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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징 엠블럼
무슨 구체 수치를 딱 들이댈 수는 없지만, 서울 아닌 데 사는 사람들의 까닭없는 주눅듦이 이를 나름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운동하는 이들의 말버릇 가운데 하나, '상경투쟁'
노동운동을 비롯해 사회운동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상경(上京)>입니다.(관청에서도 이런 말을 쓰기는 합니다만) 해당 지역에서 투쟁하다가 안 되면 '상경투쟁'을 벌입니다.
좀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상대방에게 좀더 세게 압력을 넣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서울투쟁'이라 하면 안 될까요? 제 생각으로는 안 될 까닭이 없을 것 같습니다.
철도와 보도매체는 여전히 상행-하행
철도역에 가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서울로 가는 노선은 올라가는 상행(上行)선입니다.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노선은 내려가는 하행(下行)선입니다. 물론 이들의 '아무 생각 없음'은, 영국글로 스스로를 KORAIL로 적고 '한국철도공사' 대신 '코레일'로 불러달라는 얼빠진 행태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만.
고속도로를 다루는 한국도로공사는 바꿨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철도랑 마찬가지로 서울을 가장 높은 데 놓고 상행-하행으로 노선을 표시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2002년인가에 이런 표현을 싹 내다버렸습니다.
서울을 가장 높은 데 놓는 관성에 무엇인가 잘못이 있다는 문제의식의 발로이지 않을까 짐작을 합니다. 대신 어떻게 했을까요? '방향'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상행> 대신 <서울 방향> 이렇게 말입니다.
케이티엑스 '하행'선 영화객실 광고 포스터 부분
저는 앞으로 서울에 '내려'가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서울에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여태까지는 (서울이나 지역이나 평등하니까) '그냥' 가려고 애를 썼는데, 그렇게 아무리 해도 결과를 놓고 보면 자꾸 '올라'가기만 해졌기 때문입니다.
경남의 노동자 시인 가운데 표성배라는 이가 있습니다. 창원공단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사람은 오래 전부터 "서울로 '내려'간다.", "서울서 '올라'온다."는 표현을 써왔습니다.(표 시인은 사실, '내려'가 아니고 경상도 표준말로, '내리'라고 말해 버립니다.)
세 해 전인가 이를 듣고 표 시인께 이르기를, "서울과 지역,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원래 평등하니까 '그냥' 간다고 하면 되지, 굳이 <서울로 '내려'간다>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했습니다.
그 때는 제가 옳은 줄로 착각했습니다. 겪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노조 전임을 맡고 출장이 잦아지면서 언론노조 본조가 있는 서울 나들이가 많아졌습니다. 서울 가서 사람을 만나면 인사로 던지는 첫 마디가 대부분 "'올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입니다. '그냥',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하는 이는, 제 기억으로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같은 관성에서는 누구든 서울에 '그냥' 가기는 아주아주 어렵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가다 보면 출발에서부터 '올라'가게 되고 "이번에는 꼭 '그냥' 가야지." 작심하더라도 전체 분위기에 휩쓸리고 보면 어느 결에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게 되고 맙니다.
저는 그래서 거꾸로 "앞으로는 '내려'가야지.", 마음을 오지게 다져 먹었습니다. <서울에 올라간다.>는 말이, 지금 사회에서 틀리지는 않은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거나 좋기만 한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에도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자기 사는 지역 값어치를 가장 높게
그렇다면 개인 차원에서 이렇게 조금 무리를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나무를 바로잡으려면 가운데로 가져다 놓아서는 안 되고, 오히려 왼쪽으로 세게 잡아당겨야만 되는 이치처럼 말입니다.
제가 서울에는 '내려'간다 하고 제가 사는 창원이나 마산으로는 '올라'온다 하겠다는 바탕에는 무엇보다 먼저 서울을 가장 높은 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음이 분명합니다. 아울러 하나 더 밝혀두자면 여기에는 제가 사는 마산과 창원 그리고 경남의 값어치를 가장 높이 치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들어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사는 데를 가장 높이 치고 가치롭게 여기면서 살다보면, 언젠가는 세상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평평해지지 않겠습니까?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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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북개념으로 북쪽으로는 올라가는거고, 남쪽으로는 내려가는 것으로 생각하고있습니다.
