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마산 시장보다 못한 이명박 대통령

김훤주 2008. 3. 22. 13:45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경남도민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3월 19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은 법과 질서보다 떼를 쓰면 된다, 단체행동을 하면 더 통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법과 질서를 잘 지키면 GDP가 1%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답니다. 과연 '경제'대통령스럽습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탁월한 능력이 그에게는 있는 모양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래도 헌법을 잘 모르나 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는 말을 조금 바꾸면 바로 '무리를 지어 떼를 쓸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게다가 여기 '시위'는 떼쓰기보다 더 겁나는 수준이어서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 보임'이 원래 뜻입니다.

이런 어리석음이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황철곤 마산 시장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났습니다. 5년 전인 2003년 5월 30일 한 기념 행사장에서입니다.

"요즘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해 떼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월드컵이 한창일 때 '대~한민국'을 외쳤는데, 요즘은 '떼~한민국'이라 한다."

참 철부지 발언입니다. 그런데 황 시장에게는 그래도 그렇게 말할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인 5월 29일 '조두남음악관' 개관식을 밀어붙이다 이를 반대하는 사회단체 사람들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던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경남도민일보

당시 열린사회 희망연대라는 단체가 마산시가 공공 예산을 들여 지은 건물에 친일 음악가 조두남의 이름을 달면 안 된다고 반대했는데, 마산시는 무시했었습니다.

황철곤 마산 시장의 발언은 어쩌면 당시 이 봉욕이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 내친 김에 한 마디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건설토목회사 사장을 지내면서 굳힌 평소 소신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썼다는 책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200쪽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청계천 노점상 철거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에도 책임이 있지만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구책을 찾아보지 않고서 사회를 상대로 떼를 쓰는 건 올바른 양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대건설이라는 재벌의 건설.토목회사 사장 노릇을 하면서 굳힌, 평소 소신 같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이렇게 둘을 나란히 놓고 발언을 견줘보면 우리 사회와 사람살이에 대한 인식이 천박하기는 둘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황 시장에게는 바로 전날 봉욕(逢辱)을 했다는 '정상 참작 사유'라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이렇게 따져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일개 단체장일 뿐인 황철곤 시장보다 수준이 못하다고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