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무성 유승민의 운명과 바른정당의 미래

김훤주 2017. 1. 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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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미래와 운명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한 마디 하고 싶다. 누가 흥하고 누가 망하게 될까, 그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보수에 대해 이렇게 배웠다. 보수는 전체적으로 지금 현재를 그대로 지키자는 것이다. 기득권 옹호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보수는 다시 수구와 보수로 나뉜다. 기준은 공공성과 공익이다. 수구는 공사(公私) 구분없이 지금 있는 것이면 무조건 지키거나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의이고 보수는 지금 있는 것이라도 공공성 공익성을 기준으로 고칠 것은 고쳐가면서 지키자는 주의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모두 보수정당이지만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수구가 주도하는 보수정당이고 바른정당은 보수가 주도하는 보수정당이다. 보수정당의 이런 분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수구와 보수가 구분없이 혼돈 상태로 뒤섞여 있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보수정당 분화는 지금에야 현실이 되었지만 그 싹은 이미 2015년 유승민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쫓겨날 때 나타났다. 당시 친박들은 유승민이 박근혜의 뜻에 반한다고 막무가내 몰아쳤고 유승민은 '공화의 가치' 운운하며 버팅기는 모양새를 보였다. 

친박은 수구고 유승민은 보수다. 친박이 수구인 까닭은 두 가지다. 먼저 친박은 아무 생각이 없다. 옛것(舊)을 지키기(守)만 하면 되니까. 대한민국에서 옛것은 이미 '박정희-박근혜'로 아주 잘 세팅되어 있다. 따라서 친박은 자기 머리로 생각할 줄 몰라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없어야 더 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개개인이 사리사욕으로 충만해 있다는 점이다. 수구에게 필요한 것은 정연한 논리도 아니고 숭고한 이념도 아니다. 

정해진 목적을 향한 돌진이 필요할 뿐이다. 친박들은 여태 무조건 돌격만 잘하면 훌륭하고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무조건 돌격을 무모하리만치 잘하게 만드는 동력은 욕심이다. 국가 민족을 위한 욕심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한 사리사욕이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서청원은 친박 좌장으로서 이런 두 가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서청원은 인명진이 자기한테 '새누리당 잠깐 나가 있으면 국회의장 시켜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말하자면  '잠깐 탈당'='국회의장 보장'이었다. 

그런데 과정에서 서로 어긋났다. 인명진은 서청원을 내쫓듯 탈당시키고 싶었고 서청원은 대의를 위하여 희생하는 코스프레로 탈당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인명진 주도로 탈당 당하게 되면 향후 국회의장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본 모양이다. 

지금 저렇게 똥통에서 나부대는 이유다. 이로써 서청원은 자기가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대한국민의 명예나 미래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다. 박근혜 구하기나 새누리당 구하기도 아니었다. 바로 국회의장 자리에 대한 욕심이고 그것밖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이처럼 친박은 대단한 친박일수록 생각은 없고 욕심이 가득하다. 그러나 아시는대로 보수는 수구와 다르다. 보수는 자기 머리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이른바 국리민복을 앞세우는 욕심 없음이 필요하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수구가 아닌 보수는 그 속성상 공공의 관점에서 모아서 버릴 것이 무엇이고 지킬 것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 정치인 가운데 그런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 역사에서 지난 세월 보수정당은 언제나 보수와 수구가 뒤섞여 있었고 언제나 수구가 주류가 되어 주도해 왔다. 그래서 수구가 아닌 보수라 해도 진면모를 제대로 드러내보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 유승민은 좀 다른 것 같다. 유승민은 박근혜와 친박들이 반민주적이고 반국민적 행태로 자기를 쫓아내려 할 때 대한민국 헌법에 반한다고 말기했다. 유승민은 수구 친박들이 사회주의적이라고 비난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발의했다. 유승민은 부자 부담을 발판 삼아 불공정·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정도면 유승민은 생각도 할 줄 알고 자기 욕심보다 공공의 이익을 앞세울 줄도 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울러 공공의 이익보다 자기 욕심을 앞세우는 사람을 싫어한다. 여태껏 한국을 사로잡고 있었던 박정희-박근혜 허상의 주술이 풀리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확실해지게 생겼다. 

그러므로 서청원은 보름달이고 유승민은 초승달이다. 보름달은 이지러질 일만 남았고 초승달은 차오를 일만 남았다. 새누리당은 갈수록 찌그러지게 생겼고 바른정당은 갈수록 형편이 펴지게 생겼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바른정당에 유승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바른정당에는 김무성도 있다. 먼저 이야기하자면 김무성은 친박으로 남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비박이다. 비박이 되고 싶어서 비박이 된 김무성이 아니다.(유승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유승민은 박근혜=수구에 맞서는 정책과 철학과 기개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자기 머리로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 얘기는 잘 못하고 남 얘기를 잘 한다는 특징이 있다. 누구와 더불어 정치를 하겠느냐는 물음에 김무성은 자신의 가치나 지향점을 얘기하는 대신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라 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친박·친문만 아니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정책을 내세우며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김무성에게 정당은 정치철학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집단이 아니라 친목회나 동호회 같은 그 무엇이다. 

그러면서 친문에게는 슬그머니 빨갛게 색칠까지 한다. 물론 '종북 좌파'를 직접 타격하지는 않는다. 굳이 때리지 않아도 이미 찌그러져 있기 때문이다. 대신 문재인은 '종북 좌파'를 감싸는 나쁜 무리라고 뒤집어씌운다. 일부 국민들의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하여 사고 기능을 마비시키는 효과까지 기대하면서. 

결국 김무성은 자기가 누구이고 무엇인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보수'라고는 했는데 그게 어떤 '보수'인가는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자기 일신상의 문제 말고 다른 데 대해서는 실제로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경남도민일보 사진.

만약 김무성이 주류·중심이 된다면 바른정당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수구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렇게 수구가 보수 전체를 대표하고 주도하면 여태까지처럼 공공과 공익은 뒷전으로 밀린다. 유승민과 바른정당뿐 아니라 유권자한테도 불행한 일이다. 

물론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수구와 보수는 따로 나뉘어서 정립해야 한다. 김무성이 바른정당에서 주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수구는 5~10% 지지를, 보수는 30% 안팎 지지를 받으면 알맞을 것이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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