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연탄불 '이용'한 동반자살이라고?

김훤주 2009. 4. 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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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일치 11면 사회면에서 ‘일주일새 8명 동반자살……여고생도 포함’이라는 기사를 읽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용’ 때문입니다. 기사 첫 문장에 나오는 낱말입니다.


이렇습니다. “일주일 사이 강원 횡성과 정선에서 연탄불을 이용한 동반자살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남녀 8명이 숨졌다.” 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자살이라면 보통은 나쁜 일로 여기는데, 여기에 <이용>이라는 낱말이 어울리나?’였습니다.


이용은 이롭게(利) 쓴다(用)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풀어 쓰자면 “연탄불을 이롭게 쓴 동반자살 사건”이 되는데, 여기서 ‘이롭게’와 ‘자살’이 충돌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행위를 한 사람들 처지에서는 ‘이용’이랄 수 있겠습니다만.


재일 조선인 지식인 서경식처럼 “삶이 가치롭다면 마찬가지 죽음도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죽음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하는 이도 없지 않은 줄은 압니다.


이를테면, 죽음을 두고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그것도 따져보면 따져볼수록), 그런 면에서 여기 이 사람들의 ‘자살’이라는 선택도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면, 그이들 관점에서는 ‘이용’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편 든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때는 좀더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이용보다는 (살려서) 잘 쓴다는 활용(活用)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이용이나 활용은 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자살에 반대합니다. 다른 사람이 자살을 하겠다고 할 때는 모든 일 제쳐두고 말릴 것입니다. 제가 자살을 선택할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용기도 없거니와, 살아서는 삶의 가치 실현을 위해 애쓰고, 죽음의 가치는 나중에 죽어서 실현해도 된다고 여기거든요.)


그렇지 않고 다수 대중의 관점에서 해롭게 썼다고 본다면 해용(害用)이 돼야 할 텐데 사전에는 없는 낱말입니다. 그렇다면 대신할 말로 나쁘게 쓴다는 악용(惡用)이 있는데, 여기에 맞서는 반대말은 좋게 쓴다는 선용(善用)이 될 테니 그런 면에서 좀 헛갈리는 측면이 있는 듯도 합니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연탄은 방구들을 데우거나 먹을거리 만드는 데 쓰려고 만든 물건인데, 그것을 목숨을 끊는 데 썼으니까 잘못 쓴 오용(誤用)이 될 수도 있겠고요, 좀 더 완강한 이는 함부로 쓴 남용(濫用)이라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가치 판단을 어떻게 하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또는 그렇지만, 가치나 관점을 넣지 않는다면 부리고 쓴다는 사용(使用)이 맞겠습니다. 아니면 <한겨레> 이어지는 기사처럼, 행위 자체를 적을 수도 있겠네요. “피워”라고 말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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