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홍준표 주민소환 어찌하면 좋을까요

기록하는 사람 2015. 4. 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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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피플파워》 5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요즘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 여부를 놓고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쇄부터 무상급식 지원 중단, 그리고 최근 1억 원 수수 의혹에 이르기까지 불통과 독선을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죠.

혹자는 지난 선거에서 홍준표 지사의 득표율을 거론하며 '그를 찍지 않은 41%의 유권자를 잘 조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합니다. '홍 지사를 지지했던 학부모들 중에서도 무상급식 중단으로 단단히 화가 나 있으니 해볼만 하다'고도 합니다.

현실적인 성공 가능성을 떠나 독선적 정치인에게 경종을 울리고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압박하는 차원에서라도 주민소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인터넷신문 <단디뉴스> 이혁 기자는 "10%(서명)를 못 채우더라도, 또 33.3%가 투표하지 않더라도 주민소환을 통해 우리는 이렇게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를 가진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선거를 통한 우리의 투표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피눈물을 흘리며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권자의 각성을 위해서라도 주민소환은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출근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블로거 오주르디 역시 "이번 무상급식 중단으로 밥 그릇을 빼앗긴 학생수는 대략 22만 명. 이들의 부모들은 소환운동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 수는 어림잡아 40만 명에 달한다. 밥그릇을 빼앗긴 학생의 부모들만 참여해도 홍 지사에게 부여된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며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정락인 전 시사저널 기자도 비슷한 글을 썼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실 판단이 잘 안 섭니다.

며칠 전 오랫만에 대학 시절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습니다. 한 친구는 자신의 선거에서도 이겨봤고, 남의 선거도 여러번 도와 이겨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모든 걸 걸만한 주체 역량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도 역시 "당위성만 볼 게 아니라 그걸 추진하는 쪽의 주체적 역량이 준비돼 있느냐를 잘 따져봐야 한다"더군요. 자칫 무력감만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저도 얼마전 <미디어오늘>에 쓴 칼럼에서 "오히려 보수층을 결집시켜 그의 입지만 키워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우리 기자들에게도 물어봐도 역시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 많더군요.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참으로 암울하네요. 뉴스를 보니 홍 지사의 측근들이 1억 원 중간 전달자로 알려진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고 하는군요. 결국 우리는 검찰의 칼자루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홍준표 지사는 검찰 수사에서 돈을 받은 혐의가 입증되어도 물러날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의원이 그럼 기소가 돼 거취 표명하는 일이 있느냐"면서 "선출직은 재판이 확정 때까지 거취 표명을 하지 않는다"며 최종심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우리 독자님들, 희망은 잃지 맙시다. 민주주의는 한판의 승부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채현국 선생은 창원 강연에서 ‘민중이 정신 안 차리면 절대로 정치 수준은 안 올라간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이 역설적으로 우리 민중을 각성시켜주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민중이 각성되면 주체 역량도 만들어지겠지요.

이번 5월에도 《피플파워》에는 경남 곳곳에서 작은 희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피플파워》가 절망적인 사회에 희망과 힘을 불어 넣어주는 매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과 자세로 더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피플파워》 5월호에 쓴 글을 수정, 보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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