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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깡패 김태촌과 삼성 이건희,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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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의 특검 소환이 코 앞에 닥쳤다고들 하는 예측이 무성합니다만, 저는 삼성이 무슨 잘못을 얼마나 저질렀는지 잘 모릅니다. 물론 이래저래 들리고 보이는 얘기들에 따르면, 그게 전부라고 잘라말할 수는 없겠지만, 고등 보통은 넘는 모양입니다.

비자금, 횡령.배임의 결과이자 조세포탈.뇌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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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본관(출처 경남도민일보)

첫째 비자금입니다. 뇌물로 쓰이는 이 비자금을 만들려면 기업마다 분식회계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분식회계는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에 손해를 끼치게 되고 이는 곧 횡령 또는 배임이 된다고 합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물론 사실이 아닐 개연성도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만.)

"삼성 본관 27층 관재 담당 상무 방이 있다. 현금과 상품권과 값비싼 포도주 같은 뇌물용 금품이 쌓여 있고 창살이 둘러쳐져 있다. 계열사마다 목표 금액이 할당된다. 할당된 뒤에는 계열사별로 지하 주차장을 통해 현금이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고 나르는 짐꾼도 따로 있다. 지하에서 27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바로 올라간다. 포장지도 있다. 300만 원은 CD, 500만 원은 월간지, 1억 원은 007가방, 3억 원 넘으면 사과상자......"

비자금은 반드시 다른 많은 범죄로 이어집니다. 먼저 비자금을 만들려면 크게 봐서 실제보다 매출액을 줄이거나 지출액을 늘려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쪽을 골라잡더라도 두 가지 다 세금 포탈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그럽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입니다. 또 이른바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관리했다지요? 이 또한 법으로 정한 금융실명거래의무를 어긴 범죄입니다.

또 있습니다. 뇌물입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공무원에게 건네면 뇌물죄가 성립되고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를테면 기자)에게 건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됩니다. 뇌물은 알다시피 정경유착 따위를 불러오며,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가 범법자로 처벌 대상입니다.

경영권 승계, 아들도 몰랐고 아버지도 몰랐다?

삼성에버랜드 사건, 이른바 경영권 편법 승계 사건도 이상합니다. 삼성 경영권은 200조 원으로 평가받는답니다. 삼성 모든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은 에버랜드를 통해 이뤄지는데 주식시장에 공개도 안 된 비(非)상장 회사고 규모도 작습니다. 그렇지만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배주주고, 삼성생명은 또 삼성전자의 지배주주고, 삼성전자는 다른 삼성 계열사의 지배주주고 하는 식으로 해서, 누구든 에버랜드만 잡으면 다른 모든 계열사를 좌우할 수 있답니다.

에버랜드는 1996년 신주 인수권부 전환 사채 90여 억 원 어치(=130만 주 가량)를 발행합니다. 신주 인수권부 전환 사채란 쉽게 말해 '조금 있다 주식으로 바꿔주겠으니 돈 좀 빌려다오.'랍니다. 이 130만 주는 에버랜드가 평생 발행한 주식 총수 70만7200 주보다 많습니다.

이것을 누군가가 인수하면 삼성의 지배권이 완전 바뀌는데도, 그리고 우선매입권이 주주 26명에게 있는데도, 삼성에버랜드 주주들은 하나만 빼고 모두 이를 매입하지 않았습니다. 주주도 아니던 이건희의 자녀 4명이 '몰아'가졌고 이 가운데 장남 이재용이 절반 가량 갖게 되면서 대주주가 됩니다. 희한한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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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 기자회견(출처 경남도민일보)

김용철 변호사는 당시 관계자들이 이건희-이재용이 다치지 않도록 호텔 등에 모여 검찰 진술과 법원 재판 모의연습까지 했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앞선 수사와 재판에서는 이건희도 모르고 이재용도 모르게, 에버랜드 사장과 부사장이, 200조 원 경영권을 60억 원에 아버지에게서 아들한테로 살짝 옮겨놓았다고 돼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속에 따른 증여세를 얼마나 떼어먹게 되는지 저는 계산도 못하겠습니다.

노동3권 압살과 중앙일보 위장 분리도

그리고, 노동3권에 대한 부정이 있습니다. 노동자 단결권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깡그리 묵살합니다. 아마 제가 알기로 관련된 업체 가운데 중앙일보만 노조가 있습니다.(어용보다 더하지요.) 나머지는 노조가 없으며, 있다면 유령노조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무노조를 유지하는 데는 불법이 없을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은 기본입니다.

