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입장료 안 내도 즐길 수 있는 순천만 갈대밭

김훤주 2016. 1.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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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0일 우리 경남의 글 쓰는 사람 둘이랑 셋이서 순천만을 다녀왔습니다. 아침 8시 창녕을 출발한 일행이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주차장에 가 닿은 때는 10시 30분 어름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왔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입장료가 많이 불편했습니다. 2012년 가을에만 해도 어른 개인 기준으로 2000원이었는데 지금은 7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다른 요인이 없고 오로지 순천만정원 개장이 있을 뿐이라고 저는 압니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하면서 순천만정원을 열었는데 그 때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입장료도 크게 올랐습니다. 



왜 이렇게 올랐는지 저는 모릅니다. 이렇게 크게 올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는지도 저는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런 대폭 인상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순천만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한테서 크게 인기를 끌게 되자 그에 기대어 특별한 다른 요인이 없는데도 3.5배나 한꺼번에 끌어올렸다고 봅니다.(순천만정원까지 둘러보려면 8000원짜리 입장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순천만정원만 둘러보는 입장권은 아예 있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입장료가 가장 비싼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번에도 우리 일행은 입장료를 제대로 냈습니다. 2만1000원이었습니다. 


들어가 거닐어 보니까 예전처럼 경치가 크게 감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올 때마다 바로 옆 순천문학관에 들러 오세암의 정채봉관과 무진기행의 김승옥관을 찾았던 그대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순천문학관 들머리. 매표소에서 300m라고 적혀 있습니다. 물론 표는 사지 않아도 됩니다.


순천문학관의 김승옥관.


김승옥관에서 본 삽작 바깥 풍경. 오른쪽이 정채봉관.


순천문학관 가는 길에는 순천시가 따로 조성한 낭트정원도 있습니다. 순천시가 프랑스 도시 낭트랑 자매결연이라는 것을 하면서 기념으로 꾸민 공원입니다. 그 옆에는 다리만 건너면 이어지는 습지가 있는데 편히 쉬면서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낭트정원에서 이어지는 조그만 습지.


낭트정원과 습지를 이어주는 다리.


순천문학관과 낭트정원, 원래부터 입장료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


그러다가 생각이 미쳤습니다. 순천문학관과 낭트정원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입장료를 내지 않더라도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서 공원 정문으로 해서 들어가지 않고 대신 왼쪽으로 난 콘크리트길을 따라 나서면 닿는 데가 바로 순천문학관과 낭트정원인데요, 누구나 입장료 내지 않고도 걸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서 보는 갈대와 들판 풍경은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그것보다 절대 못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잦아든 가운데 꽃술이 달린 머리를 가만 숙인 채 흔들리지도 않는 채 그대로인 갈대들은 마치 참선하고 명상하는 구도자 같았습니다. 구름 없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그런 갈대들을 하얗게 빛나도록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콘크리트길이 나 있는 제방에서 순천문학관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서보다 좀더 자연스럽게 갈대 사이를 거닐 수도 있었습니다. 


순천문학관 앞에서 갈대밭으로 들어가는 들머리에 있는 데크 다리.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서는 대부분 길이 데크로 만든 인공이지만 여기 이 길은 대부분이 밟으면 폭신거리는 흙길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군데군데에는 갈대 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도록 데크길이 나 있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순천만자연생태공원보다 더 멋진 풍경을 그보다 훨씬 뛰어난 자연 조건 속에서 거닐고 맛볼 수 있는 데가 여기였습니다. 


입장료 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고동색으로 표시해 봤습니다.


둘레 한 바퀴 도는 거리도 6km 안팎으로 적당했습니다. 갈대를 헤치고 들어갈 수 있는 좁다란 오솔길도 나 있고 그다지 붐비지 않아 한적하다는 사실도 좋았습니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은 우리가 찾은 12월 30일이 평일인데도 어김없이 복작거렸지만, 여기는 드문드문 사람이 찾을 뿐이었습니다. 


그 날 우리 일행은 이렇게 해서 순천만과 그 갈대 멋진 모습과 상큼한 바람 따사로운 햇살을 맛나게 즐기고 누릴 수 있었습니다.(순천문학관 김승옥관 툇마루는 눈이 부시도록 볕이 내렸습니다.)


김승옥관 앞 툇마루에 제가 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봤습니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의 핵심은 용산전망대다.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바다 위에 몽글몽글 동그랗게 솟은 갈대 무리들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멋진 풍경이다. 머리를 통째 헹궈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한 번만으로도 족하다. 



용산전망대에서 눈에 담을 수 있는 풍경들. 몽글몽글 둥글둥글 갈대들이 몽환적입니다.


순천만 갈대밭 돌아보는 즐거움은 오히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밋밋한 편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세 번째 찾을 때는 일부러 입장료 7000원을 들일 까닭이 없다. 돈 안 드는 순천문학관과 낭트정원을 둘러보면서 제방과 그 아래 갈대 사이로 나 있는 흙길을 걷는 편이 훨씬 더 다채롭고 산뜻하다. 



이는 또 별다른 까닭도 없는데 단지 순천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기에 기대어 입장료를 제 맘대로 몇 배씩이나 올리는 순천시 정책에 대한 작은 항의일 수도 있다.’ 


어떠하신지요? 제 생각이 너무 옹졸한 것인가요? 



어쨌거나 그 날 우리는 토종팥과 우리밀로 만든 팥칼국수와 꼬물꼬물 부드러운 꼬막비빔밥도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앞 한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랫장(남부시장)도 들러 머리전과 정구지전과 고추전과 찔룩게튀김을 우리 쌀 막걸리와 함께 맛보는 즐거움까지 누렸습니다. 


순천은 예나 이제나 변함없이 고마운 고장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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