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도 다른 짐승들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개미나 쥐는 물론, 바퀴벌레와도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귀농한 이들이 들려준 얘기입니다.

해치지 않고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으며 그이들한테 고유한 생활 영역을 인정해 주면 그 영역 안에서 곱게 살아간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은 것입니다.

7월 19일 마산 구산면 수정 마을에 있는 트라피스트수녀원을 찾았습니다. 이 수녀원은 ‘봉쇄’ 수녀원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평생 나오지 않는 서원(誓願)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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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건물 들머리에서, 저는 이처럼 예쁜 꿩을 만났습니다. 꿩은 제가 서너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는데도 날아서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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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쁜 자태를 방향 바꿔가며 보여주다가, 종종걸음으로 콘크리트 깔린 왼쪽 길을 가로질러 가더니 수풀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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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이 친구는 제게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경계도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풀밭으로 따라 들어가니까, 푸드득 끼끼 거리며 날아갔습니다.

지금 이 수녀원은 봉쇄를 풀었습니다. 세상에 대고 할 얘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바로 앞 수정만 매립지에 STX 그룹의 조선(기자재) 공장이 들어오는 작업을 마산시가 앞장서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구절절한 사정을 한두 줄 글로 표현할 방도는 없지만 어쨌든 옳지 못한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매립지가 마을 한복판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공장도 한복판에 들어오는 셈입니다.

STX조선 본사가 있는 진해 죽곡 마을에 가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소음(시끄러운 소리) 분진(먼지=쇳가루와 페인트 가루)이 얼마나 심한지. 물론 이주 보상 약속도 10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마산시와 STX가 합체가 돼서 수정만 매립지 조선기자재 공장 진입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제기된 주민 생존권과 민주주의 말살을 두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보려고 트라피스트수녀원을 찾았습니다.

원장 수녀(제가 이름을 모릅니다.)께 제가 본 꿩 얘기를 했습니다. “세상에, 사람이 바로 옆에 있어도 걸어다니는 꿩이 다 있더군요.” 그랬다가 저는 이런 대꾸를 들어야 했습니다.

“옛날 밤나무가 있을 때는 청설모도 그랬어요. 처음에는 달아나더니 그러지 않아졌고 나중에는 제가 지나가면 빤히 쳐다보기까지 했어요.” 앞으로는 어찌될까 싶어졌습니다.

밤에도 잠을 못 잘 정도로 엄청난 소리=굉음(轟音)이 울리고 낮에는 빨래를 널 수 없을 정도로 온갖 가루가 날리겠지요. 가루는 또 피부병과 기관지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보다 먼저 꿩이나 청설모 따위가 여기 이 곳을 떠나겠지요. 짐승이 떠난 땅에서, 사람들은 집이나 논밭 같은 재산에 매여 벗어나지 못한 채, 갖은 고통을 고스란히 당하겠지요.

김훤주

새 한입.벌레 한입.사람 한입(생태적삶을위한 귀농총서 6) 상세보기
전국귀농운동본부 지음 | 들녘 펴냄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했고 자연과 나누며 살아갔다. 이 책은 이 근본이치를 깨달으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실천하는 참농사꾼들의 기록을 담았다. 유기농법을 비롯해 여러 화경친화적인 사례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부제는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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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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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기록하는 사람 2008.07.21 07: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또 거기까지 다녀오셨나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07.21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16일 수요일 저녁 수녀들과 지역 주민을 모셔 민주노총 마산연락사무소 간담회를 했고요,
      그랬더니 저더러 부탁이 있다면서 한 번 오라고 하셔서 19일 저녁 6시 찾아갔습니다.
      토론회를 할 생각인데, 한 꼭지 토론을 맡아달라 하시면서, 지역사회에다 마산시와 STX의 거짓과 사기와 불법과 야만과 반민주를 알릴 방법이 없겠느냐 물었습니다.
      수녀들은, 지역 주민들도, 환경 문제가 이미 아니라고 했습니다. 야만적 탈취와 반민주적 억압이 핵심이라 했습니다.

  2. 2008.07.21 0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07.21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수정만은 보상이 핵심이 아니랍니다. 이주와 보상을 할 계획이나 근거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마산시도 STX도 아니라고 대답을 했답니다.

      그냥 아무 대책 없이 진입하고 보겠다는 얘기밖에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보상 생각이 있으면 협상을 할 생각이라도 해 볼 텐데, 그렇지 못하니 이렇게 반대밖에 할 수 없다고들...... ㅠ ㅠ(알려진 바와는 많이 다르지요?)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edenmaker 맑음 2008.07.21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이란 존재가 참 몹쓸 존재입니다. 어째서 꼭 다른 존재들에게, 아니 바로 사람 자신에게도 역시 해를 끼치지 않고는 살아가지를 못하는지....
    아무튼 저 수녀원의 평화가 고스란히 지켜졌으면 합니다.

  4. 2008.07.22 0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HID의 꿩 도살 퍼포먼스 좀 기사화해주세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항의로 일본의 국조인 꿩 아홉 마리를 데려와
    해머로 내리찍고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 씹고.. ㅠ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ed_pg.aspx?cntn_cd=S0000009810

    동물의 복지를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회 및 시위에서 동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의 돼지 능지처참 퍼포먼스
    그리고 축산농민 시위할 때마다 소,돼지 데려와 걸을 능력도 없는 돼지를 질질끌고 다니고
    소를 죽이기도 하고.. 닭을 마구 내던지기도 하고..
    동물을 살살 다룬다해도 동물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축산을 위해 스스로 시위에 참가한다는 것은
    동물의 입장에서 얼마나 모욕적입니까?

  5. Favicon of http://blog.daum.net/flystone 뜬돌 2008.08.28 1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보다 짐승들이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곳을 더 잘 감지합니다.^^
    그래서 맘에 평화가 깃들어 만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겁니다. 이는 큰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앙이 덮칠 때 사람보다 짐승이 더 빨리 감지하고 피난 가는 것과 같은 감각입니다.
    만물 중에 사람 맘이 가장 부패해 좋고 나쁜 기운에 대한 초감각이 가장 둔합니다.

    저기 저 짐승이 저곳을 떠나지 않는다면 저 STX 재앙(?)이 저곳을 덮치지 못할 징조로 보면 될 겁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