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시위장면을 보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순진하게도 펼침막이나 손팻말에 어김없이 '신자유주의 반대'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신자유주의'의 정치·경제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이 볼 때 '새로움'과 '자유'라는 그토록 좋은 말을 왜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쓰더라도, 적어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단어를 써야 한다고 본다. 가령 '시장제국주의'라든지 '강자독식주의', '무한경쟁주의'라는 말을 쓰면 얼마나 명징한가." (2007년 11월 29일, '네거티브' 좀 하면 안되나?)
"나는 수전 조지의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불편했던 게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언어였다. 이 책은 ' 폭압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실천적 제안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새롭다는 '신(新)'과 '자유'는 얼마나 좋은 말인가. '새로운 자유주의'를 왜 반대해야 하는가. 앞에 '폭압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긴 했지만 미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자유주의'라는 말의 정치경제학적 의미를 모른다.
그래서 내가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다른 언어를 여러 번 제안한 바 있다. '시장제국주의' '시장만능주의' '무한경쟁주의' '강자독식주의' 등이 그것이다.
생각이 짧아 이런 말 외에 더 좋은 대체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제 진보진영도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생활을 적극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2008년 7월 30일, 진보는 어떻게 자기 발등을 찍는가)
위의 글은 내가 그동안 써왔던 '신자유주의'라는 단어에 대한 얘기다. 적어도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는 게 내 주장의 요지였다.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딴엔 말글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진보진영의 이론가나 지식인들조차 '신자유주의'란 저쪽의 용어를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쓰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들의 용어를 쓰는 순간 그들의 프레임에 말려들고 만다는 것은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누차 번 경고하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해오던 나로선 오늘 정말 반가운 글을 발견했다. [창작과 비평] 2008년 겨울호를 보던 중 '논단과 현장'에 실린 김기원 교수(한국방송통신대)의 '세계 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라는 글에서 내가 그토록 주장해온 '시장만능주의'가 사용됐던 것이다.
그 부분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편 좀 더 근원적으로 따져보면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린 시장만능주의도 이번 위기 발발에 한 몫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글로벌화와 정보화가 급진전된 데 반해 그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느슨해진 것이다."
김기원 교수가 과연 내 주장을 봤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내 주장을 수용했든, 아니면 그 스스로도 같은 고민 끝에 이 단어를 선택했든, 어쨌든 경제학자가 '시장만능주의'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단어가 '신자유주의'를 압도하는 대체어로 확실히 자리잡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크하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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