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생태·역사기행 2015년 첫 나들이를 마치고 곧장 창원대학교 봉림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는 ‘풍운아 채현국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거기서 저녁 7시부터 열리기 때문이었습니다.

 

뜻밖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채현국 선생은 금방 도착하셨는지 들머리에서 앉지도 않으신 채로 자기 일대기를 다룬 책 <풍운아 채현국>(김주완 기록, 피플파워 발행)에 사인을 해 주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이가 기념으로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며 요청을 하니까 어깨동무하듯이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향해 웃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는 않았습니다.

 

단행본 <풍운아 채현국>에 사인을 해주는 모습.

 

책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기념사진을 찍는 채현국 선생(모자 쓴 이)

 

안에서는 어떤 분이 이날 행사를 위해 식전 행사로 톱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 곡이 끝나자 사람들이 크게 손뼉을 치면서 “한 곡 더”를 외치니까 못 이기는 척 한 곡 더 연주하고 손을 흔들며 내려갔습니다.

 

톱연주를 마친 뒤 한 손을 들어 보이고 있습니다.

 

채현국 선생 말씀은 다들 새겨들을 만했습니다. 가진 바를 많이 비웠고 그 덕분에 현실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인 때문인지 많이 공감됐습니다. 일상에 갇혀 사는 우리들이 놓치거나 제대로 못 본 그런 대목도 많아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말씀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얘기는 김주완/채현국/김지윤/이인식(왼쪽부터) 네 분이 나눴습니다.

 

김지윤 인제대 3학년 학생이 일어나 자기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채현국 선생은 무슨 이야기 끝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언론기관은 언론기관이 아닙니다. 광고업잡니다!” 이렇게 내질렀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안팎으로 지당하고 또 지당한 지적이라 여기면서 짧으나마 머리와 가슴이 둘 다 시원해지는 느낌도 누렸습니다.

 

그러다 또 무슨 끝인가는 모르겠는데, 본인이 취재를 거절한 사연도 들려줬습니다. 2014년 1월 4일치 <한겨레>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기사, 그리고 경남도민일보 피플파워 발행 <풍운아 채현국> 단행본으로 새삼 널리 알려지면서 그이 취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겠지요.

 

 

채현국 선생은 이리 말했습니다. “싸움 붙이는 거야, 이게. SBS에서 연락이 왔어. ‘선생님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이래 말했지. SBS는 광고 팔아서 잘 먹고 잘 사는 방송국 아니냐? 나는 SBS 광고 팔아먹는 데 들러리는 못 서겠다.

 

기자 양반 당신한테는 미안하지만 SBS가 바뀌기 전에는 그런 거 못한다. 그러니까 기자들하고 방송사하고 싸움 붙이는 거지. 그래 갖고 신나게 한 번 싸워보라고 말이야.” 그러자 자리에서는 감탄하는 소리와 손뼉치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사회를 맡고 있던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이 “그런데 <뉴스타파>하고는 찍고 계시잖아요” 하니까 “거기도 전에는 어디서 싸우다 짤렸다고만 알고 무슨 일 하는지는 몰랐는데. 하하” 채현국 선생이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국면에서 망설이기 십상입니다. 모든 보도 내용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극악한 매체라 해도, 어떻게든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을 알리려면 아무래도 수락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채현국 선생은 한 마디로 잘랐습니다. 제가 보기에, 채현국 선생은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버리고 자기 생긴대로 한 평생 살면 그것으로 자기가 세상에 태어나 할 바를 다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 같았습니다.

 

 

자기가 깨달았고 또 자유를 얻었으면 그 깨달음과 자유가 일러주는 대로 그냥 실천하면서 살면 그만이지 그게 널리 알려지고 다른 사람한테 영향을 주고 말고 하는 것은 내 권한과 의무 바깥에 있다고 여기지 싶었습니다.

 

언젠가 현대 중국의 사상가 노신이 일러준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지도자라는 것들을 믿지 말라’시는 노신 말씀 요지는 이렇습니다.


‘앞에 나서 갖고 이리로 가야 살길이 있고 진리가 있다고 떠드는 헛소리에 절대 흔들리지 마라.’

‘진리나 살길을 진짜 아는 이들은 저렇게 떠들 시간이 없다.’

‘진리와 살길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벌써 진리와 그 살길을 따라 실천하고 있다.’

 

그러니 자기 생각과 말과 행동을 얘기하고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상업적 목적과 무관하게 마련된다면 모르되, 그악스럽게 그런 돈벌이에 활용되면서까지 다른 사람 앞에 나서 눈을 현혹시킬 일은 없다는 것이 채현국 선생 뜻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상에서 내려와 자리에 있는 한 어른과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더불어, 채현국 선생 말씀을 들은 지 며칠이 지났어도 잊히지 않는 하나가 있어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나이가 마흔인데 예전 아버지 시절 같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했을 텐데 지금 그러고 있지는 못합니다, 선생님께서 꼰대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 꽉 막힌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저보다 어리면 나무라고 때려서라도 할 수 있겠는데 나이 든 어른은 난감합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일단 무조건 잘 들으세요. 사람 하는 말이 다 다릅니다. 겉으로 같아 보여도 속은 저마다 다릅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를 놀리고 화나게 하려고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듣지 않으면 절대 속뜻을 알 수 없습니다.

 

채현국 선생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스꽝스럽게 만드세요. ‘영감님, 영감님은 얼마 안 있으면 염라대왕을 만나게 될 텐데, 그런 말은 염라대왕도 좋아하지 않을걸요.’ 이런 식으로요.”

 

채현국 선생은 이날 이런 화조도도 한 폭 선물로 받았습니다.

저는 이 가운데 ‘잘 새겨들어라’는 말씀이 쏙 들어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까?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기 생각하는 식대로 생각해서 상대방이 그런 꼰대 같은 말을 했다고 선불 맞은 짐승처럼 설쳐댄다면 그보다 더한 꼴불견이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런 꼰대 같은 얘기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별 영향력도 없거든요. 그런데 자기 생각이 옳다고, 그 옳다는 자기 생각에 갇혀서 상대방 말까지 마음대로 가두고 자르고 붙이고 열내고 하면 오히려 보는 사람 같잖기만 하지 싶은 것입니다. 

 

상대방을 우스갯거리로 만들라는 얘기는, 저는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있는 듯 없는 듯 여기고 (자기 삶이나) 제대로 살아보아라.’ 이런 우스개는 또 한 순간 짧은 국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무리짓는 손쉬운 방편도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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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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