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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으로 가는 생태여행 (1) 믿고 찾는 경남 생태여행 7선

김훤주 2021. 9. 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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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 가득한 습지,

봄에만 만날 수 있는 단 한 순간

 

어느덧 5월 봄의 한가운데다. 화사한 봄꽃과 연두빛 신록이 어디서나 싱그럽다. 자연 속으로 여행에 나서기 좋은 계절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도 바뀌고 있다. 크지 않은 장소를 찾아 소규모로 조용하게 즐기는 경향이 많아졌다. 멀리 가는 것보다 한나절에 오갈 수 있는 데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에 맞춰 지역에서 생태여행을 즐길 만한 데를 찾아보기로 했다. 습지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증진을 목표로 하는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더불어서다. 이를 통해 경남의 자연과 역사·문화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커지면 좋겠다. 첫 회에는 우리 경남의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역(4)과 경남도 선정 대표 생태관광지(3) 등 일곱 군데를 소개한다.

 

◇남해 앵강만 = 앵강만에는 열 개 마을이 있다.

처음과 끝을 이루는 가천과 두모의 공통점은 다랑논이 아주 멋지다는 것이다. 가천은 산비탈에 있어서 바깥에서 아래위로 바라보는 눈맛이 시원하고 두모는 골짜기에 오목하게 늘어서 있어 안에서 살펴보는 재미가 뛰어나다.

나머지 여덟 마을도 개성과 매력이 넘친다. 가장 큰 홍현은 솔숲이 따뜻하게 감싸는데 석방렴도 두 개 갖추었다

칼바위가 멋진 숙호마을은 전복으로 유명하고 월포·두곡은 같은 개울에 두 해수욕장이 붙어 있는데 모두 솔숲을 끼고 있다

용소는 이국적인 미국마을과 전통사찰 용문사를 아울렀고 화계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안내센터가 있는 신전에는 여러 시설이 마련돼 있다

신전과 더불어 마을숲이 좋은 원천은 소박한 매력이 있고 벽련은 갯벌과 갯바위를 두루 모두 갖추었다.

개맥이와 후릿그물, 석방렴과 죽방렴은 물론 갯벌과 갯바위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여러 마을에서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으며 철새 탐조, 약초 체험, 천문 관측, 야생화 트레킹 등도 있다.

문의 남해바래길 사무국(055-863-0964),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055-862-8677).

봄기운이 가득한 남해 앵강만 두모마을의 다랑논.

창녕 우포늪 = 매력 넘치는 습지이지만 별다른 정보 없이 찾았다가는 나중에 돌아갈 때 그냥 밋밋하고 별것 없구나 생각하기 십상이다.

300년가량 된 팽나무 할배나무는 대합면 주매리 175를 검색하면 사지포제방 쪽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복잡한 머리를 깨끗이 씻어준다. 멀리 쪽지벌까지 한눈에 담기는 풍경도 괜찮다.

명물 쪽배는 이방면 안리 1495 물가에서 볼 수 있다. 기다란 바지랑대로 바닥을 미는 쪽배는 물풀과 더불어 멋진 경관을 연출하는데 사진으로 찍어도 멋있다.

왕버들군락은 우만제방(이방면 안리 1561-3)을 검색하면 된다. 들어갈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아늑하고 그윽하다. 우만제방은 그늘이 시원스러워 안온한 왕버들과 잔잔한 습지 풍경을 누릴 수 있다.

산밖벌(유어면 세진리 1072 일대)은 습지를 개간한 논을 공원처럼 꾸며 정자와 의자에서 쉴 수 있다. 끝머리에서 500m 전방 출렁다리(이방면 옥천리 756)에서는 몽글몽글 버들 무리를 볼 수 있다.

우포늪생태관에서 왼쪽 길 따라가면 물웅덩이와 잘 자란 왕버들이 있다. 비밀의 정원(유어면 세진리 998)인데 나무를 쓰다듬으며 산책하기 좋다. 좀더 가면 징검다리(유어면 세진리 1014-2 근처)에서 노닐 수 있다.

우포늪생태체험장에서는 쪽배 타기 등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다.

문의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055-532-1141), 오상훈 사무국장(010-7129-8858).

봄이 돋아나고 있는 우포늪의 왕버들

김해 화포천 = 화포천은 아담하지만 넉넉해서 오목조목한 풍경이 언제 어디서든 그림처럼 담긴다. 시작은 영강사(한림면 한림로343번길 47-160)나 자광사(진영읍 봉하로 185-191) 앞이 적당하다. 어디로 들어가든 멋진 모습이 나타난다. 화포천습지생태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도 좋다.

바로 앞 제방에 올라가 마음대로 발길을 옮기면 된다. 멀리 둘러보려면 왼쪽 야산을 끼고 탐방로를 따라가면 된다. 철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면서 색다른 습지 모습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봉하마을에서 시작해도 좋다. 봉하들녘을 가로질러 화포천에 이르는 길이다. 야트막한 여러 식물 가운데 우뚝 솟은 양버들이 매력적이다. 자칫 밋밋했을 모습에 멋진 경관을 안겨주는 나무다.

낙동강 합류 직전 모정비각과 해은정(한림면 금곡로283번길 37-7)도 찾을 만하다. 낭떠러지에 올라앉았는데 배롱나무와 은행나무·주엽나무·회화나무가 그림이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화포천 산책로를 달리는 모습.

