) 시조시인의 호입니다.

이은상은 일제 강점기 시조부흥운동에 앞장섰으며, 1940년대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에 붙잡혀 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에다 언젠가부터 이은상이 쓴 '가고파'가 마산 대표 작품으로 슬그머니 자리잡은 현실이 더해졌습니다.

마산문협이 대표적인데, 이런 사실을 근거로 이은상을 기리려는 움직임을 줄곧 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산문협은 올해 초 "회원 112명 가운데 97.32%인 109명이 '노산문학관'에 찬성하고 반대는 3명뿐이다"고 공개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반대 셋은 우무석 시인와 송창우 시인과 이성모 평론가입니다. (찬성 가운데 43명은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아" '묵시적 동의'로 '간주'된 숫자랍니다.)

그들은 왜 이은상을 부활시키려는가?

독재 부역 문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은상.

강호인 회장은 5월 3일 '마산 시의 도시 선포 1주년 기념 문학 축제' 기념사에서 "문학관 명칭이 논란이 되고 끝내 애초의 이름을 잃어버린 한 시인의 통곡이 마산의 하늘을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가고파'의 시인으로 한국문학사의 영원한 태산북두라 할 노산 이은상 선생님을 기리는 일에 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길 감히 청원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학관 이름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6년 동안 논란을 벌인 끝에 이미 정리가 된 사안입니다. 2005년 '마산문학관'으로 문을 열 때 끝난 일인 것입니다. '문학에 공헌이 있고 조선어학회 사건 등 독립운동을 했지만, 반민주 친독재 경력에 비춰 공공의 영역에서 기릴 정도는 아니다'는 것이었습지요.

그럼에도 3년 남짓만에 경남시조시인협회와 마산문인협회가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왜일까요? 이런 정황을 보면서 어떤 이는 "이은상이 참 불쌍합니다"고 했습니다. 그이는 말했습니다.

"이은상은 과오도 적지 않습니다. 그이가 받은 빛이 센 만큼 그림자도 짙은 것이지요. '노산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이를 기리면 안 된다는 증거를 대기 위해서라도 잘못을 자꾸 찾아낼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이처럼 죽은 뒤에도 끊임없이 불려나와 지난날 잘못을 조아려야 하니, 이은상이 안 불쌍하면 도대체 누가 불쌍하겠습니까!"

열린사회 희망연대가 마산문학관의 명칭 변경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이은상은, 1960년 4월 15일자 <조선일보>에서 3·15의거를 모독했음이 분명합니다. 그 해 4월 11일 김주열의 주검이 마산 앞바다에서 떠올라 2차 의거가 진행되던 시점에 그이는 3·15의거를 두고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다! 불합리와 불법이 빚어낸 불상사다!"라 했던 것입니다.

이러니 같은 마산에 있는 3·15의거기념사업회(회장 백한기)는 이은상과 공존하기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지요. 이은상의 잘못을 찾아내 그것을 근거로 '노산문학관은 안 된다'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 놓고 보면, 3·15의거기념사업회가 5월 12일자 <3·15의거보> 제2호에서 "이은상이 친일파 문명기를 '축복받은 기업인으로 사회사업가로만 꾸며 왜곡'시킨 묘비문을 썼다"고 다룬 것은 당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이은상 행적 조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정도로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승만·박정희 아래 호사를 누린 이은상은 전두환 집권 뒤에도 양지만 골라 디뎠음은 이미 알려져 있어 따로 조사할 일도 못 되는 것입니다. 1980년 <정경문화> 9월호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에서 "한국의 특수한 상황으로 보아 무엇보다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 거의 일반적 여론"이라 했고, 그 때문인지 이듬해 4월 국정자문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시민단체의 이은상 독재부역 사진전.


이은상을 '이용'하려는 의도는 없는가?

이런 즈음에서, 이은상을 이처럼 불쌍하도록 만드는 이들에게 다른 의도나 속셈은 없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은상을 이리 욕보이는 대가가 무엇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산문협은 "'노산'문학관으로 바꿈과 함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 달라"고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사무 공간 확보나 금전 지원 얘기도 나옵니다. 그리고 "운영에 참여해" 사업을 하다 보면 반드시 '자리' 얘기도 나올 것입니다.
    
말하자면 '노산'문학관으로 이름을 바꾸는 일과 '자리' '공간' '금전'이 한 데 섞여 있습니다. '자리' '공간' '금전'을 가지면 그것이 바로 '권력'입니다. 무엇이 수단이고 무엇이 목적이다 잘라 말하기는 '거시기'합니다만, '죽은' 이은상을 잘만 성공적으로 활용하면 그 결과가 크든작든 권력을 누리는 것이 됨은 아니라 하기 어렵습니다.