이밖에도 주주 이름은 홍석현으로 하되 의결권 행사는 이건희가 하는 식으로 중앙일보를 삼성그룹에서 위장 분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등을 특별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도 이뤄졌답니다. 또 보험에서 고객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것들 또한 사실로 확인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안입니다. 저는 모르지만, 이밖에도 삼성특검의 수사 대상은 분명 더 있을 것입니다.

김태촌에 적용된 범죄단체조직죄

며칠 전, 김태촌 씨(폭력조직 서방파 당시 두목)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991년 10월 1일 서울형사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한 기사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됐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김 씨는 이듬해 대법원에서 같은 공소 내용이 사실로 인정되면서 징역 10년 확정 판결을 받습니다.)

김 씨에게 주어진 공소 내용은 범죄단체조직죄를 빼면 △협박을 통한 금품 갈취 △탤런트 모씨 등에 대한 이혼 강요 협박 전화 등뿐이고, 인명 살상과 같은 커다란 범죄행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에 저는 눈길이 갔습니다.

범죄단체조직에 대해 검찰은 "89년 경기도 모처에서 '축복기도 대성회'라는 종교 행사를 가장해 서방파 계열 부하 등 폭력배 300여 명을 모아 범서방파라는 폭력조직을 결성하고 두목으로 활동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 변호인은 "당시 대성회는 교회 목사까지 참석한 순수 종교행사였을 뿐"이라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답니다.

김태촌과 이건희, 범서방파와 전략기획실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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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출처 경남도민일보)

이 기사를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삼성과 삼성 전략기획실과 이건희가 생각났습니다. 김용철 변호사를 비롯한 삼성 비자금 관련 증언들은 죄다 전략기획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비자금 범죄 혐의도 전략기획실, 중앙일보 위장 계열 분리 불법 의혹도 전략기획실입니다.

불법적인 노조 통제 지침서도 전략기획실에서 발행해 비밀스럽게 배포한다 하며, 삼성에버랜드 신주 인수권부 전환 사채 발행을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도 전략기획실과 닿아 있답니다. 불법임이 확실한 뇌물 뿌리기도 전략기획실에서 바로 이뤄졌다는데, 범죄를 가리는 범죄 행위인 증거 인멸까지 전략기획실이 관여돼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도로 비서실?

전략기획실의 뿌리를 더듬어 봅니다. 원래는 회장 비서실이었습니다. 이건희 일가의 지배도구입니다. 저도 몰랐는데, 전략기획실 팀장은 계열사 사장보다 '급'이 높다고 합니다. 계열사 사장은 전략기획실 팀장 앞에 서면 차렷! 부동자세를 해야 한답니다. 그러니까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이나 김인주 사장은 쳐다도 못 볼만치 까마득한 데 있는 사람입니다.

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98년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문어발식 경영으로 나라 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재벌에 대해 거세지자 정부가 지침으로 만들라 해서 생긴 기구입니다. 지금은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꿨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지낸 노동운동가 노회찬 씨의 표현을 빌리면, '조폭들이 사회정화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폭력을 행사하는 꼴'입니다.

김태촌과 범서방파, 이건희와 전략기획실, 저는 어쩐지 좀 통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촌은 함께 모여 축복과 기도를 한다는 종교 행사를 가장해 범죄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이건희는 문어발식 경영을 구조 조정한다는 기업 행사를 내걸고 범죄단체를 만들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물론 저지른 범죄는 김태촌과 일당이 둘뿐이지만, 이건희 등의 범죄 혐의는 훨씬 많습니다.

'공안(公安)을 해하는 죄' 규정에 눈이 가는 까닭

그래서, 이건희와 그 아랫것들을 김태촌 씨와 마찬가지로 범죄단체조직죄로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형법 제5장 공안을 해하는 죄 제114조(범죄단체의 조직) ①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한다."에 저는 자꾸만 눈이 갑니다.

삼성 전략기획실과 회장 이건희 씨가 했다는 이런 일들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공안-공공의 안녕을 해하는 죄를 집단으로 저지른 셈이 아닌가요?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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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특별취재팀 지음 | 프레시안북 펴냄
이 책은 삼성그룹이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삼성 특검'의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그 이전에도 많은 사람이 삼성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수사를 촉구했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 결국 오늘의 큰 울림에 이르렀으나 경제 민주화로 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한국 재벌의 상징인 삼성은 법조계, 금융계, 노동계, 정계, 언론계 할 것 없이 전방위적인 로비를 통해 이건희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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