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5.8 지진이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다. 공포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우째 이런 일이!’라는 황당함도 섞여 있었다. 지진은 그동안 우리 몫이 아니었다. 

가까운 일본에서 지진이 터질 때마다 안도와 함께 묘한 쾌감을 동시에 느꼈었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그래 꼬시다, 당해도 싸지…….’ 이런 감정을 품은 이들이 평범한 보통사람들뿐이었으랴. 

세상은 정말 모를 일이다. 그동안 강 건너 불난 격으로 여겨졌던 일이 우리 발등에 떨어지자 모두들 우왕좌왕했다. 지진에 대해 아무 대책도 정보도 없는 우리로서는 매달릴 데가 바로 일본이었다. 

지진과 관련하여 그동안 일본이 쌓아놓은 자료와 대처 노하우를 찾아 인터넷을 헤매고 다녔다. 보도매체들은 일본이 내놓는 이런저런 발표를 눈여겨 살펴 참고 자료로 삼았다. 

뿐만 아니다. 그동안 은근히 고소해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었지만 지진을 겪고서는 일본을 바라보는 눈길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적어도 지진 같은 재해에 대해서만큼은 일본의 경륜이 월등하게 나았덕 것이다. 

경주 지진으로 엉망이 되어 버린 포항의 한 가게. 연합뉴스 사진.

올 4월 구마모토지진이 났을 때 일본 아베 총리는 26분만에 국민 앞에 나타났다. 우리나라 대통령 박근혜는 이번 경주지진에서도 역시 이튿날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더없이 무책임한 우리 정부가 두고두고 쪽팔렸으며 기민하고 치밀한 일본 정부가 더없이 부러웠다. 

민족감정의 모순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다. 남쪽은 남해 서쪽은 서해 동쪽은 동해다. 일본은 동해를 두고 일본해라고 한다.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은 일본해 명칭을 견디지 못한다. 게거품을 물고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동해라 한다면 일본 사람도 일본해라 이를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내놓고 말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사정없이 욕을 먹기 때문이다. 

일본해라는 명칭이 일본 편향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동해라는 명칭은 그렇게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중립적인 것일까? 우리 동해는 일본에서 보면 서쪽에 있다. 서쪽에 있는 바다를 두고 동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 바다를 일본해라 하지 않고 동해라 표기한 서양 고지도.

이런 가정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서해는 중국에서 보면 동쪽에 있다. 우리 서해를 두고 동해라 해야 한다고 중국 사람들이 주장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반응은 어떻겠는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는 대부분 ‘민족주의’나 ‘민족’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적어도 ‘민족’이라는 개념을 부정하거나 하찮게 여기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안팎에 가득하다. 아무리 객관적인 얘기라도 민족감정에 반하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알게 모르게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동해를 두고 ‘일본해’도 아니고 ‘동해’도 아닌 두 나라 모두에게 공평한 ‘창해(蒼海)’로 하자는 노무현대통령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도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를 두고 오랜 세월 외세의 침략 속에 살아온 민족의 자격지심으로 여기는 이도 있고 당위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어쨌거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피해의식이나 집단감정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민족감정에 사로잡혀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일상이 될 지진 대피 훈련.

한국과 일본은 국경선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땅 밑 지각은 서로 겹쳐지고 이어져 있다. 이런 때문에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영향을 끼쳐 한반도 지각 전체가 일본 쪽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구마모토지진은 50년 동안 잠잠하게 있던 지하단층을 동일본대지진이 깨웠기에 터졌다고 한다. 또 이번 경주지진은 구마모토지진이 영향을 미쳐 양산단층을 흔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고소하게 여겼던 동일본대지진이 5년이 지난 지금 경주지진으로 돌아와 있다. 

‘동해’는 일본을 배제하고 ‘일본해’는 한국을 부정한다. 상대방을 배제하고 부정하는 배타적인 민족감정은 두 나라 지배집단에게만 이익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각도 이어져 있고 바다 또한 공유한다.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은 같은 우물을 쓰고 있는 셈이다. 우물에서 상대방을 쫓아내고 배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우물을 망칠 권한 또한 아무한테도 없다. 여기에 독극물을 풀면 일본사람도 한국사람도 모두 죽는다. 좀 거칠게 말해도 된다면, 지금과 같은 민족감정은 공생(共生)의 무덤이다. 

김훤주

※ 2016년 10월 경남민예총(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경남지회) 기관지 <예술IN, 예술人>에 싣기 위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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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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