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능(陵)' '분(墳)' '총(塚)'만 구분할 줄 알아도

김훤주 2016. 1.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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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동구밖교실 역사탐방 양산 

통도사~북정동고분군(부부총) 


경남도민일보와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의 2015년 마지막 역사 탐방은 11월 21일 양산으로 떠났습니다. 회원큰별·안영·정·이동·샘바위·자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했습니다. 올해는 단풍이 유난히 곱더니 그마저도 잠깐, 아이들과 함께 찾은 통도사는 부지런히 가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은 저마다 팀을 찾아서 짝을 이루고 수행해야 할 미션 문제를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이제 함께한 1년 동안 역사 탐방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의젓해졌습니다. 무심히 보람없이 흘려보낸 시간 같지만 몸과 마음이 조금씩 자라난 것입니다. 


두산중 자원봉사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통도사에서 미션 수행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역사에서는 절이 아주 기본이라는 얘기는 미리 해 두었습니다. 종교가 다른 어른들은 불편해 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절을 종교의 산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없애려면 절과 우리 역사의 관계를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식 욕심도 버려야 합니다. 절에 있는 모든 것에는 제각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얹힙니다. 제대로 담지도 못하고 관심도 사그라지는 것입니다. 가장 끌리는 부분부터 하나씩 알아가는 방법이 좋습니다. 


스님한테도 묻고

문화해설사 선생님한테도 묻고


통도사에서는 미션이 모두 열 개였는데 이것도 사실 적은 것은 아닙니다. 모두 열 문제 가운데 단 한 팀도 맞히지 못한 문제가 둘 있었습니다. 범종루에 소리를 내는 물건이 모두 몇 개 있는지와 삼층석탑에 기단이 몇 개 있는지였습니다. 


범종루에는 모두 네 가지가 있습니다. 쇠로 만든 범종, 짐승 가죽으로 만든 법고, 나무로 만든 목어, 쇠로 구름 모양을 낸 운판입니다. 이것들이 소리를 내서 세상의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범종은 땅 속 존재들, 법고는 가죽이 있는 짐승들, 목어는 물 속 존재들, 운판은 공중에 있는 존재들) 



1년 동안 하다 보니 탑이 몇 층인지쯤은 이제 시시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단이 몇이냐 묻는 문제 앞에서는 '기단이 뭐지?' 하며 고개를 갸웃합니다.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쩌면 내가 아는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 그 자체임을 일깨울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훗날 오래 기억되는 것은 맞힌 문제보다는 틀린 문제일지 모릅니다.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듯이 말씀입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양산시립박물관 옆 북정동 고분군을 찾았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부부총인데, 거기 유물들은 지금 모두 일본에 넘어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빼앗아간 것입니다. 


북정동고분군에서 기념사진.


2013년 '백년만의 귀환-양산 부부총 특별전'을 열 때 일본에서 유물을 빌려와야 했다는 말에 '우리 것을 왜 빌려 오지?' 그런 표정들입니다. 


무덤을 일컫는 '능(陵)'과 '분(墳)'과 '총(塚)'을 구분할 줄 아는 친구는 별로 없습니다. '능'은 주인이 밝혀져 있고 '총'은 주인을 모르는 무덤이며 '분'은 모든 무덤을 일컫는다는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포만감을 누립니다. 



관심은 사소한 데서 비롯됩니다. 역사 탐방은 역사 관련 지식 주입이 아니라 관심 갖기를 통한 동기 부여가 목적입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소감 쓰기를 했습니다. 마지막이어서 아쉽다는 말이 쏟아졌습니다. 진심이든 아니든 기분 좋고 고마운 일입니다.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로 작별인사를 전했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아이들에게 작으나마 보람 있었기를…….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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