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속도로 아닌 국도로 자동차를 타고 대구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밀양 상동면에서 머리께가 잘려나간 가로수 플라타너스를 봤습니다.

가로수를 자치단체 사람들이 한 2.5m나 3m 높이에서 싹둑 잘라버려 놓았습니다. ‘짜리몽땅’이 거의 망치 또는 막대기 수준이었습니다.

올 봄 4월에는 서울 강남에서 대부분 가지가 잘린 가로수 플라타너스를 봤습니다. 위로 길게 줄기는 남겨뒀지만 옆으로 뻗은 가지는 굵든 가늘든 다 쳐 버렸더군요. 이 또한 황량했습니다.

밀양 상동과 서울 강남의 가로수.


옛날부터 저는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의 가로수 관리가 무척 못 마땅했습니다. 생명의 본성을 북돋지 못하고 자꾸 깔아뭉개려 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는 했지만 제가 전문 지식이나 다른 대안이 있지도 않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더랬습니다. 전깃줄에 걸리지 않거나 태풍에 안 쓰러지록 저리 한다 따위 사정이 있으리라 여기면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업무 덕분에 중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2005년 9월입니다. 중국 시안(西安)에 머물렀습니다. 진시황과 그이의 엄청나게 큰 무덤 병마용으로 널리 알려진, 유방이 세운 한(漢)나라의 으뜸도시 말씀입니다.

오른쪽 중국 시안 가로수는 전깃줄이 지나가는 가운데 부분만 가지가 잘렸습니다. 하지만 왼쪽의 제 모습대로 살기를 포기당한 밀양 상동면 금곡리 가로수는 전깃줄 따위 장애가 없는데도 이랬습니다.


가로수가 남달랐습니다. 아니, 가로수 ‘관리’가 남달랐습니다. 요즘이 아니라 옛날부터 그리해 온 것 같았습니다. 나무 둥치라든지 관리를 위해 잘라낸 부분이 오래돼 보였습니다.

여기 나무들은 제대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로수들은 제 모습 그대로 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 가로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플라타너스인데도 우리나라 가로수는 마구 잘려 흉물스럽지만 중국 가로수는 진짜 필요한 부분만 사람들이 잘라냈지 다른 데는 멀쩡하게 제 본성대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까지만 해도 전선이 위에 걸리면 나무 위쪽은 통째로 다 잘라야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꼴만 봐 왔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운데가 걸리면 나무 가운데 부분만 잘라 냈습니다. 그러니까 밖으로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전선을 터널처럼 감싸는 형국이 됐습니다.


그리고 바깥으로 전선이 걸리면 나뭇가지와 가지 사이로 지나가도록만 했지, 나무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사람 위주가 아닌 나무 위주 관리입니다.

중국 나무는 진짜 복 받은 나무입니다. 바로 저 나무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대접은 절대 못 받으리라 저는 여깁니다. 70년대 남자 중학생 까까머리 신세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플라타너스 말고 히말라야시더(개잎갈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히말라야 산자락 원산지와 마찬가지로 중국 히말라야시더는 가지 끝이 땅을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히말라야시더 가로수는 대부분 ‘짜리몽땅’입니다. 우리나라는 동대구역 둘레 히말라야시더가 으뜸이라는데, 그래도 ‘쭉쭉빵빵’ 중국 시안 히말라야시더에는 못 미치데요.

동대구역에서 신천동으로 오는 길에 늘어선 가로수 히말라야시더.

가로수를 저는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는 사람들 정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무엇보다 도시를 메마르지 않게 물기를 내뿜고 나아가 여름 기온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물론 나무가 제대로 자라서 잎까지 우거지도록 관리를 할 때 얘기이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하려면 중국 시안식 관리가 우리나라식보다는 훨씬 더 잘 나을 것 같습니다.

참 엄청나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지막, 길거리에 심긴 것은 아니지만,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에 있는 이들 히말라야시더는 정말 장했습니다. 조금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보기만 해도 온통 시원해지는 히말라야시더였습니다.

우리나라가 금전이나 물질 면에서 중국보다 낫다 해도 그리 크게 으시댈 까닭은 없다고 저는 봅니다. 악다구니 같이 아둥바둥 남들이랑 잘 다투기도 우리가 중국보다 낫지만, 이런 근본에서 저는 저 중국이 부럽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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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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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uepango.net bluepango 2008.12.20 0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의 가로수 관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전기줄 때문에, 태풍 때문에...
    귀찮은 일 하기 싫다...
    그냥 잘라버려!
    그렇게 당하는게 가로수 뿐이겠는지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20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연과 인간 사회가 서로 연결돼 있고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요. 가로수를 잘 가꾸면 우리 사람한테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2. goglle 2008.12.20 1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청주에서 조치원가는 길을 한 번 가보세요^^ 플라타너스 나무 정말 멋지게 자라 있거든요. 예전에 모래시계에서 최민수가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나왔던 곳으로도 유명하죠. 한국의 가로수를 자르는 이유는 가지치기를 하는거라고 보시면 되요. 자르고 나면 흉물스럽긴 하지만, 그 다음해 봄에 싹은 더 잘돋아나게 되지요. 위로 쭉쭉 뻗지는 못하지만, 좀 더 많은 잎을 나게 된답니다.

