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답사기(踏査記)’라 할까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도저히 ‘답사’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4월 20일 오전 10시 즈음해 청간마을(창녕 고암면)을 찾아가 30분 남짓 둘러보고 왔으니까요. 집집마다 들르지도 않았고 고샅고샅 샅샅이 훑지도 않았고 그냥 어슬렁어슬렁 위쪽 청간못으로 올랐다가 길지도 않은 거리를 쉬엄쉬엄 내려온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이렇게 대충 눈에 담았는데도 참 멋진 물건·존재가 많았습니다. 야리야리한 연두로 부풀어오르는 봄산도 좋았습니다. 아마 이름이 열왕산이지 싶은데, 골짜기와 골짜기가 겹쳐지면서 그 사이로 배어나오는 옅푸른 새싹 빛깔이 소나무 오래 묵은 짙푸른색을 아래로아래로 처지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청간못 물색도 좋았습니다. 열왕산이 통째로 거꾸로 비치는 모습이라니, 가까이 얕은 데와 멀리 깊은 데가 서로 색깔을 달리하면서 살랑거리는 바람에 응대하는 가뿐한 떨림이 좋았습니다. 군데군데 동네사람들 새우 잡으려고 해놓은 통발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따위보다 더 좋은 것은 옛날 사람살이의 자취였습니다. 올라가면서 왼편으로 그럴 듯한 기와집이 보였는데 내려올 때 들어가 보니까 대청마루에 풍구가 있었습니다.(무식한 저는 한동안 이것이 곡식 빻아 껍질 벗기는 도정기로 알았더랬습니다.) 


널빤지로 만들었는데요, 손으로 바퀴체를 돌리다가 나중에는 전기를 동력으로 삼은 듯 오른편에 전원 스위치가 달려 있었습니다. 별로 상하지 않은 제대로 성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옛날 농사 짓던 할아버지 집에서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농사는 작지 않게 지으셨지만 쭉정이는 저런 기계가 아니라 사람힘으로 날려보내셨거든요. 




마을에서 가장 도도록한 자리에 놓인 이 기와집은 기둥이 둥글고 또 멋졌습니다. 지금은 안채로 보이는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옛적에는 사랑채·고방·헛간·마구간 등등 건물이 여럿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멋진 것이 있었습니다. 처음 올라가는 들머리에서 만난 할아버지 한 분이셨습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보다 그 할아버지 지고 있는 지게와 들고 있는 지게작대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골 마을을 다녀보신 적이 있는 이는 잘 아시겠지만, 요즘은 아예 지게를 쓰는 일이 드뭅니다. 쓴다 해도 속이 빈 둥근 철재로 이어붙여 만든 지게가 대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등짝이랑 가지가 벌어지는 부분에 철재로 구멍을 내고 거기다 다른 나무를 끼워서 쓰는 지게가 있을 따름이랍니다. 


그러나 할아버지 이 지게는 달랐습니다. 온전하게 통째로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저 나무는 청간 마을 뒷산 어디메에선가 할아버지한테 소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등짝 대이는 부분도 볏짚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맬빵 또한 나일론끈 같은 잡티 하나 없이 온전한 볏짚이 재료였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가늘어지는 날렵한 지게작대기도 적지 않게 멋졌습니다. 



제가 지게에 감탄해 할아버지한테 사진 한 장 찍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어데서 왔능교?” 하고 말을 섞더니 선뜻 지게를 벗으려고 하셨습니다. 제가 “읍내서 왔어예.” 대꾸하고는 다시, “어른 지고 있는 모습이랑 함께 찍고 싶어서요.” 하니까 지게를 고쳐 매어 주셨습니다. 


저는 고마웠지요. 그래서 나중에 사진을 두엇 뽑아서 갖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을 말씀드리면서 존함이랑 연세도 함께 여쭈었습니다. “이름은 뭐할라고……. 갑수, 김갑수요.” “갑자 수자 어른이시구나……. 연세는 어떻게 되십니까?” “올해 팔십여덟인데.” 



저는 놀랐습니다. 여기서 정정하다는 말은 한참 모자라는 표현입니다. 여든여덟 풍상을 겪으셨는데도 허리 하나 굽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술술 대답하시는 품으로 봐서는 귀도 아주 좋은 듯했으며 말씀하거나 웃으실 때 보이는 치아 또하 틀니가 아니었습니다. 


담배를 꽤 태우시는지 조금 색이 바래기는 했지만, 그리고 군데군데 보철을 하신 자죽이 있었지만 어쨌든 할아버지 태어나실 때 그 잇몸에 뿌리박은 치아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게도 좋았지만 그 지게를 부리고 쓰면서 그 지게에 숨결을 불어넣는 그래서 삭지 않도록 해 주는 할아버지가 더 좋았습니다. 꼿꼿한 허리로 스멀스멀 웃음을 흘리면서 들에 나가서는 너그럽게 쟁기질하실 할아버지가 좋았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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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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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16.05.04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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