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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권력 누릴 수 있다면 박근혜도 잡아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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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혜주>를 읽었습니다. ‘실록에서 지워진 조선의 여왕’이 부제입니다. 30년 가량 역사 연구와 저술을 해 왔다는 정빈(丁彬)이라는 사람의 역사소설입니다. 


<혜주>는 아주 독특한 역사소설입니다. 보통 역사소설은 역사에서 사건이나 인물을 가져오기 마련인데 <혜주>는 아니었습니다. 현대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역사 소재를 빌려쓴 경우라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혜주>는 박근혜 대통령을 바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역사 무대만 조선시대로 설정해 놓았을 뿐입니다. 부왕 광조에 뒤이어 왕위에 오르는 여왕 혜주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혜주>를 보면 두물섬이 홍수에 잠겨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건과 마포에서 시작된 장질부사 역병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떠오릅니다. 


이에 항의하는 성균관 유생들과 일반 백성들의 농성도 나오는데 이 또한 곧바로 2014년 이후 이어지는 광화문 농성과 겹쳐집니다. 이들 농성에 대한 무시와 탄압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과 겹쳐집니다. 



이렇듯 박근혜 대통령을 바로 겨냥하는 <혜주>는 조선시대 광조 치하로 곧장 옮겨갑니다. 물론 아시는대로 광조는 완전 허구입니다. ‘혜주’는 광조의 딸 ‘혜명공주’로 나오는데요, 이또한 완전 허구입니다. 


광조는 재위 20년만에 세상을 뜨는데요, 그 사후 혜명공주가 왕위에 오릅니다. 남파와 북파가 합의해서 임금으로 추대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그런 사건들이 죽 벌어집니다. 


진실을 입에 올리는 인물에 대한 단설형(斷舌刑:혀를 자르는 형벌)과 백성들을 감시하는 정탐서, 지금으로 치면 정무직으로 여겨지는 별직(別職)과 더불어서입니다. 


그러는 사이사이 이중삼중으로 얽어지는 남녀관계도 곁들여집니다. 어떤 이는 이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미지가 겹쳐진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 인물로는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이 있군요. 


열다섯에 임금이 된 혜명공주=혜주의 치세 4년은 이렇게 흘러가고 마지막에는 다시 남파와 북파가 합작으로 혜주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립니다. 


그리고 작가 정빈은 여기에다 혜주 치세 4년을 역사에서 지우는 작업을 덧붙입니다. 혜주를 임금 자리에 올리고 내리는 데 함께했던 신하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폐주시대는 너무도 치욕스럽습니다. 우리도 조정에서 정사를 같이 봤습니다만, 그때를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잠이 잘 오질 않습니다. 폐주의 갖가지 실정을 전부 다 기록할 수도 없을 뿐더러 기록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폐주의 실정은 우리의 책임도 전혀 없진 않고요….” 


“폐주 같은 임금은 이 나라 종사의 수치요, 당대를 산 모든 사람들의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후세에 교훈으로 삼을 폭군은 연산군 하나로도 족합니다.” 


“게다가 폭군의 폭정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의 수많은 대소신료들도 함께 거명이 돼야 하는 폐주의 폭정을 굳이 기록으로 남겨 부끄러운 선조가 되고 싶으신 겝니까?” 


폐주의 재위 4년은 선왕 광조의 재위 기간에 들어갔고 이로써 광조의 재위는 20년에서 24년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폐주는 혜명공주로 있다가 광조가 승하하는 그 해에 돌연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습니다. 



소설 <혜주>의 이런 전개를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혜주>에서는 혜주를 임금 자리에 올린 벼슬아치들이 혜주와 그 통치에 대해 부끄러움은 느끼는 것으로 나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권력을 누리는 사람들은 과연 생각이 어떨까요? 박근혜 대통령과 그이의 통치를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길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맞아 보여준 여러 행태는 적어도 제 눈에는 더없이 무능하고 뻔뻔하고 비인간적이어서 한없이 부끄러운 것입니다만.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요. 소설 <혜주>에 나오는 이런 대사들은 혜주가 임금 자리에 쫓겨난 뒤에 이야기이므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건재하는 상황에서는 나오지 않을 것이고 혹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박근혜 대통령 치세가 끝난 뒤에도, 더 나아가 그 말로가 비참하게 마무리된 이후라 해도, 그렇게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 권력을 누린 자기 처신을 부끄러워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고 저는 봅니다. 


진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구할 인물이며 그 통치 또한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 믿고 열심히 좇을 뿐 사리사욕은 챙기지 않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출세와 영달과 권력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싸고도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이들 대부분은 자기네가 권력을 누릴 수만 있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됐든 다른 무엇이 됐든 아무 상관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자기네가 출세와 영달을 하고 누릴 수만 있다면 오히려 박근혜조차도 잡아먹을 그런 인물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1만3000원. 427쪽. 일단 잘 읽힙니다. 소설로서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과 무관한 서슬 푸른 비판이나 풍자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재미가 더 쏠쏠하게 많아집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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