    중국의 시안.. 하하 정말 덥지요 열대성 기후라. 나무들이 정말 빨리 빨리 자라지요. 덥다보니 함부로 그늘을 없어면 안될거라고 생각하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분명하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전에 가지치기를 해 주는 것이 나무에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산에서 자라는 나무를 굳이 가지치기를 한 필요가 없겠지만, 가로수또한 사람이 관리하는 것이기에 가지치기는 어쩔수 없는 일 아닐까요???

    아, 저는 시안의 가로수보다... 하와이 호놀롤루의 공원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거기도 사계절이 덥다보니 나무가 잘자라기도 하겠지만, 호놀롤루의 공원마다 정말 제가 안을수 없을 정도로 크게 큰 나무들이 있답니다. 새들도 많고(비둘기말고요) 큰나무가 있는 공원이 한두개가 아니고 거의 모든 공원마다 그렇더군요. 그것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나무는 지정수로 보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도시개발이라는 미명하여 정말 많은 오래된 나무들이 베어진것이 안타깝지요.

    ㅎㅎ 그리따지다 보니, 이번엔 일본과 비교가 되네요.

    음... 이래저래 우리나라... 참, 산천이 아름다운 우리나라...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정말 위대해지길 바랍니다. 싸움만 하지말고요. 휴~ 몇년전부터 imf때보다 어렵다어렵다 했는데, 지금은 정말로 최악이네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20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대로, 우리나라에도 멋진 가로수 없지 않습니당. 다만 저는 가지치기를 저리 하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이런 말씀을 드리는 셈이고요 ^.^ 하하, 중국 시안은 그리 많이 덥지 않던데요.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따뜻하기는 하지만 이른바 사철도 비교적 뚜렷하고요. 대륙성/해양성 이런 차이도 없지는 않겠지만요, 그리 차이 나게 쑥쑥 크는 그런 나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무 좋은 줄 모르는 행정가나 위정자들 탓에 우리 나라 가로수가 제 모습 제 구실 못 찾는 현실은 저도 안타깝습니다만.

  3. Favicon of http://leeesann.tistory.com pennpenn 2008.12.20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보니 우리는 너무 심하네요~
    중국에서도 배울 점이 있어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20 1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고맙습니다.

      제게는, 중국에서<도> 배울 점이 있는 정도가 아니고요 중국에는 배울 점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던데요?

  4.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8.12.20 17: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보니 나도 시내에 가로수들 왜 저렇게 잘라 놓았을까 많이 궁금해 했었는데...
    미관상 보기도 안 좋고, 무슨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미관이 엄청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5. deneb 2008.12.20 2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가로수 및 조경 관리에 대한 이해를 보면 그 수준을 딱 알 수 있습니다.

    개별 단지 아파트만 해도 조경이라는 명목으로 잘 자라고 있는 나무의 성장 부분을 아주 가차 없이 잘라낸 것을 보면 한 생명의 희망을 완전이 짖밟아 버리는 것에 대한 약간의 거리낌도 없는 것 같습니다.

    부러운 수준의 어떤 것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의 효율성이라는 허울을 모든 것 앞에 놓지 않고 잘 했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오랫만에 싱크률 1000% 포스트를 보고 트랙백을 걸 내용까지는 없어 그냥 댓글로 남깁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21 2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우신 말씀이십니다. 저는 가로수도 불쌍하고 이리 하는 바람에 나무 심는 보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우리 인간들도 불쌍합니다.

  6. 2008.12.24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사람이나 담당자가 잘 몰라 습관적으로 또는 민원을 우려해서 일겁니다. 도시는 간판을 가린다고, 농촌은 주변 농지에 그늘을 주어 농작물 생장에 지장을 준다는 민원이 종종 있어 아예 획일적으로 자르기 때문일 겁니다. 상동면 사진을 보니 나무도 어려 자르지 않아도 될 걸 너무했군요. 도시주택 부근은 1층과 지하 방이 어둡다고 나무껍질을 돌려 벗겨 죽이고(큰 나무라 톱질을 하기 어렵죠), 수양버들과 현사시는 봄에 1주일 정도만 참으면 좋을텐데 꽃 날린다고 민원이 발생하니 수십년 자란 나무 단숨에 베어버리더군요. 가을이나 초겨울에 나무 중간에 짚으로 만든 미니스커트(?) 둘러놓고 봄철에 벗기는 것도 웃기는 행위입니다. 어떤 나무에 무슨 해충을 잡겠다는 목표가 없으니 효과 단하나도 없는 세금낭비의 전형임에도 매년 반복됩니다(보온을 위해 싸주는 것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