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쓴소리 수용하는 환경단체, 보기좋았다

기록하는 사람 2008. 11. 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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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환경주의자라거나, 생태주의자는 아닙니다. 굳이 무슨 무슨 '주의'를 따지자면 인간주의나 인본주의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경을 무조건 '보호'의 대상으로만 본다든지, 사람이 좀 편리하도록 이용이라도 하면 큰 일 날듯이 하는 모습들이 가끔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이 블로거를 운영 중인 김훤주가 쓴 [습지와 인간](도서출판 산지니)이라는 책은 습지를 다루긴 했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의 습지만을 고집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습지는 어떻게 존재해왔을까요? 자연 상태 습지를 떠올려보면 바로 답이 나오니까 어찌 보면 좀 어리석은 물음이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예로부터 지금까지 인류 등장 이래 자연 상태 습지란 것은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그 '자연 상태'가 '인간이 배제된'이라는 뜻이라면 말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습지는 바로 우리 인간의 삶의 터전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7일 창원 나비소극장에서 열린 [습지와 인간] 출판기념회, 10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김훤주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훤주는 '환경만 보일뿐 똑같이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 아래 숨통이 끊어져 가는 우리 토종말'을 보지 못하는 환경단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지릅니다.
 
"토종말이야 죽든 말든 어쨌거나 소중한 습지가 더 많은 사람들 눈길을 끌어 개발하고 매립하려는 행정 관료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소벌이 됐든 우포가 됐든 상관이 없다는 태도입니다. 개발만 된다면, 돈벌이만 된다면, 자연이나 생태는 망가지고 부서져도 전혀 상관없다는 토목·건설족이랑 똑같은 사고방식이라고 저는 봅니다."

이 글을 환경단체 사람들이 봤다면 아마도 기분이 나빴을 게 분명합니다. 그들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고, 특히나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 운동가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기자생활을 해오면서 자기들에 대한 쓴소리를 가장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류가 바로 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7일 창원에서 열린 [습지와 인간] 출판기념회에서 본 마창진환경연합 사람들은 적어도 그렇게 속좁은 환경운동가들이 아니었습니다.

책에서 김훤주가 지적한 그 소벌을 '우포늪'으로 바꿔놓은 책임이 가장 큰 환경단체가 어쩌면 마창진환경연합일텐데도, 그들은 삐지는 대신 오히려 김훤주를 격려해주었습니다.


마창진환경연합 신석규 의장(오른쪽)이 습지 강사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석규 의장 등 간부들이 참석하여 김훤주에게 '습지 강사' 위촉장도 전달했습니다.

임홍길 이사(?)에 의하면 마창진환경연합은 연말부터 '습지와 인간 저자와 함께 하는 습지 탐방'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엄홍길 마창진환경연합 이사가 '저자와 함께 하는 습지 탐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쓴소리도 받아들이는, 그러면서 서로가 발전하는 방법까지 찾아가는 운동가와 운동단체를 볼 수 있어서 그날 출판기념회가 참 기분 좋았습니다. 

더 욕심을 낸다면, 이를 계기로 잘못된 '우포늪'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소벌'을 되찾는 운동도 시작되길 바랍니다.

신나는 문화교실 장애우들의 축하공연.

정부권도 블로그에서 말했듯이 수화공연을 신나는 문화교실 선생님들의 표정에는 사랑이 뚝뚝 흘러넘쳤다.

근현대사 연구자 박영주는 김훤주가 80년대 노동운동을 위해 마산 창원지역에 '잠입'했을 때 자취방을 함께 썼다고 한다. 당시 '이원만'이라는 가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후 그가 경찰에 구속됐을 때에야 '김훤주'라는 본명을 알았다고 말했다.

명색이 글로 벌어먹고 산다는 친구들이 준비한 펼침막의 글. '김훤주와의 만나다'라니. 정말 '쪽팔리는' 펼침막이었다. 게다가 '여자가 아닌 남자'는 또 뭔가. 깊은 사연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란다. 참~내.

저자의 영상보고는 '빨리 마무리하라'는 쪽지에도 불구하고 거의 밤 10시가 다되어서야 끝났다. 그래서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는 불평도 있었다.


습지와 인간 - 10점
김훤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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