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사이비언론·사이비기자 감별법 아시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9. 4. 2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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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성 기자의 '사이비기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글을 보면서, 예전에 내가 정리해본 사이비기자 감별법이 생각났다. 사이비 언론과 사이비 기자에 시달리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알아두면 좋을 법도 하다. 

"무더운 여름날 짙은 색 양복을 입고 넥타이까지 맨 채 취재를 온 기자는 일단 '사이비'임을 의심하라."

기자초년병 시절 어느 기업체 홍보실에서 펴낸 홍보매뉴얼을 본 적이 있다. 위의 글은 거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물론 여름에 양복 입은 기자가 모두 사이비는 아니다. 다만 사이비일수록 권위와 격식을 많이 따지고 유달리 폼을 잡는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최근 기자실이 폐쇄되고 대부분 개방형 기자회견실(브리핑룸)로 바뀌면서 일선 기자들 사이에서 사이비기자의 창궐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요즘 브리핑룸에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매체의 기자를 자칭하는 낯선 얼굴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새로 나타난 사람들 역시 모두 사이비기자는 아닐 것이다.

언론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사이비기자를 △권력과 금력에 결탁한 자 △언론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자 △촌지와 향응을 탐닉하는 자 △편파·왜곡보도를 일삼는 자 △진실·정의·양심에 위배된 기사를 작성하는 자(2001월 5월24일자 사설)로 정의한 바 있다.

따라서 소속 매체와 관계없이 개인의 행실에 따라 누구든 사이비기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사이비 '언론'에만 사이비 '기자'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연예기획사로부터 돈 또는 성상납을 받은 혐의로 구속·입건된 신문·방송사의 기자나 PD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림 권범철.

물론 언론사주 또는 경영진이 사이비짓을 한 혐의로 구속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경우 대개 해당언론사 자체를 '사이비언론'으로 본다. 구속된 사주의 혐의가 기자들에게 사이비짓을 강요한 경우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판별된 경우가 아닐 경우 사이비를 가려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론의 성격 자체가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공익을 추구하고 독자나 시민의 감시를 받는다는 점에서 보면 공공기관이지만, 기업으로서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기업과 다름없는 이중적 성격이 그것이다. 따라서 기자가 주변의 지인들에게 구독을 권유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것마저 사이비로 매도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사이비언론이나 사이비기자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약 20년간 신문밥을 먹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 감별법을 소개한다.

우선 사이비신문에는 기자의 이름이나 출처가 없는 기사가 유달리 많다. 요즘 제대로 된 신문은 기사실명제가 완전히 정착돼 있다. 출처불명의 기사가 많다는 건 무단도용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사진도 출처불명이 많다. 그런 사진은 대개 화질도 좋지 않다. 인터넷이나 남의 매체에서 역시 무단으로 훔쳐 썼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재단이나 한국기자협회·한국언론학회·미디어오늘·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홈페이지에 이름이 없거나 링크가 돼 있지 않은 언론사도 일단 의심해 볼 일이다. 특히 사이비언론사에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또한 그런 회사는 기자윤리강령도 없다.

임금체불이 잦은 회사도 사이비성이 짙다. 기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지출되어야 할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회사이다.

신문 한부당 가격과 구독료는 책정돼 있지만 대부분 무료로 배포되는 신문이 있다면 그것도 사이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신문사는 지사·지국 등 판매망도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구독신청도 하지 않은 신문이 계속 들어온다면 그것도 의심의 대상이다.

회사가 발급한 기자증(사원증)에 70년대 프레스카드(보도증)나 정보기관의 신분증처럼 빨간줄이 사선으로 그어져 있고 '보도'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있는 경우도 사이비언론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 신분증에 '문화체육관광부'라는 글자와 등록번호 등을 눈에 띄게 인쇄하여 마치 정부에서 발급한 것처럼 보인다면 더 이상하다. 요즘은 정부에서 보도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사이비일수록 '보도' 또는 'PRESS'라는 글씨가 크게 적힌 완장이나 비표같은 걸 눈에 띄게 갖고 다니기도 한다. 심지어 교통경찰이나 쓰는 경광봉이나 경광등을 갖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의 주인이 사이비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대개 사이비기자는 이런 걸 표나게 갖고 다닌다.


신문에 독자란이 없거나, 있더라도 특정직업(요즘 같으면 경찰관)을 가진 사람의 글만 계속 나오는 경우도 좀 이상하다. 독자들이 거의 없는 신문은 자발적인 독자투고도 없기 때문이다.

기자가 본업인 취재는 제쳐두고 사교에만 열중인 경우도 그렇다. 더구나 취재는 아예 제쳐놓고 광고영업에만 매달리는 경우라면 영락없다. 진짜 기자들은 엄청나게 바쁘다. 사이비기자는 신문에 자신의 이름을 단 기사가 거의 나오지 않거나, 간혹 나오더라도 관공서나 기업의 홍보자료를 베낀 기사만 나온다.

또한 그런 홍보기사가 나오면 해당기관 또는 기업체의 간부를 반드시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 생색을 낸다. 기사는 쓰지 않으면서 약점을 잡아 은근히 겁을 주는 것도 전형적인 사이비의 유형이다.

사이비는 또 자기가 쓴 기사를 '특종'이라고 자랑하고, 취재원과 논쟁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힘을 과시한다. 취재원과 불필요한 논쟁을 금하는 취재수칙 1장을 모르기 때문이다. 진짜 기자는 설사 '특종'을 했다 하더라도 '독종(獨種)'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한다.

명함에 기자 직책 외에 겸업하고 있는 다른 직책이 나오는 것도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기자의 겸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더구나 명함까지 그렇다면 기자의 힘을 개인사업에 이용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기자가 각종 영리단체나 이익단체·관변단체 등의 간부를 겸임하고 있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다.

사이비기자들은 또 취재를 하면서도 소속 회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기자실에서 왔다"고 하거나, 전화를 하면서도 "여기 ○○경찰서 기자실인데요"라고 말한다. 그들은 취재목적이 아닌 사적인 일을 처리할 때도 반드시 기자신분을 밝히는 게 특징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 중 서너건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신문사의 규모나 영향력의 차이에 따라 사이비의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옥천신문>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지역의 작은 신문에 불과하지만, 서울의 그 어떤 거대언론보다 정론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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