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불교계 훈계 경찰서장, 그 후...

기록하는 사람 2008. 9. 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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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교육을 받고 왔습니다. 교육 중 인터넷에 접근할 짬이 나지 않아 답답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불교계 훈계, 경찰서장 글 사라졌다'가 9월 4주차 블로거 특종에 선정됐네요.

이 글은 저희 블로그 포스트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던
'현직 경찰서장, 불교계에 훈계 기고'라는 글에 이어지는 것이었는데요. 아마도 두 개의 포스트에 대한 평가였던 것 같습니다.

논란을 빚은 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의 글은 종교편향 논란의 본질을 은폐, 왜곡하고 있다는 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조계종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합법적인 검문검색만을 이야기하고 있을뿐, 현정부의 총체적인 종교차별 행태와 어청수 경찰서장의 경찰복음화 기도회 포스터 등장 등의 문제는 쏙 빼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자신의 주장을 펴는데 필요한 팩트만 뽑아 불교계가 마치 억지를 부리는 집단처럼 매도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기고문이 논란을 빚자 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는가 하면, 신문사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자신의 글과 거기에 붙은 누리꾼들의 의견까지 모두 삭제해버렸습니다. (경남도민일보 민병욱 기자의 확인 결과 창원중부경찰서 경무과에서 경남매일에 삭제요청을 했고, 서장에게는 사후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자신은 불교계 전체를 마음껏 매도해놓고, 정작 자신의 글에 대한 비판은 듣지도 보지도 않겠다는, 나아가 누리꾼의 입까지 막아버리겠다는 파쇼적 자세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쨌든 그의 글은 그렇잖아도 계속 꼬이고만 있는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의 불편한 관계를 더 풀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놓고 말았습니다. 이후 상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일 창원 구룡사에서 성명을 냈습니다. 구룡사는 성명에서 "합법적인 법집행만 눈에 보이고 진정 불교계가 주장하는 공무원들의 종교차별 행위의 배경은 보지 못한다"며 "대세를 보지 못하고 엉뚱한 말로 불교계를 자극하는 강 서장은 즉각 사과하고 책임을 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20일 민주당은 이재명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더니 지금 경찰이 딱 그 모양"이라면서 "불교계 폄하 공적으로 장로 대통령의 하해같은 성은을 입으며 장수하는 어청수 청장을 따라 이제 일선 경찰서장까지 불교계 폄하에 나서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주장했습니다.

23일에는 경남불교신도회 이순항 회장과 마산 정법사 신도회 김상헌 회장, 창원 성주사 신도회 김태종 회장, 마산거사림회 최종식 회장 등 도내 불교 신도 대표 4명이 창원 중부서를 방문해 한시간 동안 강 서장과 면담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신도회장들은 강 서장에게 △도내 일간지와 불교신문에 공개 사과문을 싣고 △경찰서 내에서 종교 편향이 없도록 하며 △불교계에 물의를 일으킨 것을 책임지고 공직에서 사퇴하고 △불교 신도로서 지속적으로 참회하라고 요구하고 이에 대한 답을 이번 주 안에 서면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신도회장들은 오늘(27일)까지 강선주 서장의 답변을 기다려본 뒤, 스님들과도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강선주 서장의 해명이 걸작입니다.

강 서장은 이어 "원래 내가 쓴 기고문은 더 긴데 <경남매일>에 나온 글은 일부가 잘려 있어 오해의 소지를 더 키웠다"고 설명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이 사그라질 때까지 아무 대응도 않고 조용히 있기로 했다"는데요, 아무 대응도 않고 조용히 있는 게 자유게시판을 폐쇄하고, 이미 기고한 글을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삭제해버리는 걸까요?

"<경남매일>에 나온 글은 일부가 잘려 있어 오해의 소지를 더 키웠다"고 했는데요, 잘린 부분은 어떤 내용일까요?

자료삼아 강선주 서장이 쓴 글의 원문과 <경남매일>에 실린 글을 이미지 파일로 올려둡니다. 비교해서 읽어보시면 과연 일부가 잘린 게 오해의 소지를 더 키운 건지 판단이 될 겁니다.


강선주 서장의 기고문 전문(경남도민일보 독자투고 게시판 캡처). 클릭하면 원래 크기로 볼 수 있음.


경남매일에 실린 강선주 서장의 기고문.


그리고 민주당의 논평도 자료로 남겨둡니다.

종교편향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퇴진압력을 받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이명박대통령의 굳은 신임아래 경찰청장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경찰청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이 정도이다 보니, 이제 일선 경찰서장까지 불교계를 폄하하고 나섰다.

강선주 창원중부경찰서장이 정당한 검문검색을 문제삼고 있다며 불교계를 두고 '이상한 나라 엘리스'운운하였다.
 
불교계가 경찰에 문제삼는 것이 단지 총무원장 차량 검문검색 하나뿐이겠는가?

지도에서 사찰을 삭제하고, 어청수 청장이 직접 특정 종교를 홍보하고 나서는 등 정부의 종교편향행위의 첨병노릇을 하고 있는 게 경찰이기 때문이다.

경찰서장은 국가의 물리력을 행사하는 지역 치안책임자이다.

누구보다 말을 아끼고 조용히 치안유지에 앞서야 할 사람이 무슨 할 일이 없어 불교계를 비방하고 종교간 분쟁을 자극하는가.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더니 지금 경찰이 딱 그 모양이다.

불교계폄하 공적으로 장로대통령의 하해같은 성은을 입으며 장수하는 어청장을 따라, 이제 일선경찰서장까지 불교계 폄하에 나서는 현실이 서글프다.

경찰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어청장과 일부 경찰간부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2008. 9. 20.
민주당 부대변인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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