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왕년에 날고 기었다는 운동권 선배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이 나이 들어 이상하게 변해 가는 모습들을 봐 왔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의 노옥희 선생 부부.
심지어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이나 거기서 분가해나온 진보신당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을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실 한나라당에서 불러주지 않아서 그렇지, 불러만 준다면 얼른 궤변을 둘러대며 쫓아갈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노옥희 선생과 일면식도 없다. 다만 작년에 6월항쟁 20주년을 맞아 80년대 경남지역의 민주화운동을 정리하는 기획보도를 하면서 노옥희라는 이름을 접하게 됐다.
다음은 노옥희 선생의 이름을 거명한 기사의 일부분이다.
그 후 잊고 있던 중 산지니출판사에서 기획한 무크지 <현장 1 : 절망사회에서 길찾기>라는 책을 통해 다시 노옥희 선생을 만나게 됐다. 나도 그 책에 글을 한 편( ‘잡탕’ 개혁세력과 선을 긋고 ‘실력’을 키우자 ) 썼는데, 같은 책에 노옥희 선생의 '대선 이후 진보 길찾기'라는 글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86년에는 한국YMCA중등교육자협의회가 주도한 5·10 교육민주화선언으로 80년대 1차 해직교사들이 양산되는데, 경남(울산 포함)에서는 통영의 권재명, 울산 상북종고 정익화, 울산 현대공고 노옥희 등 3명의 교사가 학교에서 쫓겨났다.
(...)
이들의 활동은 87년 5월 7일, 5·10 교육민주화선언 1주년을 맞아 '호헌 철폐와 민주 개헌을 촉구한다'는 전국해직교사 56명의 성명서로 이어지고, 6월항쟁에 교사들이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 해직교사들의 호헌철폐 성명에는 서형석(통영중), 노옥희(울산 현대공고), 정익화(울산 상북종고), 권재명(통영여중) 등 4명의 경남지역 교사들의 명단이 올라 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24791 )
노옥희 선생은 이 글에서 지난 대선을 '개혁·진보진영의 참패'로 규정하면서 그 원인을 "노무현 정부를 대신할 '믿음직한 진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노무현과 이명박을 누가 더 진보라고 여길 수 없었던 결과"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치적으로 꼽히는 지역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에 대해서도 "지방정부를 지역토호세력들이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토호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 이상으로 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한다.
나는 이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노무현 정권은 토호를 척결하기 보다, 그들을 포섭하는 정책을 썼고, 결과적으로 포섭에도 실패했던 것이다.
노옥희 선생은 진보세력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아무리 좋은 상황이 오더라도 주체적인 준비 정도만큼 전진할 수 없으며, 주체적인 준비를 넘어서서 일시적으로 승리하더라도 그 승리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충고한다. 스스로 실력을 쌓지 못하면 아무리 상황과 조건이 좋아도 결국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노동자, 서민의 눈높이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한걸음씩 걸어나가면서 스스로 희망을 만드는 것만이 진정한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것이 이번 대선 결과에서 얻은 소중한 성과이다"고 글을 맺고 있다.
사실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 스스로 실력부족을 인정하는 사람도 발견하기 어렵고, 지역 토호세력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그런 점에서 노옥희 선생의 글은 반가웠다.
울산 동구에서 유권자와 만나고 있는 노옥희 선생.
운동권 선배로 치면 왕선배에 해당하는 노옥희 선생이 이상하게 변질된 다른 왕년의 그들과 달리 끝까지 진보세력의 정신적 버팀목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국회의원에 당선돼도 스스로 모자라는 실력을 인정하고 항상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사진 출처 : 노옥희 블로그(http://blog.naver.com/4no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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