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용객수가 2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골프 찬성론자들은 흔히 이를 근거로 '골프는 이미 대중스포츠'라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은 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골프를 친다고 착각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2200만 명은 가령 220만 명이 1년 동안 각각 열 번씩 골프장을 이용한 수를 합친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대한골프협회가 지난 7월 28일 펴낸 <2007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의 실질적인 골프참여인구는 251만 명으로 추산됐다. 전 국민의 5%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경남의 한 골프장.
◇이용객 2000만 명 시대의 허와 실 = 특히 그들 중에서도 실제 골프장에 나가본 소위 '필드' 경험자는 103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실내·외 골프연습장이나 실내 스크린을 이용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국민의 2%, 성인 인구의 4% 정도에 불과한 사람들이 1년 동안 서울특별시 전체면적(605㎢)의 절반에 가까운 광활한 골프장(280개소 273㎢)을 자신들만의 놀이터로 독점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흔히 우리나라 골프장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2400여 개소에 이르는 일본 골프장을 예로 든다. 물론 골프장 갯수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거의 열 배에 가깝다. 하지만 국토 대비 골프장 면적은 우리나라가 0.28에 이르는 반면 일본은 그보다 훨씩 작은 0.04%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골프장이 지었다 하면 18홀 30만 평 정도가 기본이고 36홀, 72홀까지 엄청난 면적을 차지하는 반면 일본은 3~4홀 짜리 소규모 대중골프장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차원에서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국제기준의 축구장 하나의 면적이 3000평이며, 18홀 골프장 하나의 면적에 축구장 100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18홀 기준 하루 300명이 이용한다고 볼 때, 국제축구장 한 곳을 3명이 하루종일 독점하는 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골프회원권을 갖고 월 1~2회 정도 필드에서 라운딩을 즐길 수 있으려면 과연 얼마나 돈이 들까?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8월말 현재 골프회원권의 전체 평균 시세는 2억5826만 원이다. 경남지역 골프장도 1억 원에 이른다. 이런 회원권을 갖고 있는 개인은 약 14만 명이고, 법인은 1만250개다.
◇한 번에 28만 원, 월 100만 원 = <2007년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1인당 1회 골프 라운드에 드는 경비는 평균 28만 원으로 분석됐다. 월 이용빈도를 조사한 결과 골프장의 경우 월 3회가 가장 많았는데, 그럴 경우 월 84만 원의 돈이 든다는 얘기다. 실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길 경우 1인당 월 100만 원 이상이 든다는 사람이 35.7%였다. 필드에는 나가지 않고 골프연습장이나 실내스크린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까지 포함하여 월 평균 지출비용을 계산해 봤더니 43만 원으로 나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펴낸 <레저백서 2007>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평균 입장료는 2007년 5월 말 기준으로 주중 15만 5000원, 주말 19만 2000원이다. 대중 골프장 입장료는 주중 10만 7000원, 주말 14만 6000원이다. 골프장은 입장료 외에도 카트요금(대개 7∼10만 원), 캐디피(대개 8∼12만 원)가 있고 여기에 음료·간식비 등이 든다. 여기에 골프장까지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과 숙박을 할 경우 숙박료도 더해야 한다. 더욱이 평소 실내·실외·스크린 골프연습장을 이용해 골프 연습을 하려면 또 고정 지출이 필요하다. 마산·창원지역 실외 연습장 한 달 이용요금은 13∼14만 원, 실내는 8∼10만 원이다.
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연 8000만 원 이상은 벌어야 = 이처럼 한 달에 수십 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까지 골프를 위해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 소득이 얼마나 돼야 할까? 경남도내 한 골프장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골프층은 대개 연소득 8000만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골프협회의 조사에서도 월 5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이 30.2%로 가장 많았다. 물론 200만~299만 원 사이의 소득자도 21.4%나 됐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자기 돈으로 골프를 즐기기 보다 '골프 접대를 받는' 입장의 사람들이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골프를 하는 데 과연 라운딩 비용만 들까? 골프채도 있어야 하고, 골프웨어와 신발도 사야 한다. 골프채는 아이언 하나만 1000만 원이 넘는 고가도 있다. 최저가격으로 골프채(14개), 골프장갑 등 풀세트를 마련해도 50만 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골퍼들은 그냥 순수히 스포츠로만 즐기기보다 적지 않은 돈을 걸고 내기골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건 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럴 경우 라운딩 비용보다 판돈이 훤씬 많이 들 수도 있다.
◇골프장 늘어나면 가격 낮아질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 대중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골프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골프장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골프장을 많아지면 경쟁이 심해지고, 그러면 자연히 비용이 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선 오히려 골프장을 경영하는 업주들도 고개를 흔든다. 골프장 조성 자체에 워낙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공회의소(2004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8홀 골프장 평균 건설 비용은 터 매입비를 포함해 896억 원으로 골프장 1홀당 30∼50억 원에 달한다. 회원제 골프장 건설업자는 공사 진행 과정에서 회원권을 분양해 1000억 대의 건설 비용을 충당한다.
한국의 골프장 조성비가 이처럼 많이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골프장이 한국 토양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골프장을 하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에서는 한국만큼 산을 깍아내고 모든 지층을 재시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큰 조성비가 들지 않는다. 잔디도 자기 나라 토양에 맞는 걸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산을 깍아내고, 서양잔디가 살 수 있도록 땅속에 유공관을 넣고 자갈층과 조사층, 모래와 피트모스, 제오라이트, 버미큘라이트 등을 혼합한 상토층을 만들어야 한다. 조성한 후에도 관리비용이 외국에 비해 훨씬 많이 든다.
따라서 골프장 업자들조차 "정부에서 세금을 깍아주면, 깍이는 세금만큼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골프장을 많이 지으면 일본처럼 도산하는 골프장이 속출할지언정, 가격이 낮아져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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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봉 전 경남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골프에 대해 "결코 대중화가 될 수 없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이용자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원제골프장의 특성은 한번 치러오는 사람이 자주 이용한다는 것이다. 18홀짜리 1개 골프장 회원권 소지자가 1000명으로 볼 때 1000명이 3명의 다른 파트너와 함께 매월 평균 5회 이용한다면 2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되지만, 2만 명 개개인이 다 골프인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특소세 감면, 지방세 감면 등을 주장하는 골프장 경영자들이 세금 등 비용을 내리려고 이용자 수를 한껏 부풀려 대중성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대중골프장이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회원제골프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외국에 비해 높은 투자비용을 건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후변화 등 외적 요인으로 골프장 관리비용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은 기존 골프장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서비스는 더 부실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골프장이 도박과 부정비리의 온상이라는 것도 대중스포츠가 될 수 없는 요인이라고 했다.
"1홀에 1인당 최소 5만 원 정도의 내기를 한다. 18홀을 다 돌면 100만 원 가까운 도박자금이 필요하다. 홀당 걸리면 100만 원을 넘는 도박도 이뤄진다. 버디를 잡으면 '따블', 홀인원이라도 되면 '따따블'로 하기도 한다. 또한 골프장은 당사자 외에 아무도 접근할 수 없고 도청도 안되기 때문에 온갖 로비와 접대,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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