하나만 더 얘기해 두고 싶습니다. 마산을 두고 "'가고파'의 고장", 무슨 행사를 열어도 "가고파 제전" 이리 이르는데, 실상 '가고파'에는 마산 사람의 정서가 없습니다. 거기에는 다만, 이은상 시조시인처럼, 마른 땅만 양지만 골라 디딘 이은상처럼 고향을 떠나 서울 등지에서 사는 마산 '출신'들의 정서가 담겨 있을 뿐이랍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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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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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_top_blogtop=go2myblog 실비단안개 2009.05.29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2. 대한민국사람 2009.05.30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산에는 대한민국 사람이 아무도 없나봅니다.
    노산문확관이라니요?
    일제강점기의 마지막 총리라는 자가 이땅에 충고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땅의 과거 역사는 위대한 것이었지만
    지금 너희들에게 심어진것은 식민의식이라고
    자신들이 떠나지만 자신한다고
    이 조선의 땅에 인간들에게 식민의식을 심어 놓았다고
    그래서입니까 일제가 자행한 식민사관과 식민의식 고취에 앞장 서고
    독재정권들에 입이 되었던 이들이 그리도 자랑스러우십니까?
    마산시민 여러분, 님들은 기회만 있으면 마산의 옛 영광을 이야기 하시던데
    하긴 그 영광이라는 것이
    박정희 독재정권의 수혜를 입었던 물질의 풍요에 대한 추잡함을 그리워함이며
    창원의 물질적 앞서감에 대한 배아픔을 이야기할 뿐이지
    마산의 문학성, 역사성 또는 당신들이 진정 잊지 않아야할 315정신 등은
    당신들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신 것 같기에
    노산문학관이라 당신들의 정신적 지주로 손색이 없으십니다.
    일제와 독제정권, 유신헌번 찬양,
    이제는 쥐박님의 녹색(?)성장 찬양과 유신괴수의 영예에 대한 사랑을 표함을 위해서는
    노산의 정신을 발전 계승하여야 함이 타당할 것입니다.
    마산의 무한한 식민의식의 고취를 위하여 정진정진하시길 마산무협과 경남시조인협회 여러분께 올림

  3. 비뱀 2009.05.30 1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론의 힘입니다.

  4. dldnt 2009.05.30 2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산이 그런곳이야?

    정권이 바꼈다고 정신마져 썩었군...

  5. iceman 2009.05.31 0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등학교때 역사선생님께서 이은상의 치부에 대해 꽤 많은 말을 수업시간에 해주셨죠.

    노산의 대표작 가고파, 내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어리네~

    이렇게 시작되는 곡이 사실은 친구(이름을 알았는데 갑자기 생각이 독립운동하던사람인데...)의 부인을 꼬셔서 중국으로 도망친후 세상의 눈이 부끄러워 돌아갈수 없는 마산이 그리워서 신세한탄을 하면서 지은 곡이라더군요.

    그러면서 노산이 지은 이순신전기도 박정희의 지시에 의한 우상화 작업이라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 우상화 작업을 전두환이는 단군을 통해서 하려고 했는데 개신교가 무지 반대해서 결국 무산되었지요.

    암튼 이런인간을 다시 무덤에서 부활시키려고 하다니 참 서글퍼집니다.

  6. 그들이 뭐 하노 2009.06.01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만히 볼짝시면 우리나라에 개신교 가 미국 에서 건너 온 게 아주 잘못이야.
    유럽 쪽 에 있는 개신교 일명 프로 테스탄티즘 비록 갈라 졌지만 가톨릭 과
    가까이 하려 하고 서로를 위한 다고 배웠슴.
    그런 데 우리 나라에 들어온 개신교 종파는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 복달
    이게 말이 돼나요. ?????
    진정 신앙은 멀리 하고 우선 돈부터 밝히는 기존 교회 들 하루 가 멀다 하고
    교회 건물이 어느 대형 건물 처럼 높이 치솟고 하는 데 이게 참 신앙이라 할까요 .
    그 네 들 뜻에 아니 맞다고 서로 헐뜯고 비아냥 거리고 신앙 찾아가야 지
    교회 목사 찾아 가는 이상한 종교 집단이오 .

  7. 관해정 2010.04.24 1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훤주 기자의 세상을 보는 눈이 편협하군요.
    김기자의 다른 글들도 가끔읽어 보았지만 , 김기자는 항상 자신을 주변인으로 생각하고 핫 이슈의 부정적인 면만을 들추어내기위해 가진 지식을 다 동원하시는 군요.
    노산의 과거행적을 얼마나 잘 알기에, 그가 쌓은 문학적 위업을 얼마나 당신이 이해하기에,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이 누리고있는 번영에 당신이 어느정도 기여했기에, 이런 류의 쓰레기 글을 올리는지 님이 가련해보일 뿐이네요. 정년 당신은 주류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게인으로 한탄만 하다 긍정적인 사회를 위한 제언은 차마 하지못할 사람같다는 느낌입니다. 3.15, 4.19 정신 계승해야죠. 그러는 좌파적 단체들이 의거의 참뜻을 기리는 일들을 해왔나요? 현실에 적응하지못하는 주변인들, 경계인들의 모습 걷어치우고,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 가기위해 작은 초석을 까는 심정으로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촌티나는 글좀 그만쓰시고요.

  8. Favicon of http://yozm.daum.net/idaero 나라임자 2013.04.24 1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깝습니다. 누구에게나 잘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은상은 그렇게 몰매를 맞을 사람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가 잘나서 많은 사람과 곳곳에 그의 흔적이 있도고 봅니다.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