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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언론

북한이 하면 축구기사에서도 ‘도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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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뉴시스’라는 통신사의 축구 관련 기사를 읽다가 황당한 표현을 만났습니다. 제목은 ‘북한, FIFA에 남북전 진상조사 요청’이라고 달려 있었습니다.


내용은 “북한축구협회가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 5차전과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의를 제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초 북한은 경기 전 정대세(25·가와사키) 등이 설사와 복통 등의 이유로 경기가 불가능하다며 추후 3국에서 경기를 하자고 ‘주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은 경기 도중 정대세의 헤딩슛이 인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고 적었으며 “주심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격분’하기도 했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다음 이 기사는 조중연 KFA 회장의 반응을 얘기하면서 ‘도발’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여태까지는 ‘반응’ ‘불만’ ‘격분’이라 했는데 말입니다…….

‘도발’ 이러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어떤 군사 행동이 떠오르지 않나요? 난데없이 기습하든지 해서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드는 무엇이지요.

사전에도 그렇게 돼 있습니다. 민중서림에서 나온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제5판입니다. “도발(挑發) : 집적거려 일을 일으킴”입니다. 일을 일으킴!!!!

그런데 저는, 이른바 ‘북한’의 얘기에서 무엇이 ‘도발’인지 모르겠습니다. 경기를 다음에 제3국에서 하자고 한 것인지요? 그것은 경기가 치러짐으로써 이미 지나간 문제가 됐습니다.

아니면 정대세의 헤딩슛 판정에 대해서겠지요.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이른바 ‘남한’에 사는 많은 이들도 동의하지 싶은데, 제가 텔레비전에서 본 그런 정도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도 뉴시스는 ‘도발’이라는 낱말을 골라 썼습니다. 저는 이런 데서 ‘그림자도 없이 떠도는 유령’을 봅니다. ‘이북’을 절대악으로 규정해야만 하는 그런 ‘관념 덩어리’입니다.

말씀드려 놓을 것이 있는데, 저는 이른바 ‘주사파’가 아닙니다. 심지어 때로는 ‘통일’을 싫어하기도 합니다. ‘평화 없는’ 통일, ‘자본주의 흡수’ 통일 같은 것.

그런데도-이를테면 이북 정권(또는 지배집단)과 친하지 않은데도- 저는 ‘도발’이라는 낱말을 이런 데서 쓰는 것이 싫습니다. 이북을 타고난 ‘악의 축’으로 몰아치는 태도가 싫습니다.

너무하지 않습니까? 박지성이 헤딩슛을 했는데 노골 판정을 받았다면, 아마 남한에서 난리가 나도 여러 차례 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불만을 좀 얘기했다고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요. 저는 한숨만 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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