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진보신당은 케이블카 타면 안 되나?

김훤주 2008. 10. 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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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경남도당 홈페이지에서,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타는 문제로 조그맣게 논쟁이 붙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궁금증이 일어서 한 번 들어가 봤습니다.

저는 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반환경적 시설물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일도양단하면 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여영국 사무처장이 8월 25일 쓴 ‘지금 도당은’입니다. 여기에 이런저런 댓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해당 부분만 들어내어 가져왔습니다.

“이번 주 29일에는 도당 5차 운영위원회가 열립니다. 지역 당원 간담회, 당원 협의회 및 분회구성사업과 더불어 9월 28일 당원단합대회를 포함한 9월 사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 집행위 회의에서 9월 28일 당원단합대회는 통영 미륵산 등반 계획을 운영위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반대해 왔던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는 찜찜함이 있지만 장애인 당원도 함께 참여할수 있는 등반이라 생각하여 안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혹시 당원동지들의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29일전에 게시판이나 전화로 의견을 주시면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튿날 붙은 댓글입니다. “말 많고 탈 많은 미륵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당원단합대회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당의 이름을 건 행사에 그동안 반대해 온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은 상상이 안 되네요.”

“저도 동감입니다.”라는 댓글이 같은 날 달렸고 다음날에는 “당원 두 분 말씀에 공감은 하는데, 문제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으면 장애인 동지들과 함께 산에 오를 수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아예 등산이 아닌 다른 걸 하면 되겠지만, 등산이 제일 부담이 없거니와 장애인 동지들의 경우 평생 가도 산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본 건데, 장애인 동지들만 케이블카를 타고 나머지 분들은 걸어서 오르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싶네요.”라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아마 여 처장이 단 답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않았습니다.
“비장애인으로서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정말 난감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관광용으로 설치된 미륵산 케이블카를 장애인 동지든 비장애인 동지든 진보신당 이름으로 이용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게다가 미륵산 케이블카는 얼마나 부실한 케이블카입니까! 고장 나서 사람들이 몇 시간씩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는 이야기도 두 번이나 들은 것 같습니다.
지금 개발 정책에 편승한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허가가 났다고 합니다. 이거 심각한 환경파괴가 명백한데 진보신당은 어떻게 반대하려고 하십니까? 얼음골 케이블카는 시작일 뿐일 겁니다.
어제 진주지역 모임에서 도당 단합대회 이야기가 잠깐 나왔습니다. 어제 모였던 분들은 모두 케이블카 이용을 반대했구요. 차라리 노고단을 가자, 거기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같이 오를 수 있다,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산 정상에만 오르려고 하나? 길을 산 정상으로만 뚫어 놓아 산 속 마을과 마을을 잇는 숲길이 다 사라졌다. 그 숲길을 복원하는 모임도 있으니 차라리 그 숲길을 찾아가자,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또 “윗분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하는 찬성 댓글에 달렸고 이어 자신을 ‘비당원’이라 밝힌 한 사람은 ‘동감’에 반대하는 댓글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논쟁을 하시면 장애인들 기분 드러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고단 도로는 환경파괴 아닌가요? 숲길 가보셨나요? 휠체어 절대 못갑니다. 보도블럭 잘못 깔린 인도도 휠체어 다니기 힘듭니다. 거기는 두 발 성한 사람들의 트래킹 코스입니다. 논쟁을 하시더라도 장애인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감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장애는 사회적 차별입니다.”

이런 가운데 여영국 처장이 다시 ‘지금 도당은’을 올렸습니다. 9월 2일입니다. 행사 계획을 바꿨다는 내용입니다.
 
“9월 28일 당원 단합대회 장소는 섬진강변 체육공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8월 29일 도당 운영위원회에서 반환경시설로 반대해온 케이블카를 이용하는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장소를 변경하고 행사내용도 체육행사 중심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논란은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제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합니다.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했으면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나서도 죽을 때까지 평생 케이블카를 타면 안 되는 것인지요?

게다가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듯이, 일부러 타겠다는 얘기도 아니거든요. 그냥은 산에 오를 수 없는 장애인 당원과 함께하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순결주의식으로 나가면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을 저는 합니다요.

저는 고속철도의 천성산 터널 관통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케이티엑스를 잘도 타고 다닙니다요. 이것은 농담이 아니고요, 아마도 천성산 산지기 지율스님도 아마 그러리라 저는 생각합니다만. 스님은 글에서 그리 할 수밖에 없으리라 밝히기도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궁금증이 하나 더 생기네요. 이 글 읽으시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미리 밝히지만 진보신당에 흠집이나 내려고 이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저 또한 당적을 진보신당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 당적은, 제가 노조 전임을 하는 동안만 유지되겠지만 말입니다.(경남도민일보 구성원들이 윤리 강령에서 기자의 당적 보유를 스스로 금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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