밀양 재약산 사자평과 표충사 = 습지는 산꼭대기에도 있다. 재약산 비탈 700800m 고지 사자평이 대표적이다. 수미봉 아래 산기슭에서 건너편까지 넓게 넘실거리는 물억새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깊은 산중답지 않게 물을 머금고 있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사자평에도 사람들이 터 잡고 산 적이 있다. 1990년대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 오래된 일은 아니다. 고사리분교 터를 보면 '깊은 산중에 학교가 있었다니!' 신기하다. 교실은 사라지고 교적비만 남았다. '1966129일 개교하여 졸업생 36명을 배출하고 199631일 폐교되었음.' 왼쪽에 단풍나무가 두 그루 있고 아래에 넓적바위 세 개가 놓여 있다. 전교생이 수업을 하고도 남았을 이 공간에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여 본다.

표충사로 내려오는 길에는 다른 감흥이 있다. 흥룡폭포와 층층폭포의 절경은 탄성을 자아내고 골짜기 물소리와 건너편 산비탈 수풀의 다채로운 풍경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깎아지른 바위절벽은 한 번 더 눈을 뜨게 한다. 표충사 으뜸 명물은 우화루다. 여기서 다리를 펴고 기둥에 기대면 앞쪽 대광전 불경 소리가 뒤편 개울물 소리와 어우러진다.(이상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역)

억새를 앞에 두고 산벚나무와 돌배나무가 꽃을 피운 재약산 사자평.

합천 정양늪 = 정양늪은 규모는 아담하지만 경관은 뛰어나다. 합천읍 들머리에 있어 작정하고 찾지 않아도 합천영상테마파크나 해인사 등등으로 가는 도중에도 들를 수 있다.

산책은 오른편 길도 좋고 왼편으로 가도 좋다. 징검다리로 이어지며 한 바퀴 두르는데 양쪽 길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았다.

왼쪽으로 시작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 물 위에 솟은 물풀, 굵고 가는 왕버들 등 습지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길이다. 왕버들 군락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면 오솔길이다. 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몸짓은 두 번째 징검다리를 지날 때까지도 이어진다.

오른쪽 길은 잘 자란 나무들이 줄지어 맞는다. 바람이 물과 나뭇잎을 푸르게 연결해준다. 멈추고 돌아보면 여태 살아온 나날처럼 길이 아득하다. 넉넉한 그늘 따라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족하다.

한층 푸르러진 합천 정양늪 산책로.

◇하동 탄소 없는 마을 = 탄소 없는 마을은 보통 생태관광지와는 구성이 다르다. 출발점은 화석연료 대신 개울물·햇빛·바람 같은 자연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데에 있다. 생산한 전기는 마을 주민들이 쓰는데 남으면 팔아서 수익을 낸다. 수익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마을도 가꾸고 찾는 이들이 즐길 시설물이나 탐방로도 만든다.

하동군은 2015년 목통, 2016년 의신·단천, 2017년 범왕·오송, 2019년 부춘·명사마을을 탄소 없는 마을로 선정하더니 지난해 금남·매계·중기·청학 무려 네 개 마을을 추가했다. 탄소 없는 마을은 11개가 됐다.

걷는 길이 다섯 있다. 보부상들이 걸었던 목통 보부상길(목통당치재), 서산대사가 출가했던 의신 산소치유길(신흥의신원통암), 서산대사의 생각을 알아보는 단천 미션길(암호바위용추폭포), 가락국 수로왕 아들들이 출가했다는 범왕 참선길(칠불사삼정마을), 수로왕과 아들이 함께 걸었다는 오송 부자길(오송마을칠불사)이다.

모두 오르막내리막이 없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가파르지는 않다. 이를테면 신흥의신 4남짓을 걸으면 자드락 산길을 힘들이지 않고 즐긴다는 느낌을 누릴 수 있다. 지리산과 화개천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안겨주는 묘미도 환상적이다.

뒤에 선정된 여섯 마을은 상반기에 결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을별 민박·펜션 등 숙박시설과 먹을거리 또는 체험프로그램 문의는 탄소 없는 마을 운영협의회 최진기 회장(010-5370-1822)에게 하면 된다.

의신옛길과 나란히 흐르는 화개천의 나무그늘 아래 피어 있는 진달래.
몽글몽글한 왕버들이 넓게 자리잡은 동판저수지.

창원 주남저수지 = 주남저수지는 북쪽 산남저수지와 가운데 주남저수지, 남쪽 동판저수지 셋을 아울러 이른다. 주남은 툭 트인 시원한 경관이 일상에 찌든 도시민들에게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풍경이 단조롭게 느껴지면 제방을 따라 걷다가 수문 있는 데서 기역자로 꺾어져 들어가서 여러 다른 다채로운 경관을 볼 수도 있다.

산남은 크기도 작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작은 물풀이 수면 가득할 때가 많고 연꽃도 많다. 동판은 살짝 돌아앉아 아늑하다. 곳곳에 왕버들이 자리 잡았는데 물이 깊어서 한결 느낌이 풍성하다.

가까이 둘러볼 만한 데로는 먼저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길이 꼽힌다. 풍경이 언제나 그럴듯한 것은 주변 논이 철마다 다른 경관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옛날 음반과 교복·교과서·풍금·책상과 타자기·주산을 볼 수 있는 창원향토자료전시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단감나무가 심겨 있는 창원단감테마공원도 가까이에 있다.(이상 경상남도 선정 대표 생태관광지)

경남도민일보 2021430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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