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을 딴 최진실

저는 63년생입니다. 제가 이름을 알고 나름대로 좋아하기까지 하는 여자 연예인은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적은 사람은 아마도, 최진실 씨와 정선경 씨 둘 정도가 전부이지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제가 스무 살 청춘을 보낸 80년대 대부분과 90년대 초반은, 정치로 보면 독재가 깨지고 지배 구조가 재편되는 어수선한 국면이었습니다만, 경제 측면에서는 독점 자본의 성장과 지배가 안팎으로 안정되고 완성되는 시기였습니다.

독점 자본의 안정된 지배의 완성이란 사회적으로는 계층 이동의 제한․제약으로 나타납니다. 90년대 들어 더욱 심해졌지요. 적어도 80년대 초반에만 해도 시골 촌놈이 이른바 좋은 대학 나와서 출세하는 얘기가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이 같은 ‘성공한 촌놈(또는 촌년)’이 드물어졌습니다. 갈수록 적어졌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현상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진실 씨는 거의 마지막으로 신분 상승을 이룩한 연예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88년으로 저는 기억을 하는데요, 최진실 씨가 삼성전자 광고에 나왔습니다. 아주 앳된 모습으로 “남자는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합니다. 알려진대로 이 광고 하나로 최진실 씨는 발 딛고 선 현실을 떠나, 마음으로 그리던 별을 따 자기 가슴에 달고야 말았습니다.


2. 별이 된 최진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저는 이렇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뒤에 가려진 사연들은 몰랐던 것입니다. 이번에 최진실 씨 자살이 있고 나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춰보니 최진실 씨도 자기가 갖고 있었던 ‘최초’ 기록이 적지 않았습니다.

첫째는, 광고로 스타가 된 최초입니다. 더 이상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메니지먼트 시스템 안에서 성장한 최초입니다. 세 번째는 92년 그이가 출연한 ‘질투’가 새로운 트렌드 드라마로서 최초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이가 혼자 노력해서 스스로 별이 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모자랐습니다만, 제 또래에서는 이리 생각하기가 십상입니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기 연예인들의 상징 조작이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귀여우면서도 갖은 풍상을 다 겪은 듯한 타고난 겉모습에,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기획이 겹쳐져 있었습니다.
“압구정동 가지 마라, 디스코테크 가지 마라. 남자를 만나도 한 남자만 사귀어라.”(‘시사인’ 10월 11일치 56호 “그녀의 죽음은 우리 시대의 패배”에서 재인용)


최진실 씨 이미지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귀여움에다 친근함이 겹쳐졌습니다. 그이가 겪었던 어린 시절 가난과 청춘 시절 성공을 위한 피어린 몸부림도 좋은 도구가 됐습니다. 이럴 때 이 말을 써도 좋을지 망설여지기는 하는데, ‘서민성’까지 띄었습니다.


여기 나오는 서민성은, 많은 서민으로 하여금 ‘나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 자체만 두고 보면 이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서민들도 대부분은 나중에는 결국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리 될 수 없어.’ 깨닫기 때문이지요.


3. 사라진 별 최진실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엘리베이터를 탄 듯이 신분 상승을 이룩한, 그러면서도 귀여움과 친근함 이미지로 둘러싸인 그이는, 그에 걸맞게 여러 어려움을 맞이하고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든 뛰어넘었습니다.


94년 최진실 씨 운전기사(요즘은 ‘로드 매니저’라 하지요.)가 최 씨 매니저 배병수 씨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네요. 이 때도 악성 루머가 무성했습니다. 2000년 프로야구선수 조성민 씨와 결혼하고 2004년 이혼했습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가정 폭력까지 겪었으나 최 씨는 오히려 폭력을 유도했다는 비난을 받았어야 했지요. 이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져 자기가 출연했던 광고업체에게서 3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따위는 최진실 씨의 당당함과 악착스러움을 보여주는 또는 돋보이게 하는 보조 도구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그이는 이 모든 것을 물리치고 뿌리치고 이겨가면서 자기 면모를 날마다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너무 많은 미디어들이 너무 많이 떠들어댔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결론 삼아 말하자면, 최진실 씨는 지난 20년 동안 높고 험한 산을 많이 넘었으나 결국은 야트막한 언덕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하지만 원인은 지금 눈앞에 있는 작은 언덕이 아닙니다. 그이가 넘어온 숱한 산들이 원인입니다. 그이가 그 숱한 산을 넘을 때 도구로 썼던 여러 가지들이 원인일 것입니다. 거듭거듭 피로가 쌓였습니다. 그 피로를 풀기 위해 먹었던 것들이 중독 증세를 일으켰습니다.

