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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사람이야기

어른 김장하 <줬으면 그만이지> 취재과정 자체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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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04일 수요일, KBS 진주, 정보 주는 라디오 <정주라 인터뷰>

출연자: 김주완 작가(책 <줬으면 그만이지> 저자)

-새해 첫날, <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를 발간하셨습니다. 먼저 어떤 책인지 소개 좀 해주실까요.

“사천과 진주에서 60년간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셨던 김장하 선생의 삶을 취재한 책입니다. 그동안 지역공동체를 위해 워낙 좋은 일을 많이 하셨지만, 본인이 그걸 드러내지 않는데다, 언론과 인터뷰도 일절 하지 않아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분의 삶을 취재해 기록했습니다.”

 

어른 김장하 표지와 책 날개


-30여 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걸 업으로 삼으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히 김장하 선생께 호기심이 가고 그의 삶을 조명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일선 기자 시절, 주로 기득권층, 그리고 토호세력의 뿌리를 파헤치거나 그들이 숨겨온 역사적 죄상을 고발하는 취재를 많이 해왔는데요. 물론 그런 일도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좋은 분을 찾아 널리 알리는 것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김장하 선생은 제가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1991년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됐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부자가 좋은 일하는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분이 그냥 부자라 아니라 아주 희귀한, 그리고 아름다운 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래서 2015년 <풍운아 채현국>이라는 책을 내고, 이어서 <별난 사람 별난 인생>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분으로 김장하 선생에 대해 썼습니다.
그 이후 7년 동안 꾸준히 이분 주변사람들과 이분이 남긴 각종 어록과 자료를 찾아가면서 취재를 했습니다.”

 

풍운아 채현국, 별난 사람 별난 인생



-무려 7년간 김장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셨습니다. 선생의 일대기를 취재해오면서 그동안 몇 분이나 만나신 건가요.

“취재하는 과정에서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사람은 100명이 넘었고요. 책에는 그중 60여 명이 등장합니다.”

-100명이 넘는 분을 인터뷰하셨군요. 그런데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만난 분들의 반응이 다른 취재 때와는 사뭇 달랐다면서요. 

“보통 기자가 불쑥 찾아가면 뭔가 안 좋은 일로 뒤를 캐러 온 것은 아닌지 경계하거나 일단 거부하는 게 다반사인데요. 이번 취재과정에서는 ‘김장하’라는 이름만 대면 모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협력자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을 소개해주고, 저 사람을 만나면 또 새로운 사람을 소개해주고, 그런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불쑥 나타나고, 그 사람 역시 김장하 선생과 연결되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듯이 취재가 술술 되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보통 인물 인터뷰는 기자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길게 듣는 과정으로 진행되는데요. 김장하 선생의 취재기에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취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2015년에 썼던 <풍운아 채현국>이 그런 경우였는데요. 물론 그 경우에도 그분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조사를 하고, 모든 기록을 찾아야 했지만, 주로 네 차례에 걸친 긴 인터뷰가 기본바탕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장하 선생의 경우, 본인이 인터뷰를 거절하시기 때문에 그분의 주변사람들, 그리고 그분으로부터 장학금이나 다양한 형태의 도움을 받은 분들을 찾아내 증언을 채록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김장하 선생이 2000년대 초중반에 천리안이라는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홈페이지를 운영하셨는데요. 그 홈페이지가 사라지기 전에 거기에 있던 김장하 선생의 자료를 모두 갈무리해두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김장하 선생께선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대 후원자로 있던 <진주신문>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그런데 기자님께선 어떻게 선생의 말씀을 담으실 수 있었나요?

“선생님과 가까운 분들이 이번 취재를 적극 지지해주고 도와주셨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노정 시인을 비롯해서 홍창신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전 이사장님, 그리고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김중섭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이번 분들이 일부러 취재를 도와주기 위해 김장하 선생님이 참석하는 모임이라든지 식사하는 자리에 저를 끼워주기도 하셨고요. 그렇게 해서 10여 차례 선생님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요. 또 그분이 찾아오는 사람을 냉정하게 내치지 못하는 약점을 공략해 무작정 찾아간 것도 대여섯 차례 있습니다.”

 

김현지 피디, 김장하 선생과 함께 /사진 강호진


-말씀대로 김장하 선생이 사회에 끼친 선한 영향력은 이미 언론에서 여러차례 소개되었는데요. 기자님께서 취재하면서 직접 만나뵌, 인간 ‘김장하’의 모습을 전해주신다면요.

