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왜 여학교만 있고 남학교는 없나?

김훤주 2008. 3. 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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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글씨로 점잖게 "이 놈들아!?">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 글에서 저는 왜 여자를 만만하게 낮춰 이르는 말이 '년' 말고는 없을까, 생각을 했다고 말씀드렸지요.

옛날에는 '사회 담화 영역'에 여자는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아이 낳아주는 도구, 남자에게 종속된 노동력 또는 노리개,였을 뿐입니다. '인간'이라는 보편 개념에 여자는 빠져 있었기 때문이리라 여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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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러면, 여중/여고 같은 여학교는 있는데 남중/남고 같은 남학교는 왜 없을까요?

제 생각입니다. '여'학교는 근대화 초기의 산물입니다. 근대 이전에는, 배우고 때로 익히기(學而時習之)'가 남자(보편 개념으로서 인간)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다 근대 들어서면서(거칠게 말하면, 우리나라 근대 들머리는 일제시대가 되겠습니다.) 여자도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여학교가 생겼습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체로 1920년대에 '여학교'가 등장함이 역사 기록에서 확인됩니다.

모든 학교에 공통되는 것은 남자 학생인 반면, 학교 가운데 특별한 몇몇에만 해당되는 것은 여자 학생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남자가 다니는 학교는 '그냥' 학교가 되고, 여자가 다니는 학교만 별나게 '여'학교가 됐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라는 보편 개념 안에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편입시킨 대한민국(헌법에서 여자에게도 남자와 마찬가지 평등한 권리가 대체로 주어집니다.)이 들어서면서는 고쳐져야 했습니다. 여자만 다니면 여자학교라 할 뿐 아니라, 남자만 다니는 학교도 남자학교라 하도록 바뀌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근대 들머리라는 특수한 시기에 붙인 이름이 바뀌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또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반송여자중학교 2학년인 우리 딸 현지가 때때로 묻습니다.

"아빠, 우리 학교는 여자애만 다녀서 반송여자중학교잖아요? 그런데 바로 옆 반송중학교는 남자만 다니는데도 반송남자중학교라 하지 않고 그냥 반송중학교라 그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저는 마땅히 대꾸하지 못합니다. "그러게! 남자만 다니는데도 남자중학교라 하지 않으니까, 저 위에 남녀공학인 반림중학교 하고도 구별이 안 되고 말이야. 아빠도 불만이란다." 말고는 말입니다.

남자는 보편, 여자는 특수. 이 같은 근대적인 여성을 차별하는 구분을 우리 의식뿐 아니라 무의식(또는 잠재의식)에서도 걷어낼 때가 이제는 되지 않았나, 벌써 걷어냈어야 맞지 않나, 저는 여깁니다.

우리 사는 창원에 남중과 남고가 있기는 있습니다. 방향을 가리키는 남(南)을 넣어 지은 사립학교입니다. 현지는 남중에서 자기 반으로 한 친구가 전학 왔을 때, '어 남자중학교에도 여자애가 다니나 보네?' 여겼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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