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점심 즈음에 제가 일하는 경남도민일보에 어떤 분이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오셨느냐 물었더니 ○○교회 목사라고, 신도도 1000명이 넘는다고 하셨습니다. 다시,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물었더니 이야기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제야 눈치를 챘습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러 왔다거나 제보를 하러 왔다거나가 아니었습니다. 선교가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바쁘기도 했지만 그 때부터 저는 좀 바쁜 티를 내었습니다.
개신교의 강압적 선교 뿌리치는 방법을 저는 세 가지 알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 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효과가 가장 뛰어나지만,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점이 좀 걸립니다. 저는 교적(敎籍)이 천주교에 있거든요.
다음은 ‘다른 종교가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효과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리 말하면 그냥 물러나는 사람도 있지만 ‘전향’을 ‘강요’받거나 ‘비방’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답니다.
마지막 하나는 바로 무대응입니다. 당신이 뭐라 하든 나는 일절 대꾸를 않겠다, 지치거나 아무리 말해봐야 입만 아프겠다 싶으면 물러나겠지, 뭐 이런 생각이지요. 저는 이 방법이 뜻밖에 효력을 내는 경우를 많이 겪었습니다.
목사님 건네주신 1회용 휴지 봉지 포장.
가장 싫은 대목입니다. 그러면, 예수 계신 줄 몰랐던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은 모두 죽어 지옥에 떨어졌겠네요. 예수님 나시기 전에 살다 간 고조선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어디 있습니까?
“예수님 믿으십시오. 예수 믿으면 천당에 갑니다. 예수 믿지 않으면 아무리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살아도 죽은 다음에 천당에 갈 수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늘은 짧게 말씀드렸고 언제 한 번 교회로 찾아오세요.” 덧붙였습니다.
“일요일은 쉬잖아요? 그 때 교회 나올 수 있겠네요.” 그러셨습니다. 물론, 교회를 선전하는 1회용 휴지도 제 책상머리에 하나 놓아 주셨습니다. 제가 무슨 대꾸를 하면 바로 그것을 밑천삼아 다시 얘기를 이어나갈 태세 같았습니다.
말을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입이 그만 멋대로 움직이고 말았습니다. “월요일자 신문을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일요일에 일하는데요.” 하고 나서 바로 후회가 됐습니다. 목사님 얘기가 다시 이어질까봐서요.
그런데, 생각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목사님이 한 마디만 하시고는 곧장 나가신 것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일요일 교회에 나오지도 못하잖아!” 목사님은 그 길로 그냥 발길을 돌려 나가셨습니다. 돌아보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리스도(기독)교를 선교하러 오신 목사님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예수님을 알리려는 분 같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기 교회 신도 숫자 불리려고 이리 다니시지 싶었습니다. 첫머리에서 1000명 넘는 신도 숫자 자랑한 까닭도 되짚어졌습니다.
목사님 뒷모습이, 물건 팔러 다니는 무슨 외판원(外販員)처럼 보였습니다. 제품 좀 팔아보려고 권했는데, 상대방이 도저히 살 능력이 안 돼 괜히 시간만 깨졌다는 그런 분위기가 확 끼쳐왔습니다. 물론 모든 목사님이 다 이러시지는 않겠습지요만.
그러거나 말거나, 저로서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통하지는 않겠지만, 개신교 쪽 사람들의 끈덕지고 귀찮은, 강요에 가까운 선교를 뿌리치는 손쉬운 방법을 하나 더 알게 됐지요. “일요일에도 일하는데요, 그래서 교회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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