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빠구리’ 때문에 돈 벌게 생겼다고?

김훤주 2008. 10. 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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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에, 뜻하지 않게 표절을 당하게 됐고, 뒤늦게 알기는 했지만 꼭 고소를 하겠다고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속보(續報)인 셈입니다.

*이전 글 : ‘빠구리’ 때문에 당한 황당한 표절

낱말은 같지만 전라도 말뜻과 경상도 말뜻이 서로 다르다는 것과 이에 따른 말맛의 쫀득쫀득함을 적은 글이 ‘에로틱’하게 상업적으로 악용돼 아주 기분이 사나웠다는 말씀도 그 때 드렸더랬습니다.

그 때 곧바로 제가 살고 있는 창원중부경찰서를 찾아가 곧바로 고소를 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있다가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2004년 9월 표절을 했으니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하려면 공소 시효 3년이 적용돼 늦어도 2007년 9월에는 기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포기가 됐습니다.

글쎄, 창간호서부터 표절을 했습니다요.

당시 저는 표절을 한 <유모어 뱅크> 발행인에게, “고소를 할 테니까 준비를 하시라.” 연락을 했습니다. 내용 증명으로 관련 문서도 보냈고요.

이 발행인이 제가 연락을 보낸 바로 뒤에는 제게 전화를 해서 “경위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미안하게 됐다.”, “원고료를 주고 책도 출판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경위를 알아보시고 다시 연락을 하시라.” 했습니다. 연락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람도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줄 알고 이러는 모양이다.’ 짐작을 했지요.

저는 미웠습니다. 도둑질을 해 놓고, 남에게 그로 말미암아 작지 않은 수치심과 혐오감을 안겨놓고도 자기한테 탈만 없으면 된다는 태도가요. 참 뻔뻔하지 않습니까?

저는 손해 배상을 생각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쓴 남의 글을 자기 돈벌이를 위해 나쁜 쪽으로 활용하면 이 정도 괴로움은 당해야 함을 뼈가 저리도록 느끼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역 법조계의 깡패(?, ^.^; !) 박훈 변호사 법률 사무소를 찾아갔습니다. 8월 말이지 싶습니다. 한 때 같이 혁명을 꿈꾸기도 했던 김종하 사무장과 의논해 9월 안에 소장을 내기로 했습니다.

추석 지나고 김종하 씨한테서 소장이 날아 왔습니다. 손해 배상으로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소액 심판은 상대가 이의(異議)를 내지 않으면 그대로 인정이 됩니다.


저는 소액 재판 상한액이 2000만원임을 알고 있었기에, 서울에 있는 <유모어 뱅크> 발행인을 한 번이라도 창원으로 걸음하는 수고를 끼치려면 상한액을 청구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그러면 인지대가 많이 들 뿐 아니라 이런 액수만 해도 그이가 충분히 걸음을 할 것이다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렇게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누구를 미워하거나 괴롭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표절을 줄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줘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 이 방법밖에 없답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저더러 앉아서 돈 벌게 생겼다 하셨지만, 사실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그런 괴로움을 저도 겪고 있습니다.

김훤주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역사/풍속/신화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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