“보통 김장하 선생님을 직접 만나본 사람들은 선생님이 워낙 말이 없는데다, 뭘 물어봐도 대답을 않고 오랫동안 침묵하는 일이 많아 상당히 어려워하는데요. 알고 보면 이분은 자신의 대답이 결과적으로 본인 자랑이 될 수밖에 없는, 예를 들어 ‘그때 이런 좋은 일을 하셨다면서요?’ 또는 ‘어느 단체에 후원금을 얼마나 내셨습니까?’ 이런 질문을 하면 딱 침묵을 지키시죠. 그리고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다 알고 물어봐도 ‘기억이 안 나’ 이렇게 말씀하세요.
그런데 알고보면 굉장히 유머코드도 많고, 참 따뜻하고 인자하세요. 이번 책에도 군데군데 선생님의 유머가 소개되는데요. 다큐에서도 나온 ‘사부작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하는 그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김장하 선생이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올 수 있었던 철학적 사상적 배경도 책에 나름대로 썼습니다.”

-그간 홀로 취재를 해오시다가 지난해 MBC경남 김현지 피디와 함께 공동취재를 시작하셨습니다. 최근 방영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제작에 협업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요.

“아무래도 협업을 하니까 여러 시너지가 있었죠. 피디의 기획력과 작가의 자료 조사, 섭외력, 촬영감독의 순발력 등에 큰 도움을 받았는데요. 특히 방송국에서 찾아낸 오래된 옛날 영상자료의 도움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방송 프로그램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배운 점도 많았죠.”

-우리의 시선으로 볼 때, 김장하 선생은 (진주신문을 후원하면서) 부당한 압력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기도 하고, (형평운동기념탑& 강상호 묘비 건립 등) 역사와 문화 발전을 위한 버팀목이 되어주셨잖아요. 선생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간 견뎌온 책임감의 무게가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지역언론이나 교육, 문화예술, 시민운동, 환경운동, 인권운동, 여성운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고, 학교를 설립해 국가에 헌납하고, 1000명이 넘는 장학생과 각계의 어려운 사람들을 남모르게 도왔을 뿐 아니라, 손아래 여덟 명이나 되는 동생들까지 다 챙겨야 했으니 그 책임감이 저희가 상상하는 이상이었을 겁니다.
남성당한약방이 폐업한 뒤 선생님이 늘 앉아있는 그 책상과 의자를 뒤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그 공간이 좁아보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거의 60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주를 위해 헌신하신 선생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날조와 비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무조사&감사 등) 어떤 공격에도 선생은 흔들리지 않고 떳떳하셨는데요. 그 이유도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여당 국회의원이었던 한 권력자의 채용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가 교육부 감사를 당했고, 세무서장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세무조사도 맞았는데요. 선생이 운영했던 학교가 일반 사학재단의 비리와는 거리가 멀었고, 일절 아무런 비리가 없었기 때문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오실 수 있었죠. 또 워낙 성실납세를 했기 때문에 세무조사에서도 별 문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책에도 그런 내용이 자세히 나옵니다.”

 

경남도립미술관 특별전시 형평의 저울을 관람 중인 김장하



-선생과 연이 닿은 분들은 ‘닮고 싶은 분’이지만 도저히 ‘닮을 수 없는 분’이라고 전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김장하 선생께선 세상이 본인을 어떻게 바라보길 바랐을까요. 

“본인은 누군가로부터 평가 받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 제목처럼, 늘 남에게 베풀고 나누면서도 아무런 보답이나 보상, 심지어 인사치레도 기대하지 않는 태도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보시와 나눔에 대한 김장하 선생의 철학도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김장하 선생의 취재기를 통해 지역을 넘어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려주실까요.

“취재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결같이 김장하 선생을 닮고 싶다고 하셨고요. 선생님만큼은 못하더라도 선생의 100분의 1, 1000분의 1이라도 그런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선순환이 돌고 돌아 선생이 추구하셨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하고 평등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첫날 <줬으면 그만이지> 초판이 나왔습니다. 책과 관련해 향후 계획도 궁금하고요, 기자님의 앞으로 목표도 들어볼까요. 

“2월 2일 진주 지역사회에서 출판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계획하고 있고요. 저는 또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가진 좋은 분들을 계속 취재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방송을 통해 중요하게 전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책을 본 사람이라면 저절로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될 것이고, 스스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좀 더 멋지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또한 그렇게 선순환이 되면 공동체가 더 아름다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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