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성폭언은 정직, 대체학습 안내는 파면?

김훤주 2008. 12. 1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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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버스를 타고 가다가 뉴스를 들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선생 셋을 파면하고 넷은 해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 경위는 모르지만, 과연 그렇게 할만큼 무거운 사안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집에 와서 내용을 좀 뒤져봤겠지요. 일제고사를 거부하지는 않았더군요.

다만, 학생 보호자들에게 일제고사 말고 다른 체험학습이나 대체 프로그램이 있다고 안내를 했고, 이런 프로그램을 골라잡은 이에게 신청서를 받아둔 정도였습니다.

갑자기, 2002년 경남교육청 최고위급 간부가 저지른 성폭언 사건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당시 아주 떠들썩한 사건이었지만, 성폭언 장본인은 파면이나 해임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선생들이 학생 보호자에게 보낸 안내문.


그 때 저도 기사를 쓴 기억이 있고 해서 우리 <경남도민일보>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기사들이 줄줄이 뜨더군요. 김주완 기자의 2002년 10월 26일치 기사입니다.

교사들에 따르면 이날(10월 23일) ○○○은 예정에 없이 마이크를 들고 자신의 경력을 소개하면서 옆에 있던 □□부장에게 자신의 방에 가서 안경과 책을 가져오라고 시킨 후, 칠판에 ‘페로몬’이라는 글자를 썼다.

그는 “페로몬은 암내인데, 여자는 모름지기 암내를 풍겨야 한다”면서 “유난히 모기에 잘 물리는 여선생님이 있으면 손 들어보라”고 말했다.

한 교사가 손을 들자 “그건 페로몬이 많아서 그렇다. 페로몬이 많은 여자는 성기의 구조가 특이하다”는 등 자세하게 설명을 이어나가면서 “(손을 든 교사에게) 그렇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민망해진 교사가 “제가 볼 수도 없는 데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말하자 “나와서 엎드려 봐라”고까지 했다는 게 참석교사들의 주장이다.

○○○은 이어 24일 오후 3시 30분, 수료식장에서도 연수성적 우수자에 대한 상장을 한 장만 준비한 데 대해 역정을 내며 △△△ 간부들에게 소리를 치며 곧바로 상장을 더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다.

이어 ○○○은 “내가 어제 △△△장실 문은 항상 열려있다며 그렇게도 숫내를 풍겼건만 찾아온 암컷은 한 명도 없었다”는 둥 추태를 부렸으며, 자신의 외제 넥타이와 구두를 자랑 하기도 했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은 특히 △△△ 간부가 상장을 추가로 만들어왔으나 상금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장을 구겨 팽개치고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는 등 행패를 부려 교사들을 경악케 했다.

당시 전교조 경남지부가 벌인 항의 기자회견.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런 사람이 우리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데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반교육적인 말과 행동을 한 사람에게 교육청은 어떤 징계를 내렸을까요?

이번 일제고사 관련 징계에 비춰보자면 파면을 곱으로 해도 모자라겠지요. 그
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 중징계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고작’ 정직 3개월을 먹이고는 손을 털었습니다. 2003년 6월 16일입니다.

이 사람은 이날 성폭언으로 형사 법정에도 서게 됐는데 민주당 김한길 의원에게서 명예훼손 고소를 당해 1심에서 벌금 300만원 선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김한길이 자기 아내를 때리고 산다.”는, 사실과 다른 발언을 이날 선생들에게 해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는 형편없는 말과 행동을 했는데도 이 정도 처벌에서 그쳤습니다.

과연 어떻습니까? 이 사람의 말과 행동이 더 문제이겠습니까, 아니면 이번에 전교조 선생들이 일제고사 대신 할 수 있는 학습을 일러준 것이 더 문제이겠습니까?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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