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남도민일보
그러면서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면 GDP가 1%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답니다. 과연 '경제'대통령스럽습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탁월한 능력이 그에게는 있는 모양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래도 헌법을 잘 모르나 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는 말을 조금 바꾸면 바로 '무리를 지어 떼를 쓸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게다가 여기 '시위'는 떼쓰기보다 더 겁나는 수준이어서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 보임'이 원래 뜻입니다.
이런 어리석음이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황철곤 마산 시장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났습니다. 5년 전인 2003년 5월 30일 한 기념 행사장에서입니다.
"요즘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해 떼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월드컵이 한창일 때 '대~한민국'을 외쳤는데, 요즘은 '떼~한민국'이라 한다."
참 철부지 발언입니다. 그런데 황 시장에게는 그래도 그렇게 말할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인 5월 29일 '조두남음악관' 개관식을 밀어붙이다 이를 반대하는 사회단체 사람들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던 것입니다.
출처 경남도민일보
황철곤 마산 시장의 발언은 어쩌면 당시 이 봉욕이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 내친 김에 한 마디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건설토목회사 사장을 지내면서 굳힌 평소 소신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썼다는 책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200쪽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청계천 노점상 철거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에도 책임이 있지만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구책을 찾아보지 않고서 사회를 상대로 떼를 쓰는 건 올바른 양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대건설이라는 재벌의 건설.토목회사 사장 노릇을 하면서 굳힌, 평소 소신 같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이렇게 둘을 나란히 놓고 발언을 견줘보면 우리 사회와 사람살이에 대한 인식이 천박하기는 둘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황 시장에게는 바로 전날 봉욕(逢辱)을 했다는 '정상 참작 사유'라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이렇게 따져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일개 단체장일 뿐인 황철곤 시장보다 수준이 못하다고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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