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생물 보금자리
갯벌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사천만 갯벌 경남 최대 규모
바다의 허파 끝없이 펼쳐져
금문소공원·갯잔디 군락
아이와 게·고동잡기 체험도
◇사천만 갯벌
경남에서 갯벌이 가장 넓고 좋은 데가 사천이다. 어림잡아 경남 전체 갯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천에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사천만을 가운데에 끼고 있는 덕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천만의 동쪽 사남면과 용현면 일대 갯벌이 산업단지로 매립되었어도 그 풍치와 경관은 여전히 대단하다.
바닷가에 바짝 붙어 놓여 있는 도로를 따라 산책하다 보면 곳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된다. 해 질 무렵에 가면 사천대교 이쪽저쪽으로 석양에 붉게 물든 갯벌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게다가 서쪽에 있는 광포만 일대는 갯벌이 아직 옛 모습 그대로다.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면서 이리저리 거닐기 좋은 것이다.
금문소공원(용현면 석양길 500)은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은 자리다. 밀물 때는 부교 위를 걸어서 바다에 들어갈 수 있고 썰물 때는 갯벌에 들어가 흙을 밟고 만질 수 있다. 멀리 들어가도 좋고 가까이서 게나 조개를 잡아도 좋다. 몸에 묻은 펄을 씻어낼 수 있는 수도 시설도 갖춰져 있다.
금문소공원에서 북쪽으로 종포마을회관(용현면 종포길 242)까지나 남쪽으로 대포항(대포길 255)까지는 참으로 걷기 좋은 길이다. 전체 길이가 대략 4.5㎞인데 잔잔하게 출렁이는 바다와 멀리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드러나는 갯벌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실안노을길은 삼천포대교공원(대방동 681-2)에서 산분령마을 유료 낚시터(실안동 1096-36)까지 해안로에 붙여진 이름이다. 3㎞ 정도 되는데 바다에 솟아난 작은 섬 몇몇과 남해섬 너머에서 지는 노을이 잘 어울린다. 죽방렴과 등대 사이로 고기잡이배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해도 보기 좋고 천천히 걸으며 눈에 담아도 보기 좋다.
광포만 갯벌(곤양면 대진리 산 84-6)은 곤양면 중항·환덕·대진리와 서포면 외구·조도리로 둘러싸여 있다. 광포만은 사천만의 서쪽 부분을 특별하게 일컫는 지명이다. 썰물 때가 되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차진 갯벌이 끝없이 이어진다. 개흙을 뒤집어쓴 채 지느러미를 써서 뛰어다니는 말뚝망둥어와 앞발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칠게·콩게·길게·방게·농게 등을 볼 수 있다.
갯잔디 군락(서포면 조도리 597-1)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갯잔디는 바닷물도 정화하고 기수갈고둥이나 대추귀고둥 같은 조그만 조개들도 품고 있다. 이런 고둥들은 사천만을 중간기착지 삼아 낙동강 하구와 순천만을 오가는 철새들에게 소중한 먹이가 된다. 들어가 만지고 놀 수는 없지만 멀찍이서 바라보며 거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섬(용현면 통양리 산 15-1111)은 대나무가 무성해서 붙은 이름인데 한 바퀴 도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다.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화석과 지층이 드러나 있는 독특한 지질이다. 물이 빠졌을 때 100m 정도 걸어 들어가면 이리저리 누워 있는 통나무 화석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대방진굴항
우리나라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해양군사유적이다. 동그랗고 아담한 데다 아기자기한 맛까지 있어서 아이들이 많이 좋아한다. 삼천포와 남해 창선섬 사이 삼천포해협 방어를 위해 군함을 숨겨놓으려고 조선 수군이 일부러 파서(堀) 만든 항구(港)다.
바다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굴항에서는 바깥 바다를 한눈에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오랜 역사를 일러주는 듯 팽나무와 느티나무 등 크고 멋진 노거수가 둘러싸고 있어 풍경도 멋지다. 대방동 대방길 119.
◇비토섬과 월등도
비토섬은 토끼와 자라가 주인공인 별주부전 설화의 탄생지다. 날 비(飛) 자와 토끼 토(兎) 자를 쓰는 까닭이다. 들어가면서 두 번째 다리 거북교(서포면 비토리 205-8) 즈음이 가장 멋지다. 풍경도 그럴듯하고 끊어질 듯 흩어져 있는 섬들도 괜찮아 한 바퀴 둘러볼 만하다.
월등도는 하루 두 번 길이 열리지만 실은 비토섬과 붙어 있다고 해도 된다. 진흙이 적고 모래·자갈·바위가 알맞게 섞여 있는 데가 들머리에 있다. 아이들과 함께 조개·고둥·게와 어린 물고기 등을 만지고 살피며 놀기에 안성맞춤인 자리다. 씻을 물은 좀 챙겨서 가는 편이 낫다. 서포면 비토리 5-205.
◇비행기격납고
수리·점검 또는 은폐를 위해 전투기를 넣어두던 시설물이다. 일제강점기 사천을 공군기지로 삼으면서 만들어졌다. 원래는 서른 개 넘게 성황당산 기슭에 늘어서 있었으나 지금은 두 개만 남아 있다. 사천 항공산업의 뿌리를 알려주는 근대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데 가서 보면 왠지 독특한 느낌이 안겨 온다. 정동면 예수리 180-2, 60-6.
◇가산조창터
가화천이 바다와 만나는 어귀 사천만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자리에 있다. 조선시대 사천·진주·곤양·하동·단성·남해·고성·의령에서 조세로 거둔 곡식·면포와 특산물을 이듬해 봄에 서울로 실어갈 때까지 쌓아두던 창고가 있던 자리다. 경남에는 창원 마산창, 밀양 삼랑창, 사천 가산창 등 세 곳이었는데 옛 자취가 제대로 남은 데는 사천뿐이다.
70~80년대 사천 지역 학생들에게 소풍 명소였는데 정작 조창터인 줄은 대부분 몰랐다. 당시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던 석장승이 지금도 가산마을 당산나무 아래 등에 네 쌍이 남아 있으니 내친김에 같이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축동면 가산리 1048.
※생태관광과 습지문화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하여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2008년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 경남 개최를 계기로 설립된 경상남도 출연기관입니다. 습지·생태 보전을 위한 학술 연구와 정책 지원, 습지 보전 인식 증진과 교류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습지·생태에 관심 있는 기관·단체의 다양한 참여 활동을 지원합니다.
※경남도민일보 2020년 11월 27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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