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임은 틀림이 없는데, 이에 더해 마음이 여린 사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함께 듭니다.

아주 친한 동갑내기인데, 물건 사러 동네 슈퍼마켓 갈 때 다른 가게 비닐 봉투를 들고 가지 못합니다. 가게 주인이 언짢게 여길까봐서 말입니다.

그 친구 사는 아파트 둘레에는 슈퍼마켓이 세 개 있는데 다들 규모가 비슷비슷하다고 합니다. 아주 작으면 상호가 찍히지 않은 까만 비닐 봉투를 그냥 쓸 텐데 그보다는 크다는 얘기지요.

이 친구는 그래서 ㄱ슈퍼 갈 때는 ㄱ이 새겨진 비닐 봉투를 들고 가고, ㄴ이나 ㄷ슈퍼 갈 때는 해당 가게 이름이 새겨진 비닐 봉투를 챙겨 가는 식이랍니다.

우리 집에 모아 놓은 비닐 봉투들

왜 그리하느냐 물었더니, 세 군데 다 자기가 그 가게 단골인 줄로 알 텐데, 다른 가게 비닐 봉투 들고 가면 가게 주인 기분 나빠지겠지 싶어서 그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해당 가게 봉투가 없으면 어쩌느냐 물었더니, 새 봉투 값으로 30원이나 50원을 더 물더라도 그냥 맨 손으로 가는 수밖에 없지,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가게 주인이 그런 것까지 신경쓰겠느냐, 당신 마음이 너무 여린 것 아니냐고 다그쳤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습니다. 실제 그렇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마음이 불편하니까.

세상 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사람이 싫지가 않습니다. 자기만 생각해도 살기 어려운 세상인데, 이처럼 상대를 배려한다니 그것만으로도 귀한 존재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하하.

김훤주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상세보기

카카오톡으로 친구맺기




김주완이 최근에 산 상품을 보여드립니다
아이몰 아이폰용 이동식 OTG 젠더 B타입 외장메모리 + C PIN 커넥터 + 5 PIN 커넥터 + 벨벳 파우치, 32GB 오뚜기 고시히카리... 아디다스 쿼드큐브 운동화 EH3096 유한킴벌리 덴탈 마스크, 50매입, 1개 샌디스크 iXpand Mini 아이폰 OTG USB, 256GB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ㅜㅅㅜ 2008.10.12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런 사람싫어요 저희 아버지가 그러시거든요 ㅜ ㅜ

    •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8.10.12 18: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두요. 우리아버지는 옛날에 잠바를 가끔 벗어주고 오시기도 했어요. 정월 초하룻날, 거지와 함께 밥을 먹어보기도 했구요.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기겁을 했었지요. 제 어릴 땐 거지가 많았어요. 요즘은 본 적이 없지만, 서울 가면 많다고도 하던데...
      그래도 그 아저씨 정이 가네요. ㅎㅎ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0.13 0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요, 희귀종이나 멸종위기종은 보호해 줘야 하지 않을까여????
      개인의 호불호가 사회적 보호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재단할 수는 없지 않을까여????? 하하.

  2. 2008.10.13 06: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장바구니 2008.10.13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마음은 따뜻합니다만 본인만의 장바구니를 들고 가면 되지 않을까요? 봉투를 살 필요도, 주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 장바구니 드는 일인데요.

  4. 그냥 들러본 사람 2008.10.19 0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솔직히 기본예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