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상매매'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기록하는 사람 2008. 12. 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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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6시 30분, 마산MBC 라디오광장과 전화 연결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주제는 저희가 집중보도해왔던 '돈 주고 상 받기', 즉 '상매매' 관행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아래는 그 인터뷰 내용입니다.

지난달 말이죠, 어청수 경찰청장이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에 선정됐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지요.

이 상 문제, 경남도민일보가 이달 들어 집중 취재했고 연속해서 보도했습니다. 결국 돈으로 팔고 사는 상의 실체를 폭로했습니다. 치적을 알리려는 기관단체장의 이해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수익을 받아 챙기려는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죠.

경남도민일보는 사실, 지난해 여름 이 상을 사고 파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적이 있었지요.

'돈 주고 상받기' 보도로 반향을 일으킨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김 기자 안녕하세요?
 

마산MBC 라디오광장


1. 이번 보도 계기는?

-이번에 어청수 경찰청장이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에 선정됐다는 뉴스를 보고, 심사기준에 약간 의문을 가졌는데요. 그런데 이 실체를 취재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어청수 청장뿐 아니라 다수의 자치단체장들과 기업체 사장들도 같은 '대상'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특히 우리 경남의 김한겸 거제시장도 '대상'을 받은 수상자로 포함돼 있었는데요. 김한겸 시장은 작년에도 우리가 경남지역 자치단체장들의 '상매매' 실태를 취재했을 때 역시 돈을 주고 상을 받은 전력이 있었거든요.
 
2. 맞다. 지난해에도 봤다. 그럼 지난해엔 어떻게 하게 됐나?
- 사실 지역언론에서 일하다보면 각 시·군에서 시시때때로 무슨 상을 받았다며 홍보자료를 언론에 돌리잖습니까? 그런데 보통 상이라는 건, 가장 잘한 사람 한 명에게 '대상'을 주고, 그 다음엔 금상, 은상, 동상, 뭐 이런 식으로 정해지는데, 그런 상은 '대상'을 받는 사람이 여러 명인 거예요.

그래서 이건 뭔가 이상하다. 무슨 엄격한 심사기준에 따라 주는 상이 아니라, 상을 주최하는 쪽에서 돈벌이를 위해 신청만 하면 모두 주는 그런 상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던 거죠.

도내 20개 시·군이 2년 동안 받은 모든 상에 대한 행정정보 공개 신청을 하면서, 접수비나 신청비, 심사료, 광고비, 홍보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낸 내역이 있는지도 함께 요구했어요.

그랬더니 수많은 시·군에서 돈을 주고 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거죠.
 
3. 언론 간의 '암묵적인 봐주기' 깨기 쉽지 않던데.
- 맞습니다. 이번에도 저희 신문과 미디어비평 분야의 인터넷신문 미디어스가 이 문제를 보도했는데요. 상당히 충격적이고도 코메디같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 신문들은 보고도 못 본 척 침묵만 지키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한국일보라는 동종업체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이 작용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상당수 다른 신문사들도 이런 식으로 상을 매매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걸 보도하면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됩니다.

그래서 일부 방송이나 인터넷신문, 지역신문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거죠. 결국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신문사와 행정기관, 또는 자치단체간에 '누이좋고 매부좋은' 이런 커넥션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게 문젭니다. 
 
4. 내용 좀 살피자. 우선 어청수 청장 받아 논란된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 어떤 상인가? 경남에선 누가 받았나?
-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라는 단체가 공동주최했고, 지식경제부와 세계언론인재단이라는 단체가 후원한 상인데요.

 우선 경남에선 김한겸 거제시장이 다른 17명의 시·군·구청장들과 함께 '대상'을 받았고요, 공기업이 포함된 기업체 사장들 7명도 역시 '대상'을 받았습니다. 행정기관장으로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받아서, 모두 26명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5. 돈을 내야 하는 거라고?
- 예 저희가 입수한 수상 신청 안내문건을 보면 상을 받는 기업체 사장은 부가세를 포함해 2200만 원을 광고료 명목으로 입금하라고 돼 있고, 자치단체장은 1650만 원을 입금하도록 돼 있습니다.

기업체에는 행정정보 공개신청을 할 수 없었지만, 자치단체장과 공기업 사장들 중에는 상당수가 이 돈을 입금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어떤 자치단체는 주최측과 흥정을 하여 돈을 깎은 곳까지 있었습니다.
 