4. 깨지게 마련인 신화

1988년 스물여섯 어린 때였지만, 저는 스물 한 살 그이의 등장을 예사롭지 않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이가 입에 물고 나온 ‘남자는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가 더없이 황당무계하고 앞뒤조차 맞지 않는 ‘신화(神話)’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모든 신화는 필연 결핍과 동시에 개연 과잉을 겪습니다. 저는 언젠가 최진실 씨가 책임져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우스개 삼아 한 적도 있습니다. 최진실 씨의 진실과 달리, 제가 아는 진실은 이렇습니다. ‘남자는요, 여자 하기 나름이 절대 아니에요.’


이 말을 일반화하면 이렇게 됩니다. ‘세상은요, 사람 하기 나름이에요.’ 범주를 바꿔 보면 ‘선생은요, 학생 하기 나름이에요.’, ‘대통령요, 국민 하기 나름이에요.’, ‘자본가요, 노동자 하기 나름이에요.’ 등등이 ‘생성’됩니다. 그러나 그렇습니까?


최진실 씨 살아온 나날로 이를 재구성하면 허황됨이 더 뚜렷해집니다. ‘남편 조성민 씨 폭력은 아내 최진실 씨 하기 나름이었어요.’ 또 최 씨의 자살을 두고는, 광고 카피의 변주인 ‘세상은요, 사람 하기 나름이에요.’가 거짓 명제임을 입증한 사건이라 규정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던져진 메시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 분명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이가 귀여워서 좋았습니다. 조성민 씨와 결혼한다 할 때는 살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헤어진다 할 때는 안타까웠습니다. 어쨌거나, 최진실 씨의 명복을, 늦었지만 한 번 더 빕니다.


김훤주

※ ‘창원대신문’(2008년 10월 20일자)에 써 넘긴 글을 조금 많이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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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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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_top_blogtop=go2myblog 실비단안개 2008.10.20 0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연예인에게 특별한 호감을 가지지않기에 큰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그저 돌리는 채널 어디에 그녀가 있겠지 - 그가 또 있겠지 - 정도.
    그냥 그렇게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 이날이 제 생일이었었네요 -
    블로거 기사에서 먼저 접했습니다.
    최진실 사망 -
    속으로 - 이런 오보를 - 하며 그 기사를 클릭하고 다음 메인을 헤맸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 데, 하여 큰관심을 가지지 않았는 데 - 그런데 제게 참 큰 충격이었습니다. 며칠간요.

    어제 오래전 방송인가봐요. 강호동이 볼 발그레 나오는 프로그램 - 최진실씨와 이영자씨가 나왔데요.
    이뻤습니다. 그녀가 간 게 아까웠습니다.

    가고 - 이틀즘 지나니 최진실씨가 더 이상 뉴스의 기삿거리가 되지않으면 좋겠다 - 그만 쉬게 해 주면 좋겠다 - 생각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계속 기사화 하더군요.
    심지어 더 논하지 말자는 기사까지.
    이런 내용의 댓글 여기가 처음인가 봅니다.

    이제 정말 쉬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Favicon of http://applejadore.tistory.com/ 사과벌뢰 2008.10.20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훔 고인을 추억하는것도 좋지만 너무 우려먹는다란 느낌이 오네요

    •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8.10.20 1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상은 하기 나름 아니라는 걸 또 온 몸으로 보여 준 게 아이러니하게도 최진실이니 최진실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가 독재자를 예로 들 때 박정희 만한 인물이 없듯이...

      아마 앞으로도 종종 최진실 이름은 등장 할 수밖에 없을 듯하네요. 그걸 최진실법이란 정략적 이용과 구별해 주셨음 하네요.

