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비춰볼 결심

김훤주 2023. 5. 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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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저출생 극복과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쏟아부은 예산만 2006년부터 2022년까지 28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은 갈수록 텅텅 비고 이제는 대학 폐교도 모자라 군부대까지 해체·통합되고 있다.

30년 동안 애써왔지만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0.78명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이는 그 무엇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흐름 가운데 하나가 저출산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나라 자체가 소멸하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이민밖에 없다
. 새로운 사회구성원이 태어나지 않으면, 나라 바깥에서 구해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선진국이 되면서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살러 가고 싶은 나라로 꼽히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민 문호 개방이 잘못하면 갈등이나 혼란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 때문이다. 단일민족이라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피부 색깔과 언어·문화 등이 다른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경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경남도민일보 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펴낸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에는 우리보다 앞서 이 길을 걸어간 나라의 사례가 담겨 있다. 면적은 한국보다 100배나 넓으면서도 인구는 3800만 명밖에 안 되는, 그래서 해마다 25만 명의 이민자가 필요한 그 나라 이야기다.

 

작가는 21년 전 이민을 간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실제 경험을 바탕에 깔고 있는 이 책은 신청부터 안착까지 모든 단계마다 정교하게 가동되는 이민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공존을 위한 원칙이었다.

 

올림픽 참가국만큼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원칙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그 나라에서는 다른 사람을 차별·혐오하면 절대 안 되며 이를 어기면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처벌까지 받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캐나다라는 거울에 슬쩍 비추기도 했다. 일본서 태어났어도 귀화하지 않은 외국인은 10대 소년까지 3년마다 지문을 찍게 하고 변변한 직업을 갖기 어려워 파친코 같은 사행산업에나 종사하게 만드는 집단 차별이, 캐나다에서는 범죄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차별과 혐오의 만연은 지금 일본이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일본이야 원래 그런 나라지 하면서 그냥 비웃기 쉽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우리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에서 돼지를 앞세운 혐오시위가 연일 벌어지는 것도 있고 최근 거제시의회에서 터져 나온 차별과 혐오 발언도 있다. 명색 시의원이 특정 국가 출신 노동자를 라고 일컬으며 슬리퍼 끌고 침 뱉으며 거리를 다닌다’, ‘게으르다’, ‘마약을 한다’, ‘관리가 안 돼 경찰도 손 놓고 있다같은 사실과 다른 얘기를 쏟아냈다.

 

이런 우리를 캐나다에 비춰보면 어떨까? 일본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갈등과 혼란을 낳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발길을 가로막고 결국은 미래 활력까지 갉아먹는 죄악이라 할만하다.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는 왜 우리나라가 이민을 미래 대책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지 설득력 있게 알려주고 있다. 통계나 수치를 전혀 동원하지 않고도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솔함과 이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는 객관성만으로 그 같은 성취를 이루고 있다.


나는 이 책이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보다는 우리 사회의 저변을 이루는 평범한 선남선녀들에게 많이 읽히면 좋겠다
. 우리의 미래는 번지레한 정책이나 법령보다는 건전한 상식과 반듯한 관행에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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