6. 한국일보는 뭐라 하나? 전문기자클럽 조금 생소한데, 뭐라고 하나?
- 한국일보는 광고를 받기로 하고 이름만 빌려줬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기자클럽은 아마 올해 생긴 신생단체인 듯한데,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회장과 상임고문 말고는 회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회원들이 누구인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후원단체로 이름이 올라 있는 '세계언론인연합'은 한국신문협회는 물론 기자협회나 언론재단에서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단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존재하는 단체인지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7. 이것 뿐 만 아닌 것 같다. 사실 무슨 CEO상 창원시장, 경남도지사 다 받았던 거 같다.
- 그렇습니다. 경남도는 2005년 서울대학교 산학협력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주최한 '제1회 한국을 빛낸 CEO 상생경영분야'에 김태호 도지사가 대상을 받으면서 참가비로 주관처에 2200만원을 냈다고 합니다.

창원시도 2005년과 2006년 연속 한국공공자치연구원과 <동아일보>가 공동주관한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을 받으면서 신청비와 심사비로 각 400만원씩 800만원을 냈고, 2006년 <매일경제>와 부즈앨런&해밀턴이 주관한 '지식경영대상'에 심사비와 컨설팅 비용으로 330만원, 한국언론인포럼 주관 '지방자치대상'을 받으면서 특집방송 촬영홍보비로 1200만원, 2005년 일본능률협회 주관 '글로벌 경영대상'에 심사비 500만원을 냈습니다.

마산시는 2005년 한국신문방송연구원 주관 '지방자치대상'에 선정되기 위해 990만원을 냈고, 2006년 (주)한국언론인연합회와 월간 <정경뉴스>가 주관한 '지방자치발전대상'을 받으며 550만원, 2007년 <헤럴드경제>가 주관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얼굴'로 황철곤 시장이 상을 받으면서 광고비로 330만원을 사용했습니다.

진해시도 2004년과 2005년 한국능률협회 주관 '경영시스템 대상' 등에 각각 500만원, 한국경영인증원 주관 '녹색경영대상'에 700만원을 접수비로 냈습니다.

8. 무슨 브랜드 대상 이런 것도 다 비슷한 류 아닌가 싶은데.
- 예, 이런 류의 상들은 별의별 이름이 다 있습니다. 미디어스가 보도한 걸 보면 한국경제신문은 이런 상을 1년에 18개나 운영하고 있는데, 이름도 다양합니다.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 △2009 기술혁신경영대상 △2008 사회공헌기업대상 △2008 대한민국 인재경영대상 △2008 대한민국 가치창조경영대상 △2008 서비스경영대상 △2008 글로벌 리더상 △2008 친환경경영대상 △2008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 △2007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 △제10회 한경마케팅대상 △2008 산업안전경영대상 △2008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2008 고객감동경영대상 △제7회 신품질상 △2007 사회공헌 기업대상 △2007 대한민국 가치창조경영 대상 △2007 글로벌비즈니스경영대상 등이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현재 진행중인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


9. 문제가 뭔가?

 - 사실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상을 받으면 자기가 마치 행정을 아주 잘해서 받은 것처럼 자랑하고 생색도 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게다가 자치단체에서 낸 돈으로 주최측이 특정한 신문에 얼굴사진과 함께 광고도 내줍니다. 이건 합법을 가장한 선거운동이 되는 거죠.

그리고 돈도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게 아니라, 시민이 낸 세금에서 나갑니다.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죠.

또 상을 받고 나면 언론에 홍보자료를 돌리는데, 별 생각없는 신문과 방송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보도를 해줍니다. 거기에다 각 동별로는 관변단체들을 시켜 '축, 아무개 시장 XX 대상 수상' 뭐 그런 식의 펼침막을 붙입니다. 홍보효과 만점이죠.

상을 주는 신문사나 대행업체 입장에선 이런 자치단체장의 욕심을 이용해 돈을 벌어먹는거죠. 시민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속아온 것입니다.
 
10. 2년 연속 보도해왔다. 총평해달라.
- 이런 상매매가 한국에서 통할 수 있는 것은 우리사회가 워낙 '허명과 허세에 집착하는 사회'인데다, 그런 분위기가 자치단체장과 신문사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선출되지도 않고, 견제 받지도 않는 우리사회의 권력 중 하나입니다. 언론의 문제는 결국 다른 언론이나 국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나 양심적인 언론과 언론단체의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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