    • Favicon of http://applejadore.tistory.com/ 사과벌뢰 2008.10.20 1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기분을 좀 상하게말해서 죄송해요

      이글 읽기전에두 이런글을 몇번 읽었더니

      그만 요기다가 살포시 안좋은 말을 했어욤

      죄송합니다 ㅠㅠ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0.20 1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닙니다, 사과벌뢰님.
      사과벌뢰님께서 하신 그런 비판을 당연히 받으리라 예상을 했어여. ^.^

      저는 이런 글을 쓰려는 생각을 전혀 않고 있었는데, 창원대신문 주간을 맡고 계신 선생님한테서 원고 청탁 전화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래 저로서는 '시간 간격이 너무 벌어지지 않느냐? 꼭 실어야 하느냐?' 묻기밖에 못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래도 최진실에 관한 글을 하나 지면에 남기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한 번 써 봤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리면서도 내내 찜찜했습니다. 고맙습니다. Orz.

    • Favicon of http://applejadore.tistory.com/ 사과벌뢰 2008.10.20 19: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침에 이 댓글 쓰고나서 한참을 생각했어욤 그래도 고인을 추억하는 맘에 썻을텐데 내가 괜한 댓글을 단것같아 신경쓰고 있었는데 이 죽일놈의 메멘토 못지 않는 기억력때문에 도무지 블로그가 생각이 안나는거에요 언능 주인장님이 댓글보기전에 지울려구했는데 결국은 외출하고 나서 블로그들어와 보니 파비님 댓글보구 아 요기지 하구 후다닥 달려왔어욤


      괜시리 앞에서 본 몇개의 블로그 때문에 기분상한걸 요기다가 것두 안좋게 말해버려서 위글의 파비님 기분도 상하게 하구 훤주님 기분도 상하게 해서 죄송해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0.20 1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닙니다. 저 기분 다치지 않았어염. 저 그렇게 예민한 인간이 못 됩니당.

    •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8.10.20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두 다친 건 전혀 없는데요~^^ ㅎㅎ
      그러나 본문에 최진실 사진 보니 맘이 많이 아프네요.
      저두 사실 최진실 팬은 아니라도 많이 좋아했지요?
      그런데 우리는 팬이란 그런 말 잘 못하는 세대라서...
      알고보니 영광 만큼이나 아픔이 많았던 분이고, 그래서 앞으로도 게속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 Favicon of http://applejadore.tistory.com/ 사과벌뢰 2008.10.20 2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훤주님 파비님 사과가 아무 생각없이 툭 던진말을 너그러이 봐주셔서 감사해요

    • Favicon of http://talkonsex.com 섹시고니 2008.10.20 2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딱 제목을 보고 사과님 같은 생각을 했는데요.
      저같은 경우는 글을 읽어 내려오면서 아. 김훤주 기자님이 가슴에만 담아놓고 하지 못했던 말을 어렵게 하셨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건 순전히 제 느낌이죠.
      어쩌면 김훤주 기자님을 예전에 뵈었을 때의 느낌에 어떤 막연한 믿음이랄가.. 이런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0.20 23: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섹시고니님 홈페이지(이 표현이 맞나요?) 토크온섹스닷컴에 들러 글 남겼습니다요.

  3. 그리며 2008.10.20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흔 한 살에 생을 던진 그녀때문에 가슴이 아펐습니다
    여자 나이 마흔 살 즈음에는 외로움이 밀려오나 봅니다
    ..
    마흔은...
    열정을 놓지 않고 싶은 몸부림의 나이인가 봅니다
    ...
    이제는 불러보지 못할 그 이름 최 진실
    연애인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녀가 나오게되면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정말 내 마음속에 내려놓기가 아타까운 배우였던것 같습니다.
    ..
    살아가는 동안 어린아이들이 가슴 한 구석 휭하게 아플꺼라는 생각 때문에
    참 많이도 충격이 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0.20 1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도 있듯이 주어진 한 평생 나름 살아야 했는데, 참 안 됐습니다.

      그 때 그 한 순간, 크게 한숨만 한 번 쉬었어도 이리 되지는 않았을 텐데... 어찌 보면 그리 크게 한숨 한 번 쉴 여유를 갖지 못하게 만든 이 세상이 미워지지요.

  4. 2008.10.20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0.20 1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가서 보니 구성이 아주 잘 돼 있더군요. 선생님 댓글도 읽어봤습니다. ㅋㅋ 그런데 제 댓글은 남기지 못했어요.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리 한 것 같습니다요. 그러나 다시 찾아 가서 저도 댓글 남길게요.

  5.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였어요 2008.10.28 0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팬도 아니고, 주목했던 스타도아니지만 가고나니 왜이리 슬픈가요.
    가고나니 그 자리 허전함이 내핏줄 내가족마냥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