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탈원전 반대, 미래세대에 득일까 독일까

김훤주 2020. 4. 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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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 위기와 탈원전

두산중공업 구조조정 사태를 두고 정당과 후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고 있다. 두산중공업 본사가 있는 창원 성산 선거구에서 보면 이렇다.

 

미래통합당 강기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두산중공업과 협력사가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탈원전 피해 보전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기호 2번이다.

 

기호 6번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정부는 더는 기업 결정에 개입하긴 어렵다는 무책임한 말로 피하지 말아야 한다""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 기업 보상을 위한 '에너지 전환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기호 7번 민중당 석영철 후보는 "총수 일가가 경영 책임을 인정하고 사재 출연으로 경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국가도 발전산업과 원전사업을 민영화함으로써 중장기적인 국가의 중추인 에너지원의 관리를 포기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5월 상업 발전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 연합뉴스 사진.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후보는 "두산중 경영진이 세계발전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창업주를 비롯한 대주주들이 경영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 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고용 위협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 두산중공업 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안은

내가 보기에는 이렇다. 지금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은 탈원전이 원인일까? 내가 듣기로는 그렇지 않다. 핵발전 관련 매출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왔다. 탈핵과 두산 위기를 연관짓는 것은 대한민국의 장래를 망치는 거짓말이다.

 

지금 위기의 원인은 두산중이 흑자도 크게 내고 잘 나갈 때 두산중공업이 계열사에 퍼주고 주주 배당을 지나치게 하면서 미래변화를 대비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관련 산업 글로벌 침체가 덮친 데 있다. 개별 기업과 그 소유자가 책임질 사안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해결방안도 이에 맞추어 제시되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은 포퓰리즘을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그 정당의 강기윤 후보는 특정 기업 특정 지역에 퍼주기를 하자는 탈원전 피해 보전 특별법을 들고 나왔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도 그와 비슷한 에너지 전환 특별법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반면 민중당 석영철 후보는 잘못이 총수 일가에게 있으므로 그 사재 출연으로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서 보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흥석 후보는 창업주를 비롯한 대주주들의 책임을 짚으면서도 그에 따른 방안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것 같다.

2011년 3월 14일 오전 11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3호기 수소폭발 장면. 뉴시스 사진.

3. 핵=원자력이 일개 기업 문제일까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핵=원자력 또는 핵발전=원자력 발전 문제는 두산중공업 일개 기업의 유불리나 생존 또는 사멸을 잣대로 삼아 이야기할 대상이 분명히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문제다.

 

알다시피 핵물질은 굉장히 위험하다. 핵발전을 하고 나오는 폐기물(이게 내가 알기로는 핵무기를 만드는 재료다.)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우리 인류는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콘크리트로 밀봉해서 깊디깊은 땅속 지하에 파묻는 것이 고작이다.

 

핵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1945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핵폭탄에 피폭된 이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직접 노출된 사람들은 다 죽었다. 새까맣게 타서 고통을 못 이겨 물가로 기어가다가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로 많다.

 

멀쩡하게 여겨졌던 사람들도 나중에 원인불명으로 치유불능 질병에 많이 걸렸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 후손들이다. 숨을 못 쉬거나 피가 마르거나 신체에서 일정한 부분이 없어진 채 태어나거나 어디가 녹아내리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것이 핵 피폭을 빼고 나면 모두 원인불명이다.

핵 유전병으로 평생 고생한 김형률씨. 서른도 살지 못한 그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예측이라도 가능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자식 다섯을 낳았다. 그런데 하나는 멀쩡하고 둘은 타고난 약골이고 하나는 지체 장애를 안고 태어났고 나머지 하나는 겉은 괜찮지만 속으로는 혈액에 문제가 있다.

 

2세에서 그치고 마는 일도 아니다. 3세에서 똑같은 일이 생겨나고 4세에서도 마찬가지 되풀이된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다르지 않다. 왜냐, 그렇게 하면 핵물질의 위험성이 끔찍하게 공인되기 때문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4. 핵이 안전하면 발전소를 서울에

그래서 핵발전을 계속하자는 얘기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밖에 보지 못하는 짧은 단견이다. 지금 전기를 풍요롭게 값싸게 쓰고 그 발전 시설과 폐기물의 위험성은 미래로 떠넘기는 짓이다. 현재를 위하여 미래를 빼앗는 위험하고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탈핵=탈원전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핵 발전이 안전하다는 주장도 한다. 내가 알기로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세상에 사람이 만드는 인공 가운데 완전무결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나 조직 또한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염 현황.

지금 핵발전소가 어디 있는지를 보면 핵발전을 주장하거나 추진해 온 사람들도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데 있다.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바닷가에 있다. 송전 비용이 많이 드는데도 그렇다. 하다못해 경기도는커녕 충청도에조차 없다.

 

그러므로 지금 탈핵=탈원전 정책 반대를 주장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앞으로 세워질 핵발전소는 죄다 여의도 서울 수도권에 짓겠다는 공약도 함께 내놓아야 맞다. 그래야지 일반 유권자들이 그 진정성을 서푼어치나마 믿어줄 수 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그리고 창원에서 보자면 강기윤 박완수 윤한흥은 이에 답해야 유권자 기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5. 살 날이 산 날보다 적으면 아무래도 좋지만

50대 후반인 나는 이러나저러나 괜찮다. 스물일곱 되고 서른 된 자식 생각을 하면 괜찮지 않다. 이번 총선을 두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쉰 살 넘은 60708090대는 그래 마음 가는대로 찍어도 된다. 여태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적으니까.

 

하지만 쉰 살이 아직 되지 않은 40302010대는 본인의 정치색을 떠나 탈원전 정책 반대를 주장하는 정당과 후보에게는 절대 투표하면 안 된다. 그것은 여태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본인의 미래를 갉아먹는 자해행위이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2011년 사고가 나서 처리를 하는 장면. 고리 핵발전소는 창원과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요? 

그리고 탈원전=탈핵 정책 폐기로 경제를 살리자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한다. 게다가 핵발전소 짓는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경우에 걸맞은 속담이 바로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백억불 달성에 뿌듯해하던 70년대가 아니다. 그보다 60배나 덩치를 불린 6000억 달러를 오르내리는 2020년이다. 지금 경제가 죽은 것도 아니지만 일개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살릴 수 있는 경제는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져 버렸다.

 

그러므로 탈핵 반대 탈원전 반대는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주장이다. 대한민국과 대한국민을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는 악선동이다. 탈핵=탈원전은 지금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소한일 뿐이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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