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우후죽순 골프장, 문제는 없나

군수님, 대체 왜 그러셨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8. 8. 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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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김범기 기자와 함께 골프장 문제를 취재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17면에 연재 중인 '우후죽순 골프장, 문제는 없나'라는 기획기사가 그것이다.

우리가 골프장 취재하는 이유

우리가 이 취재를 시작한 계기는 김채용 의령군수 때문이다. 그는 지난 2월과 3월 의령군 칠곡면과 화정면에서 '날치기 주민설명회'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해내신 탁월한 분이다.

칠곡면에서는 120여 명의 공무원이 주민설명회장 출입구를 '원천봉쇄'한 가운데 정체불명의 사람들만 모아놓고 '번갯불 작전'을 치렀고, 화정면에서는 '페인트 모션'으로 주민들을 돌려보낸 뒤, 저녁에 기습적으로 설명회를 치러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주민설명회장으로 오르는 계단을 막아선 공무원들.


그는 또한 군수 선거 때 '골프장을 유치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당선 후엔 싹 바꿔버리기도 했다. 우리가 궁금했던 건 '저렇게까지 하면서 기를 쓰고 골프장을 유치하려는 이유가 뭘까'였다.

흔히 자치단체가 골프장을 유치하기 위한 명분으로 지방세 수입과 고용 창출, 관광 활성화를 내세운다. 그래서 그것부터 취재해봤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방세 수입이 생기는 건 맞다. 문제는 골프장이 차지하는 그 광활한 면적에 걸맞는 생산적인 수입이냐는 것이다. 대개 골프장 하나의 면적은 웬만한 지방산업단지의 규모와 맞먹는다. 그렇게 넓은 산을 깍아 하루에 고작 몇 백 명 골퍼들의 놀이터로만 쓰는 게 옳으냐는 건 제쳐두자.

거기서 쓰는 수백 톤의 물 때문에 인근 지하수나 농업용수가 고갈현상을 빚고, 맹독성 농약으로 인한 생태계 오염 우려를 감수하고 얻게되는 수입치고는 너무 그 액수가 적다는 것이다. 대개 18홀 기준으로 얻는 지방세 수입이라 해봤자 5~6억 원 정도다. 그 중에서 80% 이상이 토지분 재산세 수입인데, 문제는 그 땅이 골프장으로 개발되지 않아도 토지분 재산세는 나온다는 것이다.

골프장으로 바뀌어 더 붙는 세금으로 치면 2~3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작 그 정도 지방세 수입을 얻겠다고 의령군은 자굴산 골프장 건설에 따른 칠곡면민에게 2011년까지 50억 원을 들여 상수도를 연결시켜 주겠단다. 그 50억 원은 누가 낸 돈인가. 모두 의령군민과 경남도민, 나아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이다. 이게 과연 장사 논리에도 맞는 건가.

고용 창출도 그렇다. 개인사업자이자 전문직인 캐디를 빼고 나면 골프장 한 군데서 일하는 직원은 100명 남짓이다. 그 중에서도 코스관리사나 시설관리, 총무·영업직 등은 현지에서 고용할 수 없는 전문직종이다. 결국 현지인력이 일할 수 있는 분야는 고작 잡초나 뽑고 식당에서 설거지나 하는 비정규 일용직뿐이다. 그 숫자가 많아야 20~30명, 그것도 1년 내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찬성논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김채용 의령군수.

관광 효과는 있을까? 둘러본 바로는 대부분의 골프장은 돈내고 골프 치러 오는 고객 외에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골퍼들은 가족단위로 다니는 관광객과 전혀 다르다. 골프장 바깥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사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 덕을 보는 사람은 식당 주인 2~3명뿐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골프 치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해외 원정골프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을 국내로 유인해 외화유출을 막으려면 골프장을 많이 지어 그린피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논리도 알고 보니 '뻥'이었다. 해외 원정골프를 나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골프만이 목적이 아니라 관광 목적을 겸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특히 국내 골프장이 비싸서 해외로 나가기보다는 실제로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같은 삼복더위나 한겨울 엄동설한에는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치기 어렵다. 그래서 기후조건이 좋은 나라에 원정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골프장을 많이 지으면 그린피가 낮아질 것이라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었다.
외국의 경우 적당한 입지에 잔디만 깔면 골프장이 될 수 있는 곳이 많지만, 70%가 산으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선 골프장 조성 단가 자체가 워낙 비싸다. 그래서 그 비용을 뽑으려면 아무리 경쟁이 심해져도 내릴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골프장 업계에선 정부가 세금 감면을 해준다면 그 감면액 정도만큼 싸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세금 감면을 해주게 되면, 그나마 몇 푼 안되는 지방세 수입마저 확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골프장이 2400개에 달한다. 그러나 국토면적 대비 골프장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그럼에도 일본 골프장은 해마다 100여 개 정도가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내장객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취재를 해보면 할수록 김채용 군수가 그러는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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