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진례면 용전마을은 도랑이 마을을 세로로 지르며 흐르고 마을숲이 들머리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마을 뒤에 받치고 있는 용지봉 산줄기는 사철 마르지 않는 수원입니다. 골짜기를 타고 내리는 도랑물은 진례천의 일부를 이루다가 화포천과 합류한 다음 낙동강으로 빠져나갑니다. 


마을숲은 적어도 300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조선시대 교통 요충인 생법역 관할이었는데 신라 시대부터 있어왔다고도 합니다. 마을숲이 원래는 더 크고 넉넉했겠지만 지금 규모도 작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 잎이 넓고 키가 큰 나무들인데 하도 울창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낮에도 어둑어둑할 지경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도랑과 마을숲을 사랑합니다. 


김해시는 타고난 조건이 이처럼 좋은 용전마을을 2015년 도랑살리기 사업 대상 마을로 선정하고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받은 예산 3000만 원을 쓰기로 했습니다. 



수행 단체 공모에서는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이사장 양운진)가 지정됐습니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는 2013년 함양 임호마을, 2014년 창녕 명리마을과 함양 망월마을에서 경남도민일보 자회사인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와 사업을 함께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 용전마을 도랑살리기도 둘이 힘을 합해 함께했습니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는 6월 준비를 거쳐 7월부터 본격 사업을 벌였습니다. 11일 마을회관에서 첫 주민교육을 하고 19일에는 발대식·협약식을 마을숲에서 크게 치렀습니다. 


도랑을 살리는 데 힘을 합하자는 협약에는 김해시와 마을 주민은 물론 화포천환경지킴이·한울타리가족봉사단(5기)·낙동강환경지킴이 같은 민간단체와 게스템프카테크·푸른환경이엔지 같은 지역 기업까지 동참했습니다. 


그 뒤 도랑살리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주민 교육은 11월까지 모두 아홉 차례 진행됐고 선진지(김해 양지마을) 견학, 도랑 치기, 노랑꽃창포·미나리·물억새 같은 수질 정화 식물 심기 같은 일도 잇달아 해냈습니다. 


화포천환경지킴이 등 민간 단체들은 7월과 11월 두 차례 마을을 찾아 쓰레기를 치웠고 이에 질세라 마을 주민들도 틈을 내어 9월과 11월 도랑지킴이활동을 벌였습니다. 



이처럼 잘 진행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마을주민들한테 있었습니다. 마을주민들은 도랑과 마을숲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했고 그래서 더욱 능동적·적극적이었던 것입니다. 


아름답고 멋진 마을숲을 찾아 놀러오는 외지인들한테는 생태 보전 홍보를 하고 또 더럽히지 않도록 부탁도 했습니다. 도랑에 있는 쓰레기를 스스로 치울 뿐만 아니라 누구도 버리지 못하도록 서로 감독도 했습니다. 


게다가 사업 대상에 들지 않는 데까지 발벗고 나섰습니다. 마을 위쪽 도랑 상류에서 놀러 온 사람들 때문에 벌어지는 용전폭포 일대 오염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하며 대책을 세우려고 애를 썼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런 주민들 애씀을 높이 사서 8월 10일자 1면에 관련 기사를 크게 싣기도 했습니다. 


도랑살리기 사업에서 마을숲이 차지하는 지위는 대단했습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찾는 사람이 넘쳐나다 보니까 그랬습니다. 그래서 포장지에 '우리가 더럽힌 용전숲 도랑물, 하루 뒤 우리 입에 들어옵니다'라고 적은 홍보용 물티슈를 만들어 나눠줬습니다.(실제 용전마을 도랑물은 낙동강과 합류한 뒤 창암취수장과 명동정수장을 거치며 김해시민이 마시는 식수가 됩니다.) 


여태까지는 놀러온 사람들이 쓰레기를 제대로 봉투에 담아 내놓아도 고양이 등이 갉아먹는 바람에 동네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래서 쓰레기보관창고를 만들어 그 안에 넣어두도록 했습니다.


무뚝뚝한 물건이 되지 않도록 김진성·이성헌 씨 등 지역 미술가들의 도움을 받아 재질이 부드러운 목재로 색깔을 입히고 글자와 솟대도 더해 멋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쓰레기분리수거함은 실용성을 중시해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작가들은 조형물 제작에서 더욱 빛을 냈습니다. 맨 위에 산이 있고 거기서 흘러내리는 도랑을 곡선으로 형상화한 뒤 그에 기대어 나무와 숲과 사람이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뜻이 온전하게 전해지면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형상입니다. 



여태 도랑살리기에서는 어디에서도 이처럼 예술성 있는 조형물이 만들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사업 경과를 정리하는 푯말을 우람하게 세우는 정도에서 그쳤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민간 환경단체들도 남달랐습니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는 도랑 수질 정화를 위한 행사에 쓰이는 EM(유용미생물)흙공 500개를, 화포천환경지킴이는 농업용과 가정용으로 쓸 수 있는 EM원액 다섯 상자를, 낙동강환경지킴이는 집집마다 두고 쓸 수 있도록 가정용 쓰레기 분리수거함 서른 뭉치를 기증했습니다. 


오른쪽이 임차식 어른.


이런 노력은 용전마을이 도랑살리기 사업 우수마을로 뽑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상을 받는 보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마을 도랑 살리기에 가장 열성으로 나선 임차식 어른이 11월 26일 2015년 하반기 도랑살리기 워크숍(대구)에 참석해 상장과 상금을 받았습니다. 경남에서는 용전마을 한 군데만 선정됐는데 선정 타당성과 사업 효과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12월 6일에는 올 한 해 활동을 마무리하는 '완공 기념 주민 잔치'를 마을회관에서 열었습니다. 양종욱 용전마을 이장은 "확실하게 달라졌어요. 도랑도 숲도 마을도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주민들 태도도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마을 주민의 능동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민간단체와 기업, 그리고 김해시까지 뜻을 내고 힘을 보탠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장만한 떡과 고기, 다과 마실거리를 나누며 뿌듯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도랑에 수풀이 대중없이 우묵하게 자라 보기 싫은데, 내년(2016년)에 사업이 이어져 이런 현상을 없애고 싶다고들 말했습니다. 아마 주민들 바람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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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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