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책이 나오고 난 뒤에야 정원각 씨로부터 이 글을 전달받았다. 김장하 선생이 1999년 12월 진주참여연대(옛 진주참여인권시민연대) 창립 후 첫 소식지에 기고한 글이다. 선생은 이 단체의 고문이었다고 한다.
정원각 씨 역시 내가 김장하 선생을 취재 중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 책에도 진주여성평등기금 관련 이야기에 정원각 씨가 나온다. 그럼에도 책이 나온 후에야 이 글을 발견했다고 하니 아쉽기 짝이 없다.
글을 읽어보니 어느 한 대목 버릴 게 없는 말씀이다. 특히 우리사회의 세태를 진단하는 부분에서 선생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내 돈 내 마음대로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으름장을 놓는 졸부들, 객관성과 공평성이라는 언론 대 원칙을 망각하고 보도와 사설을 의도적으로 혼동해서 보도하는 언론들, ‘성령충만’과 ‘대자대비’를 외치면서 고통받는 민중의 가슴을 이해하지 못하는 종교인들, 국가와 민족의 번영은 뒤로 하고 자기일신의 부귀와 영화를 누리려는 정치인 등 이와 같은 가치관의 혼돈이 총체적인 불신을 낳는다. 그리하여 우리사회는 남자와 여자의 차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차별, 지역간 계층간 불평등과 차별이 생겨난다."
또한 마지막 부분 선생의 세 가지 당부는 시민운동하는 사람들 모두가 새겨야 할 말씀이다.
"첫째 성명서나 낭독하고 구호나 외치는 형식적인 운동이어서는 안 된다.
둘째 너무 큰 현안에 매달리다가 힘에 겨워 포기하느니 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착실하게 이루어 내는 성취감을 맛보며 차근차근 해결해 나아가길 바란다.
셋째 맹자에 이런 말이 있다. ‘枉己者(왕기자) 未有能直者也(미유능직자야)’ 곧 “자신이 굽은 자가 남을 바르게 할 수 없다”라는 말이다. 부패한 사람이 부패를 척결할 수 없는 것처럼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로 구성하여야 한다. 그리고 독선이나 자기도취에 빠지는 누를 범하지 말고 지역사회의 파수꾼의 역할을 다하여 평등사회와 맑고 건강한 사회를 이룩하기 바란다."
아! 책 나오자마자 개정판을 고민해야 하나. 아쉽고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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