일산에서 서울을 가면 서울에 내려가는거고, 서울에서 일산으로 가면 일산으로 올라가는것 처럼요.
서울로'올라간다' 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이유는 전, 서울이 대한민국(남한)에서 위쪽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보네요 =_=)
일산에 사시면 그러실 수 있겠네요. 크게 수도권이라는 한 틀로 묶이니까요.
한편으로 상경(上京)은 그 뜻이 분명합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감>
저도 그런 불만(?)이 있었는데, 글로 잘 표현해 주셨네요. 무의식일 수도 있고, 또한 지도로 놓고 볼 때는 자연적인 의식이라고도 봅니다.
내려가고 올라간다는 표현보다는 그냥 '간다'라는 표현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다 보니, '중앙'이 되고, 본부가 되고 그러다 보니...
내려가고 올라간다는 표현이 군더더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신대로 주눅들게 하는 요인도 될 수 있다 생각이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제 글의 취지를 이해해 주셔서요.
옛날에 임금임이 한양에 사셔서 그랬잖아
임진왜란때는 선조가 강화도에 피난을 갔는데 강화도 사람은 임금이 지네 마을에 왔었다고
한양에 내려간다는 말을 했다지 ㅋㅋ
그럼 니가 선조임금이냐
니가 태평양에 돌을 던진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니
꼬우면 출세하라고 했다.
높은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해라
충고는 고맙습니다만, 저는 출세는 하지 않기로 작정했습니다. 정해진 대로 트랙을 도는 일은 하지 않겠고요, 돌아도 저는 거꾸로 돌 생각입니다.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군사훈련때 제일 힘든 것이 좌향좌, 우향우 등이었습니다.
자라서는 올라온다. 내려간다라는 말의 뜻을 몰랐습니다.
왜냐고요, 서울서만 살았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어디 간다에서 의미의 차이가 있는 데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봉건시대의 유물인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여집합, 복소수등 수학등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중국사람들의 왜곡이 있는데 지금의 어려움은 조선시대 강제된 것입니다. 실제 고려때까지는 상당히 몽골적인 지명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쇠벌 등의 지명이 전국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주종간의 예를 중시하는 지명은 조선시대의 종속논리이므로 빨리 옛지명들을 참고하여 자신들을 찾고 발전시키는 것이 좋겠지요. 경은 춘천도 될수 있고, 춘자는 이두문자로 쇠벌을 나타내는 문자입니다. 상경은 경주도 될수 있고, 춘천도 될수 있고, 평양도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서로 보완적 존재이지 누가 주인이고 누가 오랑캐는 아니겠지요, 잘못된 때놈들의 사상을 가지고 상처받는 말들 하지 마시고 언론일을 하시면 감정을 억누르세요
또, 선조같은 나쁜 놈을 예로 들지도 마세요.
우리 역사책에는 청나라를 나쁘게 이야기하지만 청사에는 누르하치가 자신은 경주김씨의 후손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임진왜란시 누르하치는 선조에게 협력할 것을 제안하지만 중화주의자들은 반대합니다.
송시열이 나쁜 놈입니다. 청나라와 싸우자고 하고서는 어떻게 하였습니다. 정권을 잡자마자
아무 일 없었지요.
상경, 하경이란 말 없애면 약간의 혼란은 오겠지만 시골에 사는
민초들을 위해
중국놈들이 만든 말 없어지면 좋겠네요.
너무 허례허식에 물든면 안되겠지요.
제사라도 지낼만큼 다 잘살면 더좋구요.
지금이라도 조선시대에 사대주의자들이 만든
언어로부터 우리의 후손들이 편하기를 바랍니다.
한 번만 읽어서는 무슨 말씀이신지 잘 파악이 안 됩니다.(미안합니다.^.^) 여러 번 읽어보고 취지가 무엇인지 알아서 제 삶에 참고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개새꺄
'초딩'도 못되는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