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고3 아들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낮 11시에 시작했는데 12시 남짓해서 끝났습니다. 저는 원래 ‘목이 잘린’ 꽃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꽃다발을 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간 우리 딸 현지가 “아빠 꽃 하나 사요.” 하는 바람에-솔직히 말하자면 12년 공부를 마친 아들에게 꽃다발은 하나 안겨야겠다 싶어서 도로 밖으로 나와 작은 꽃다발을 장만했습니다.


이 날 우리 아들 현석은 꽃다발을 두 개 받았습니다. 아들 엄마는 3년 째 와병 중이라 나오지 못했지만, 현석의 예쁜 여자친구가 꽃다발을 들고 축하하러 왔더랬습니다.


받은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목이 잘렸다고는 하지만 다발로 묶인 꽃들이 죄 죽었다고 하기는 어려워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주둥이 넓은 병에 물을 담아 꽂았습니다.



다발을 푸는데, 무슨 비(非)자연이 그렇게나 많은지요. 비닐이 넉 장 나오고 얇은 부직포는 다섯 장 나오고 얇은 부직망은 둘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리본이 둘 있었고요, 친친 동여맸던 철사도 여덟 개인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꽃대가 여리다 보니 이것을 곧게 세우려고 철사를 덧대어 푸른 테이프로 둘둘 감은 꽃도 여럿 있었습니다. 비(非)자연 또는 부(不)자연 그 자체였습니다.


요즘 졸업식 철인데도 꽃이 옛날처럼 많이 나가지 않고 오히려 줄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대부분은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고들 풀이를 하지만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물론 꽃다발에 쓰인 갖은 비자연과 부자연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꽃을 보고 옛날만큼 감흥을 많이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뭐 이런 것입니다.


생각해 보시지요. 꽃은 자연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런 자연의 아름다움이 한 데 뭉쳐져 있기 때문에 꽃을 좋아한다고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꽃다발이 사실은 그런 자연이 아니라 물론 대부분이 꽃이기는 하지만, 꽃을 다발로 만드는 과정에 숱한 비자연과 부자연이 들어가니까 감흥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꽃을 감싸듯이 받치는 딱딱한 비닐도 많이 있습니다. 이 모두가 비자연 부자연일 뿐 아니라 결국은 쓰레기 취급을 받고 이미지도 느낌도 좋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꽃다발에 대한 호감이 줄어들게 됐으리라 짐작합니다. 아닌가요? 꽃 농사 짓는 이들에게는 참 미안합니다만, 지금이 정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 농사가 아니라 산업이라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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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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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ymj5800 물망초5 2009.02.14 0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67810

    --> 아고라네티즌청원서명하러가기

  2. 라이얀 2009.02.14 05: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에 와보니 꽃다발?이 한국과 많이 틀리더군요. 일반 마트에서 꽃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꽃 화분 아니면 꽃다발이 대부분이었고 꽃다발은 수수하게 비닐로 한번 감싸거나 혹은 아니거나 그리고 줄로 한번 묶어 놓은 것이 다였습니다. 한국은 왜 그렇게 꽃을 장식으로 칭칭 묶어 놓는지 꽃의 다발이 아닌 '꽃다발'이란 상품을 사는 느낌이었는데... 사람들이 그게 더 예쁘다고 느끼나 봐요? 손도 더 가는데 그렇게 해 놓은 것을 보면 그런 것을 더 선호해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2.14 0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에 계시는 모양이네요. 미국에서는 꽃만 파는 꽃가게가 따로 없는가 봅니다. 그런가요?
      그리고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

  3.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실비단안개 2009.02.14 0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다, 졸업~^^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틀 졸업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수수하게 장미 한 송이면 될까, 한 송이도 화장을 했더군요.

  4. Favicon of http://www.namoodak.com/blog 나무닭 2009.02.14 1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집이 꽃집을 합니다...꽃집을 한 지는 10년이 좀 넘었습니다.

    보통 졸업식에 꽃값이 비싸다고 하시고 저런 장식품이 꽃보다 더 많아 가격이 비싸기도 합니다..


    사실 꽃집을 하는 입장에선 보자면...보통 꽃가게에서 사지 않고 식장 입구에서 삽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입구 앞에서 꽃을 파는 사람은 하나 혹은 두명정도의 사람들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써서 자리를 다 잡고 꽃을 팝니다. 그 사람들은 꽃가게 와는 좀 다른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꽃가게 입장에선 별로 좋진 않죠...그런 사람들은 아르바이트를 많이 쓰다보니 그 만큼 더 벌어야 하고 꽃은 비싸니 저런 부자재로 모양을 더 크게 해서 원가를 낮추죠......
    그래서 저런 기형적인 모양이 됩니다.

    저희 집에서는 미리 예약을 받습니다. 그러면 꽃을 미리 준비해 두죠. 그리고 같은 가격에 더 많은 꽃을 넣어 줍니다.
    원하는 꽃과 모양으로도 만들어주죠.
    가격은 입구에서 파는 곳과 비슷하거나 더 쌉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죠...^^

    미리 준비하여 만들어 놓는 것과 그자리에서 대강 마구 만드는 것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나죠.



    만약 꽃이 필요하다면 동네 꽃집에서 며칠전에 이야기 해 놓으시면 좋은 꽃으로 준비해 놓습니다.
    그렇지 않고 가서 고르다 보면 좋지 않은 꽃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예약된 꽃다발 같은 경우는 전날 미리 꽃시장에서 좋은 꽃으로 준비했다 손질해서 꽃다발을 만들어 둡니다.


    그러니 미리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ps. 올해는 환율의 폭등으로 해외에서 꽃 수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가격이 비쌉니다..더군나 고유가로 인해 꽃 재배농가에서도 많이 생산량을 줄였다고 합니다...그래서 올해는 예년에 비해 꽃값이 3~4배 더 비쌉니다...

    •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9.02.14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02.16 0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꽃집으로 바로 가야겠군요.

      졸업식날 학교앞 노점들이 떠돌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 까먹어 버렸습니다.

      내년에는 둘째 딸이 졸업을 하는데, 제대로 챙기겠습니다. 이웃에게도 널리 알려야겠네요.

      고맙습니다.

  5. 권지은 2009.02.16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엊그제 아들이 졸업이라 (초등) 꽃다발때문에 고민했습니다. 비싼 꽃다발을 사야할까 했더니 우리 아들왈 " 현금으로 주면 70%만 받을게" 하더군요. 그래도 교문앞에서 망설여졌습니다. 달랑 한두송이 넣고 포장지로 감아 만원! 이만원짜리도 정말 시원치 않았거든요. 생각다 못해 사탕다발을 세개사서 아들 친구 둘에게 선물로 줬더니 좋아하더군요. 꽃이 귀했던 옛날 에 담 둘레에 심어진 사철나무로 화환을 만들고 종이꽃을 만들어 달았던 졸업식장의 정성이 절로 생각났습니다. 저도 꽃 좋아하는데 귀한 만큼 대접받는 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6. Favicon of http://www.unny.com montreal florist 2009.11.11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네여, gerbera 꽃이 좀 불쌍하군여, 한국은 포장비가 싼가봐여, 그런 이쁜 포장은 여기선 비싸거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